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 벡 독일 포르츠하임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제공=다산북스
그래서 후자가 행복의 진정한 정의일까. 명상만 한다면 사랑에 빠지거나 복권에 당첨됐을 때 누릴 소소한 행복의 기회는 접어야 할까.
두 교수는 행복을 ‘헤도니아’와 ‘에우다이모니아’라는 두 가지 철학적 키워드로 설명한다. 헤도니아는 경험으로 얻는 순간적인 행복이고, 에우다이모니아는 결과로 얻는 장기적인 행복이다. 행복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두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들었다.
-행복은 비교우위일 수 있다. 책에선 행복도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하노 벡 교수(이하 벡)=“인간은 영구적인 기쁨을 느끼도록 만들어진 존재는 아니지만, 영구적인 행복의 상태에 이를 수는 있다. 상황이 흘러가는 대로 만족하는 것이다. 이는 훈련과 명상과 통해 가능하다.”
-뇌과학 조사를 인용해 행복 결정 유전자가 이미 50% 정해져 있다는 얘기가 흥미롭다. 정해진 유전자가 그렇다면 우울을 타고난 사람이 행복할 가능성이 낮아지지 않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명제도 최근 화두로 떠오른다. 저축만큼 소비도 행복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벡=“저축과 소비 둘 다 현명하게 한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 소비의 경우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 물건을 구매하는 것보다 더 행복감을 줄 것이다.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프린츠=“‘돈=소비=행복’이라는 등식은 잘못됐다. 목적으로서의 돈이 우리 행동과 태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지만, 행복과 관련해서 돈으로 살 기회가 중요하다.”
-행복의 극점에서 불행이 시작된다는 알랭 드 보통의 소설 속 이야기로 보면 행복은 ‘소유의 크기’로 얘기해볼 법한데.
△프린츠=“철학적인 질문이다. 현대 독일철학자 오도 마르크바르트는 ‘이 세상의 불행은 행운을 통해 균형이 잡힌 불행’이라며 ‘충분하거나 부족하고 공정하거나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어떤 나무도 천국까지 자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에우다이모니아로 정의되는 행복은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미덕이자 영구적 투쟁이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맛이 떨어지는 음식처럼 행복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투영되는 셈이다.”
-‘행복’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은 ‘33평 아파트, 고급 승용차’ 같은 물질적 요소가 기준이었다. (행복의) 판단 기준이 바뀔 수 있을까.
△벡=“자라나는 아이에게 행복에 대해 어느 정도 가르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의 길잡이로 정신적으로 충만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프린츠=“독일의 경우 경제적 번영과 함께 물질주의적 가치에서 무형의 가치로 이동이 있었다. 1950년대 독일은 이른바 ‘먹기 열풍’이 불었다. 나는 이 강력한 물질주의적 가치가 상실 또는 고통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아파트와 자동차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 기준에 맞춰 적응하는 것이 최선일지 모른다. 사회적 기준은 항상 변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또 ‘사회적 평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더 행복하게 살도록 가르칠 수는 없고 다만 정보를 줄 수 있을 뿐이다.”
알로이스 프린츠 독일 뮌스터대학 경제학 교수. /사진제공=다산북스
‘카르페 디엠’, ‘욜로’ 등 순간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요즘 트렌드에 대해 두 교수는 이렇게 얘기했다.
“사실 우리 대부분이 의식적이든 아니든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등 헤도니아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죠.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행동을 많이 바꾼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삶을 변화시키는 데는 의식적 마음의 상태인 에우다이모니아가 좀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프린츠)
“모든 순간을 포용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행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어요. 행복의 개념은 비교적 쉬운 것이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노력이 필요해요.”(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