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연인 간 영상이 SNS에… "성폭력 범죄입니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유승목 기자, 박가영 기자, 김건휘 인턴기자, 이상원 인턴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2018.10.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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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폭력](종합)

편집자주 연인 간 찍은 '사생활 영상'이 화두다. 최근 가수 구하라씨(27)의 전 연인 최종범씨(27)가 성관계 영상을 보내 협박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여론은 피해자 심경에 감정 이입했고, 이후 '사생활 영상 유포를 엄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기도 했다. 엄연히 '디지털 성폭력'이고 심각한 사회 문제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은밀히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퍼져 두려움에 떠는 피해자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가해자를 적발한다 해도 관련법 미비로 처벌이 쉽지 않아서다. 머니투데이는 사생활 영상에서 비롯된 디지털 성폭력 방지책을 찾기 위해 '탄생→유통→2차 가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사진=AFPBBNews=뉴스1, unplash/사진=AFPBBNews=뉴스1, unplash


동영상을 '흉기'로 만든 남자들
[디지털성폭력①- 탄생]"엇나간 지배욕"…합의 촬영·非유포시 성폭력 처벌도 어려워

[MT리포트]연인 간 영상이 SNS에… "성폭력 범죄입니다"


"동영상 갖고 있으면 그 여자 평생 내꺼지?"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불법촬영물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연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게시자는 "얘(여자친구) 뺏기기 싫은데 그래서 성관계 영상 몰래 찍어둔 게 하나 있다"며 "배신하면 그걸로 좀 놀려주려고(한다)"라고 말했다.


사생활 영상으로 여성을 협박하는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가수 구하라(27)의 전 연인 최종범씨(27)가 구씨와 다툰 후 사생활이 담긴 영상을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사건은 디지털 성폭력 엄벌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불을 당겼다. 12일 현재 사생활 영상 유포와 협박을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 서명한 인원은 22만5978명에 달한다.



디지털 성폭력은 주로 관계가 틀어질 때 영상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요구를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이를 '삐뚤어진 소유욕'이 만들어낸 범죄라고 지적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사생활 영상으로 협박하거나 이를 유포하는 행위는 금전을 요구하는 일반적인 유형과 다르다"며 "영상을 이용해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드러난 행위"라고 분석했다.

불씨가 되는 모든 사생활 영상이 협박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처음부터 금전 갈취나 협박을 목적으로 촬영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라며 "많은 경우 함께 사진을 찍듯 둘만의 시간을 기억하려는 시도다. 사랑하는 상황에선 이성적인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요구에도 쉽게 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인 관계가 어긋나면 영상은 가해 수단으로 활용된다. 곽 교수는 "사랑의 감정이 증오, 배신감으로 바뀌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며 "앙갚음 수단으로 상대에게 가장 큰 아픔을 줄 수 있는 영상 유포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변한 상대가 유포 협박할 경우 대응은 쉽지 않다. 수사 사실이 알려지면 상대방이 곧바로 영상을 유포할 수 있기 때문. 대학생 이모씨(23)는 "만약 그런 일을 당한다면 경찰에 신고할 엄두를 못 낼 것 같다"며 "신고와 동시에 휴대전화가 압수되지 않으면 영상이 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사람의 합의 하에 촬영했고 이를 유포하지 않았다는 최씨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성폭력처벌특례법(이하 '성폭법')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현행 성폭법 14조(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카메라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의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배포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피해 당사자에게 영상을 보내는 것은 제공이나 배포 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합의 하에 촬영된 영상이라도 일방적으로 유포한다면 이는 성폭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김한규 변호사는 "사생활이 담긴 영상을 유포한다면 유포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는 촬영 합의와는 별개 문제"라며 "동의 없이 촬영했을 때는 여기에 처벌이 가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당시 두 사람의 관계나 구하라가 느꼈을 공포를 따져보면 협박죄는 성립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최씨 주장이 사실일 경우 성폭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폭력을 별도로 죄를 묻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수희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몰카 (불법촬영물)과 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법정형에서 삭제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처벌 수위를 높일 것을 촉구했다.

