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 대표는 "회사 담당자가 주주명부를 일일이 확인해 주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위임장을 받은 끝에 겨우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었다"며 "올해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총 부결 안건, 열에 일곱은 '감사 선임'…3%룰이 발목잡아= 17일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총 76곳으로 전년 대비 8배 가까이 늘었다. 부결된 안건의 열에 일곱(73.7%)은 감사 선임의 건(56곳)이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50%를 훌쩍 넘는 등 코스피 기업에 비해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3%룰에 따른 의결정족수를 맞추려면 나머지 22% 지분을 소액주주들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25% 찬성'일 때만 주총 안건 의결이 가능한 현행 상법 때문이다.
업계에선 3%룰에 발목 잡혀 어려움을 겪을 회사는 앞으로 점점 늘 것으로 본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내년 주총에서 감사 선임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곳은 전체 상장사의 11%에 달하는 199곳에 이를 전망이다.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 5% 이상 지분 보유 주주 수, 소액주주 평균 의결권 행사율(1.88%),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지분율 등을 고려한 결과다. 오는 2020년에는 이 수치가 244개사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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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만 있는 규제, 3%룰 완화해야=증권업계에서는 3%룰 완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올 상반기 국회에서도 3%룰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뚜렷한 논의가 이뤄지거나 실효성 있는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는 섀도보팅 폐지 대안으로 주총 개최일 분산과 전자투표 도입 등을 제시했으나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 중 40.8%(31곳)가 주총 개최일을 분산했고, 전자투표를 도입한 회사도 73.7%(56곳)나 됐지만 안건 부결 건수는 전년보다 훨씬 늘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회사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섀도보팅 폐지 여파를 줄이기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 코스닥 기업 대표는 "현재로썬 일일이 발품 팔아 지분을 끌어모으는 수밖에는 대안이 없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그는 "주총 시즌이 되면 IR부서 직원들은 주주들을 찾아다니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며 "주주명부 확정일과 주총 개최일 간 시차가 최대 3개월 발생하는데 이 기간 중 이미 주식을 팔아버린 경우도 있어 허탕치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코스닥 업체 대표는 "3%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표를 모아주는 의결권 위임 대행업체만 성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라며 "일단 힘닿는 데까지 표를 모아보겠지만 궁지에 몰리면 대행업체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관련 대안을 마련하려는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현재 3%룰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3%룰은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라며 "주주의 의결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