치주염 앓다 앞니 4개 빠진 20대, 알고보니…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고석용 기자 2018.10.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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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슈머 시대-슬기로운 치과생활 <7>치주질환1](종합)

편집자주 병원이 과잉진료를 해도 대다수 의료 소비자는 막연한 불안감에 경제적 부담을 그대로 떠안는다. 병원 부주의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잘잘못을 따지기 쉽지 않다. 의료 분야는 전문성과 폐쇄성 등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의료 소비자의 알권리와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위해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를 진행한다. 의료 정보에 밝은 똑똑한 소비자들, 메디슈머가 합리적인 의료 시장을 만든다는 생각에서다. 첫 번째로 네트워크 치과 플랫폼 전문기업 ‘메디파트너’와 함께 발생 빈도는 높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아 부담이 큰 치과 진료에 대해 알아본다.

치주염 앓다 앞니 4개 빠진 20대, 알고보니…
치석은 세균집…제거 안하면 당뇨위험 높아져

치주질환에 주로 쓰이는 의료도구. 치아와 잇몸 사이에 3mm 정도 들어가면 정상이지만 6mm 이상 들어가면 치주질환이다./사진=김창현 기자 치주질환에 주로 쓰이는 의료도구. 치아와 잇몸 사이에 3mm 정도 들어가면 정상이지만 6mm 이상 들어가면 치주질환이다./사진=김창현 기자


치주염 앓다 앞니 4개 빠진 20대, 알고보니…




치주염 앓다 앞니 4개 빠진 20대, 알고보니…
‘연중기획 - 메디슈머(Medical+Consumer) 시대’는 코스피상장사 메디플란트 (70원 ▲7 +11.11%)의 모회사인 메디파트너와 함께 합니다.

#제대 후 취업 스트레스가 컸던 20대 초반 A씨는 치아가 흔들려 치과에 갔다가 엉뚱하게 당뇨병 환자라는 걸 알게 됐다. 유전적으로 인슐린이 덜 분비되는 당뇨병 환자였던 것. A씨는 스트레스로 치주염이 심해지면서 당 수치가 올랐고 이는 치주염을 더욱 악화시켰다. 결국 앞니 4개를 발치하고 임플란트 치료를 받아야 했다.



#평소 스케일링을 하지 않았던 B씨(37)는 올들어 양치질할 때 피가 나더니 급기야 칫솔질을 하지 않았는데도 잇몸에서 피가 났다. 치과를 방문한 B씨는 치주질환이 심각해 더 방치했을 경우 치아를 대부분 잃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당뇨 위험성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B씨는 치석, 세균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후에야 잇몸이 건강해졌다.

치주염은 치과 외래 내원 1순위 질환이다. 전국민의 90%가 평생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흔한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이 치주염이 당뇨와 만나면 고약해진다.

치주질환은 당뇨의 여섯 번째 합병증이라고 알려질 만큼 당뇨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최근 유럽학회에선 상호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져 40~50대 중장년층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만성치주염과 당뇨병이 동시에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는 연령대가 바로 40~50대이기 때문이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심사일 기준 만성치주염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매년 증가세가 뚜렷하다. 2013년 740만여명에서 지난해 1099만여명으로 48% 증가했다. 남녀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나 연령별로 보면 40~50대가 45%에 달한다.

당뇨병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뇨병 환자 수는 2013년 231만여명에서 매년 증가해 2017년 284만여명으로 23% 늘었다. 특히 당뇨병은 완치되는 경우가 드물어 40대 이후 환자 비중이 95%에 달한다.

차재국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는 “지난해 유럽 치주과학회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치주염과 당뇨는 상호 악영향을 주는 질환임이 명확해졌다”며 “치주염은 당뇨 위험인자이며 당뇨 역시 흡연과 함께 치주질환을 크게 악화시키는 주요 위험인자”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당뇨병 환자에게는 무조건 치주질환에 대해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주질환은 구강 내 세균이 잇몸에 염증을 일으켜 치아 주위 골조직까지 파괴하는 질환이다. 인체에서 가장 세균이 많은 곳이 입안이기에 구강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세균이 치아 표면에 남아있는 음식 찌꺼기를 먹고 증식하면서 염증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스케일링을 해야 제거되는 치석은 세균이 모여있는 세균집으로 통한다. 치석이 치아뿌리까지 확산되도록 방치하면 B씨처럼 잇몸을 절개하고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 이마저 방치하면 치아를 대부분 잃게 된다. 심한 경우 전신건강까지 위협한다.