남궁민 기자

연인 간 영상이 'XX녀'로…SNS서 순식간에 쫙
[디지털 성폭력-②]피해자 인생 송두리째 흔드는 불법 촬영물 유포·소비…"보는 것도 범죄"

/삽화= 머니투데이DB/삽화= 머니투데이DB
헤어진 남친구와 다투던 가수 구하라씨(27)가 무릎을 꿇었다. 전 남자친구 최모씨(27)로부터 전송된 성관계 촬영 동영상을 보고 나서다. 연인 간에 지켜져야 할 사생활이 생면부지 대중들에게 공개될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구씨는 영상을 지워 달라며 애원할 수 밖에 없었다.

연인 간 촬영 영상을 유포하는 '디지털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영상·사진들이 온라인에서 다양하게 유통·소비되고 있다. 특히 음란 웹사이트나 SNS가 문제시 된다. 익명성을 전제로 빠르게 퍼지는 탓에 손 쓸 도리가 마땅찮다. 하지만 유포자들은 범죄라는 인식조차 없어 피해자 고통만 가중되고 있다.

◇애인 '배신'보다 무서운 '유포'

불법 촬영물 유포 피해는 연예인 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정부가 불법촬영물 삭제를 돕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치한 지 100일 만에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 신고가 2358건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는 유포피해(42.3%)까지 당했다. 하지만 수치심과 사회적 통념에 눌려 피해 사실을 밝히기 꺼리는 이들이 더 많다. 드러난 피해는 겨우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처럼 동의나 허락 없이 찍힌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담은 사진·영상이 버젓이 인터넷에 떠돌게 되면 피해자는 공포의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된다. 온라인 공간 특성 상 한 번 유출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기 때문. 여가부가 밝힌 디지털 성폭력 피해 신고자 중 한 명은 유포된 영상의 수가 무려 1천 건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유출 영상이 가족 등 가까운 지인이나 직장, 학교 동료에게까지 노출될까봐 노심초사 할 수 밖에 없다.

유출된 불법 음란물을 거리낌 없이 찾고 소비하는 모습.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유출된 불법 음란물을 거리낌 없이 찾고 소비하는 모습.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유포된 영상물은 금새 'XX녀', 'OO녀'라는 꼬리표가 붙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유희거리로 전락한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는 "자신의 모습이 유포되는 순간 이를 거리낌 유포하고 죄책감 없이 소비하는 대중이 있어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당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 말처럼 피해자들은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만큼 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다. 심할 경우 극단적 선택까지 한다.

◇소라넷 빈 자리 SNS가 메워

유출 영상이 주로 유통되는 곳은 음란 웹사이트나 웹하드다. 이용자가 100만명에 달했던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이 2016년 폐지됐지만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여전히 '유사 소라넷'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웹하드에서는 유출된 영상이 얼굴이나 중요 부위가 가려지지 않은 채 '국산 노모'나 'XX녀 유출' 등으로 교묘하게 이름이 바뀌어 돈을 받고 팔리는 판매 상품이 된다.

최근에는 해외에 서버를 둔 SNS를 통해 영상을 유통·소비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확산 속도가 더 빠르다. 지난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사이버 성폭력 피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피해 중 40.9%가 SNS에서 발생했다. 불법 포르노사이트(39.4%)와 국내 웹하드(15.1%)보다 높았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1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텀블러'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미 불법촬영 음란물의 온상이 된 텀블러에서는 '여친', '몰카', '제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수 많은 유출 영상·사진이 펼쳐진다.

