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거래소 "규정대로" vs 투자자 "성급했다"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8.10.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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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논란]

법원이 일부 상장폐지 대상 기업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이번 무더기 상폐 논란의 불똥은 한국거래소로 튀었다. 거래소가 너무 성급히 상폐 절차에 돌입하면서 투자자 손실 폭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는 시장 혼란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을 보였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5일과 8일, 정리매매 중이던 11개 종목 중 파티게임즈 (250원 ▼46 -15.5%), 감마누 (473원 ▼10 -2.07%), 에프티이앤이 (253원 ▲2 +0.8%), 모다 (155원 ▼105 -40.4%) 등 4곳의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을 내렸다.



거래소가 상폐를 결정한 기업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사례가 흔치 않았던 만큼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정리매매 기간 중 헐값에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한 투자자는 "정리매매 기간 중 정리하지 못하면 휴짓조각이 될까봐 주식을 팔았는데 이제와서 상폐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니 허탈하다"며 "거래소가 성급하게 상폐 절차에 돌입하면서 애꿎은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해당 기업들에 충분한 소명 기회와 시간을 줬고, 이후 규정대로 절차를 밟았다고 해명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38조 1항에 따르면 외부감사인의 재무제표 감사 결과 '의견 거절'을 받게 되면 '형식 상폐 요건'에 해당돼 즉시 상폐 절차에 돌입한다.

때문에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등 거래소가 주도적으로 진행해 결정되는 '실질 상폐'와 달리 거래소의 주관이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 만큼 이번 무더기 상폐에 대한 책임을 거래소에만 돌리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에 대해 이의 신청이나 소송을 검토 중이다.

논란이 지속되면서 차제에 현행 상폐 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에만 의존하는 형식 상폐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코스닥 기업들의 정리매매는 현재 중단된 상태다. 거래소가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정리매매 효력이 되살아날 수 있으나 최종 상폐 여부는 본안 소송을 통해 가려질 전망으로 최종 결정이 나오려면 최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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