차 교수는 “치주질환은 단순히 잇몸질환이 아니라 전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라며 “염증산물이 잇몸 혈관을 타고 다른 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어 당뇨를 비롯해 전신질환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A씨처럼 선천성 당뇨병 환자의 경우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은 치주질환 감염과 치유에 악영향을 주게 되고 치주염은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게 차 교수의 설명이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정상으로 작용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치주질환을 예방하려면 양치는 물론 매년 스케일링을 통해 치석을 제거해야 한다고 치과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정부도 스케일링을 1년에 한 번씩 건강보험을 적용해주는 이유다. 치과업계는 당뇨병 환자나 치주염 환자는 스케일링을 더 자주 받아야 하는 만큼 환자의 상태에 따라 건강보험 적용 횟수를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재국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가 환자에게 시술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br>
차재국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수가 환자에게 시술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김유경 기자

"당뇨환자, 관리 안하면 치주염 100%…각별 관리해야"
허윤석 인하대 교수 "약한 면역력, 치주염 잘 걸리고 정도도 심해져"

허윤석 인하대학교 당뇨비만센터 외과 교수/사진=고석용 기자 허윤석 인하대학교 당뇨비만센터 외과 교수/사진=고석용 기자
"당뇨병 환자는 더 각별히 관리해야 합니다. 신경쓰지 않으면 치주염 같은 합병증은 100% 온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사수술을 통한 당뇨병 치료로 유명한 허윤석 인하대학교 당뇨·비만센터 외과교수(사진)는 당뇨병 환자들의 치주질환 합병증 가능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작은 염증도 큰 질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당뇨병은 피 속 당분(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혈당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할 수 없고 높아진 혈당으로 몸속 세포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것이 몸의 면역·치유기능이다. 이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염증·감염이 잘 발생하고 낫지도 않는다.

허 교수는 합병증으로서 치주질환에 대해서도 “망막병증(실명), 심혈관질환, 족부병증(하지절단) 등 일반적인 합병증과 같은 원리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족부병증은 신발과 발이 닿는 부분의 작은 상처에서도 시작된다. 연고만 발라도 치료될 수 있는 상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선 절단까지 이르는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다.

허 교수는 “치주질환은 감기처럼 쉽게 걸렸다가 자기도 모르게 치유된다”며 “일반인들은 쉽게 치료될 수 있지만 당뇨병 환자들은 정도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치주염 등도 망막병증, 심혈관질환만큼 관리하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허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반인보다 치주염 정도가 심각한 만큼 통증도 클 수밖에 없다”며 “가벼워 보인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합병증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허 교수는 “당뇨병 환자들은 당뇨센터에서 혈당관리를 하듯 지속적으로 치주관리를 해야 한다”며 “주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등 평상시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고석용 기자

"피 나는 데 괜찮을까?"…스케일링 오해와 진실

[<7>치주질환1 팁]스케일링 받는다고 치아 깎이지 않아…연 1회 이상 받아야

차재국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임상조교수/사진=김창현 기자차재국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임상조교수/사진=김창현 기자
"스케일링 받고나면 피가 나던데…괜찮을까?"

정답은 ‘괜찮다’다. 스케일링은 치주염 예방·관리의 시작으로 입속 치석이나 세균막 등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시술이다. 이를 제거하는 도구는 초음파를 사용하는 만큼 잇몸이 긁혀 피가 날 수는 있지만 심각한 상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스케일링을 받고 나면 일시적으로 치아 사이가 허전한 느낌이 들면서 ‘치아가 깎이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지만 사실과 다르다. 스케일링 기구는 초음파를 사용하는 만큼 치아를 깎을 정도의 위력이 나오지 않는다. 이물감은 일시적으로 빈 곳이 생겨 느껴질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잇몸이 회복되고 이물감도 사라진다.

스케일링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올해부터는 ‘7월~다음해 6월’이던 건강보험 적용주기도 ‘1~12월’로 변경돼 몇 월인지에 관계없이 1년에 한 번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 보험 적용 시 스케일링 시술가격은 1만~2만원이다. 기초적인 시술인 만큼 가까운 치과병원에서 받으면 된다.

대부분 스케일링을 받는 주기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단위대로 1년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평상시 양치를 자주 하지 못해 구강 위생상태가 좋지 않거나 흡연 등 생활습관에 따라 두 번 이상 필요한 경우도 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1년에 3~4번 스케일링을 받아 치주염 등을 예방해야 한다.

스케일링 전 지혈을 저해하는 아스피린(혈전용해제), 뼈 재생에 관여하는 골다공증약(비스포스포네이트) 등을 먹었다면 반드시 담당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스케일링 직후에는 맵거나 차가운 음식으로 잇몸에 자극을 주는 것을 삼가야 한다. 시술 후에도 출혈이 있다면 뱉지 말고 길어질 경우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정보제공=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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