/사진= 텀블러 메인화면 캡처/사진= 텀블러 메인화면 캡처
SNS가 새로운 유출 동영상의 온상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접근성·보안성이 높기 때문이다. 텀블러는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이메일 주소만 입력하면 쉽게 익명 가입할 수 있다. 본사와 서버 등이 미국에 있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불법유해정보사이트' 제재 대상에서도 빠진다. 지난해 방통위가 음란물 2만2000여건의 시정을 요구했지만 텀블러 측은 "미국회사기 때문에 한국 법률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답하며 거절하기도 했다.

반대로 피해자들은 눈물을 흘린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입을 경우 피해자들은 유출 영상 등을 삭제하기 위해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비용을 들여 의뢰한다. 대체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김현걸 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디포렌식코리아 대표)은 "불법유출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삭제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인데 해외 서버를 둔 SNS나 웹사이트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돼 피해가 가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산업이 된 디지털 성폭력, '보는 것도 범죄'

촬영물 유출 등 피해가 발생했을 때 디지털 장의사 업체를 비롯, 정부나 여성 단체 등이 삭제 지원 등 피해 구제에 힘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단순히 영상을 찾아 지우는 것 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 유출물이 전부 지워진다는 보장도 없다. 심지어 불법 촬영 범죄가 산업으로 번지며 피해자를 속이는 디지털 장의 업체 폐해까지 생기는 상황이다.

[MT리포트]연인 간 영상이 SNS에… "성폭력 범죄입니다"
지난해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은 "디지털장의사에게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가 오히려 영상이 늘어났다는 피해 제보가 접수됐다"며 웹하드사와 필터링 업체, 디지털장의 업체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의뢰비를 받고 사라지거나 음란물 플랫폼과 결탁해 3차 피해를 입히는 식이다. 김현걸 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은 "해당 직업을 국가 자격으로 관리하고 당국이 업체 검열 강도를 높여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디지털 성폭력 촬영물 유포·소비에 거리낌 없는 사회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법적 처벌이 약하다보니 연인 간 촬영물을 유포하고 소비하는 것을 '성적인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않는다"며 "보는 것 마저 범죄라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도록 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음란물 유포로 재판 받은 1680명 중 징역·금고형을 받은 인원은 30명(1.8%)에 불과했다.

서 대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처벌이 강화된 이후 음란물 플랫폼에서도 관련 음란물을 쉽게 찾기 어렵게 됐고 이를 소지·소비하는 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연인 간 촬영물 유포나 몰래카메라 등 불법촬영물도 이같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보다 명확한 규제와 실질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

"나체 사진 잘 봤어, 조심 좀 하지"
[디지털 성폭력-③]온·오프라인에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음란물 출연자 아닙니다"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A씨(21·여). 그의 일상은 지난 몇 달간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헤어진 남자친구 B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A씨의 나체사진 때문. B씨는 헤어진 후 "내가 부를 때 나오지 않으면 사진을 한 개씩 올리겠다"며 협박하다 A씨가 만나주지 않자 사진을 유포했다. A씨 사진은 지난 2월부터 수많은 사이트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진과 함께 A씨의 이름, 휴대폰 번호, 주소 등 신상정보도 공개됐다. 이후 모르는 이들에게서 문자가 쏟아졌다. "사진 잘 봤다", "집 주소 아니까 나도 찾아가겠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사실을 주변인들에게 털어놓자 "조심 좀 하지 그랬어"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위로보다 앞선 말이었다. A씨는 "세상 모두가 내 숨통을 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가수 구하라씨(27)가 전 남자친구 최종범씨(27)에게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으로 협박 당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화두가 됐다. 피해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는 등 2차 가해가 위험 수위다.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통상 2차 가해는 사건 수사나 재판 중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가해자가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구씨 사례가 그랬다. 최근 사건과 관련해 최씨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계속해서 "구하라가 먼저 원해서 영상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측은 "최씨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으로 명백한 2차 가해 행위"라고 입장을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2차 가해가 당사자들이 아닌 '제3자'에 의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구씨의 경우 사생활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동영상을 '소비'하려는 이들의 2차 가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4일 구글 트렌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날 1위 검색어는 '구하라 동영상'이었다. 검색 건수는 20만건 이상이었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댓글 확인 결과 "구하라 동영상 갖고 계신 분? 줄 섭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확 뿌려줬으면", "싸우든 말든 영상이 보고 싶다" 등 2차 가해가 줄을 잇는 상황이었다.

제3자에 의한 2차 가해는 주로 악성 댓글, 신상털기 등 온라인을 통해 일방적으로 이뤄진다. 디지털 성폭력 관련 기사에 댓글로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잘하는 짓이다"며 피해자를 비난하는가 하면 "유포한 사람이나 찍은 사람이나 둘 다 잘못"이라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한다. 영상이 유포되기 시작하면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 인물의 신상을 파헤치는 '신상털기'가 발생하는 일도 드물지 않다.

◇성폭력 피해자, '문란한 여성'이라는 사회의 낙인에 고통



최근 불거진 가수 구하라씨와 그의 전 남자친구 사이의 영상 유포 협박 사건이 '구하라 사건'으로 통칭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최근 불거진 가수 구하라씨와 그의 전 남자친구 사이의 영상 유포 협박 사건이 '구하라 사건'으로 통칭되고 있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2차 가해는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는다. 일상까지 파고들어 피해자를 사회에서 소외시킨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 따르면 여성 B씨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했다. 직원 B씨가 유포 영상에 등장해 회사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게 해고사유였다. 회사의 눈엔 B씨가 '피해자'가 아닌 '음란물 출연자'로 비쳤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피해자를 '문란한 여성'이라 여기는 사회의 시선이 심각한 2차 가해라고 입을 모은다.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2차 가해는 어느 사건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촬영물을 이용한 성폭력의 경우 2차 가해에 의한 피해가 유독 심한 편"이라며 "유포된 촬영물에 의해 피해자가 성관계 등 성적 행위를 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 된다. 이 때문에 학교, 직장 등 사회에서 문란한 여성으로 낙인찍혀 추가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피해자에게 새겨진 '주홍 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과거 한 유명인 C씨의 사생활 영상이 유출돼 사회적 파장이 일은 바 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20년 가까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C 비디오 파문', 'C 사건' 등으로 남아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결혼 등 C씨의 대소사에도 이 사건은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이에 SNS에서는 최근 구하라씨와 전 남자친구 사이의 영상 유포 협박 사건을 '구하라 사건'이 아닌 '최OO(전 남자친구) 사건'으로 부르자는 운동이 진행됐다. C씨 사례처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이름이 회자되며 발생하는 2차 가해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리벤지 포르노' 단어 자체도 2차 가해…"폭력적 단어"



/사진=DSO/사진=DSO
피해자 이름이 사건의 대명사가 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이 또 있다. 바로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라는 단어다. 최근 구하라씨 사생활 동영상 관련 사건 보도에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는데, 이 역시 담겨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피해자를 '포르노화' 한다는 문제가 있어서다.

리벤지 포르노는 헤어진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교제 당시 촬영한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유포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흔히 사용돼왔다. 하지만 '리벤지'(revenge)는 복수라는 뜻으로, 피해자가 복수를 당할 만큼 잘못했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비판이다.'포르노'(porno)도 그렇다. 포르노의 어원은 그리스어 '포르노그라포스'(pornographos), 직역하면 '매춘부에 대해 쓰인 것'이다. 포르노라는 용어가 붙는 순간 피해자의 영상이 '음란물'이 된다는 것이다.

리벤지 포르노는 피해자에게 폭력적인 단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예나 디지털성폭력아웃(DSO) 대표는 "여성이 사랑을 나눴을 뿐인데 '리벤지 포르노'라 부르는 것은 매우 폭력적이다"며 "때문에 디지털 기기를 써서 촬영하고 유포·시청하는 일련의 행위를 '디지털 성범죄' 혹은 '디지털 성폭력'이라 지칭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가영 기자

그들의 민낯…"형님, 국산 유출 쪽지좀"
[디지털성폭력 ④ - 가해의 실체] 주요 남초 커뮤니티, 디지털 성폭력에 무감각…음란물로 소비, 죄의식 못느껴

디지털 성범죄 영상은 무분별하게 소비된다. 피해자에겐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기록이지만, 제3자들에겐 새로운 '야동(성인 동영상)'처럼 여겨진다. 실제 2차 가해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머니투데이가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 및 포털 사이트를 모니터링했다.

조사 대상이 된 커뮤니티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와이고수 △엠엘비파크 △에펨코리아 △네이트판 등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도 이와 함께 살펴봤다. 지난달 28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온라인 커뮤니티 모니터링' 실태를 참고했다.

◆ 일베 "성관계 영상 있으면 배신 못하겠지?"

지난 7일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에는 한 남성이 자기 여자친구와의 성관계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영상을 이용해 협박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일베에 올라온 해당 게시물은 네이트판 등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일베에 올라온 해당 게시물은 네이트판 등 여러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성관계 영상 갖고 있으면 그 여자 평생 내꺼지?'란 제목의 글에는 “여친을 뺏기기 싫고 놓치기 싫은데, 그래서 성관계 영상 몰래 찍어둔 게 하나 있거든. 혹시나 얘기 나 배신하면 그걸로 좀 놀려주려고. 일단 얘는 내 손 안에 있는 거 맞지?”란 내용이 담겼다. 성관계 영상으로 사실상 협박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일베에서 '리벤지'라고 검색하자 나온 결과물.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일베에서 '리벤지'라고 검색하자 나온 결과물.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일베에서 '리벤지 포르노'란 단어로 검색 하니, 다양한 게시글들이 쏟아졌다. 엄연히 디지털 성범죄지만, 제대로 인식하는 이는 보기 드물었다. "뭐가 불쌍하냐", "즐길 거 다 즐겨놓고"라는 식의 2차 가해가 대다수였다. '꽃뱀', '무고' 등을 언급하며 오히려 남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실제 피해자인 모 연예인 동영상을 찾는 게시글도 있었다. 심지어 성관계 동영상이 유출됐거나 스캔들이 난 적이 있던 연예인들의 '리벤지 포르노 역사'를 정리한 글도 발견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엄연한 불법 유출 영상이지만 회원들은 포르노처럼 소비하며 즐기고 있었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피해자가 존재하는 엄연한 불법 유출 영상이지만 회원들은 포르노처럼 소비하며 즐기고 있었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이외에도 디저털 성폭력 영상물을 '국산 야동', '국산물' 등으로 지칭하며 소비하는 행태도 눈에 띄었다. 역시 죄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최근 강화된 디지털 성폭력 수사로 인해 영상을 받은 회원들이, 혹시나 경찰에 소환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엠엘비파크 "제발 쪽지좀…읍소합니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좌파로 알려져 있는 엠엘비파크도 디지털 성폭력을 대하는 태도는 큰 차이가 없었다.

지난 7월 엠엘비파크 내 커뮤니티 '불펜'에는 "[19금] 오늘 화제인 그 영상"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근데 왜 찍지 진짜. 둘이 동의하고 찍은 것 같은데"라는 내용을 볼 때 디지털 성폭력에 관련된 영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피해자가 존재하는 불법 영상물을 봤다고 암시하는 글에 수십명의 회원이 곧바로 쪽지를 달라는 요청을 했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피해자가 존재하는 불법 영상물을 봤다고 암시하는 글에 수십명의 회원이 곧바로 쪽지를 달라는 요청을 했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이어 게시자에게 "쪽지"를 부탁하는 댓글 수십 개가 달렸다. 영상을 구할 수 있는 링크를 알려주거나, 파일을 전송해 달라는 것이다. 사이트 내에서 직접적으로 공유하면 징계를 받는데, 이를 피하면서도 영상을 보고자 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회원들의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형님",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쪽지 부탁드립니다" 등의 댓글만 줄줄이 달릴 뿐, 비판하는 이는 없었다. 서른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후에야 "리벤지 포르노로 그렇게 난리가 나도 구걸하는데 죄책감도 없고", "이러니까 여자들한테 욕을 먹는 겁니다" 등의 댓글이 일부 달렸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그러나 디지털 성폭력을 지적하는 회원들이 나타났음에도 쪽지를 요구하는 댓글은 끊이지 않았다. 일부 회원은 "깨시민(깨어 있는 시민) 아니니까 저는 그냥 쪽지 받을래요", "안타까운 영상이 이렇게 사그라지는 것은 강호의 도리가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와이고수 "국산좀 찾아줘", 에펨코리아 "여성가족부 예산 뜯어내겠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들을 볼 수 있었다. 커뮤니티 '와이고수'에는 "영상 속 여자가 '유출되면 어떡해'라고 말하는 '작품'을 찾는다"라며 수소문하는 게시글이 있었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회원들은 이밖에도 "역대급 인생야동", "야동 국산 신작품" 등의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일반인들의 성관계 유출 영상을 마치 상업 포르노처럼 취급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 네이버 "리벤지 포르노, 오히려 전화위복일 수도"

/사진=포털 사이트 캡처/사진=포털 사이트 캡처
포털 사이트 반응은 커뮤니티와는 달리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주를 이뤘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폈다. 지난 10일 수원지법 안산지원 김도형 판사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는 기사였다. 디지털 성폭력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일관하던 기존 법원 태도에 비하면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해당 기사에 댓글을 남긴 누리꾼들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 댓글을 주로 달았다. 해당 기사 댓글을 작성한 이들 중 34%가 여성이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내가 아는 여자가 당했으면 제일 먼저 확인해야겠다", "유포 영상 보면서 울분을 풀어야겠다", "피해자분에게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등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댓글을 달기도 했다.

김건휘 인턴기자

'불법 촬영 처벌 강화법' 국회가 움직인다
[디지털 성폭력-⑤]불법 촬영 처벌 강화 내용 담은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 7건 법사위에 계류중

지난달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계단에 불법촬영은 범죄임을 경각시켜 주는 이미지가 래핑돼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서울 강남구 SRT 수서역 계단에 불법촬영은 범죄임을 경각시켜 주는 이미지가 래핑돼 있다. /사진=뉴스1
"리벤지 포르노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모든 사실관계의 가해자들을 조사하고 '징역' 보내주세요."

리벤지 포르노(불법 촬영) 가해자에게 징역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4일 기준 서명인원 23만명에 가까운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

14일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선 불법 촬영 범죄의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폭력 특례법 개정안 7건이 계류돼 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 법안은 1년 가까이 소위 상정조차 못 하다가 2018년 9월에서야 유사한 내용의 다른 개정안들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다.

'남인순안'은 동의와 비동의의 형량 동일화, 본인 촬영 영상의 타인 유포 처벌, 영리목적의 유포는 벌금형 없는 징역형 추진 등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대책 대부분을 담았다.

법안 통과가 1년 가까이 지연된 이유는 국회 일정이 가장 컸다. 남인순 의원실 관계자는 "법사위는 고유법안에 더해 타 상임위 법안도 모두 심사해야 하기에 법안처리 속도가 느리다"며 "4월에는 야당의 보이콧으로 국회가 파행됐고 6월에는 지방선거로 국회가 열리지 못해 9월이 돼서야 소위 상정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한시가 급한 문제"라며 "10월 정기국감과 12월 예산심사로 국회가 바쁘겠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최근 방송인 구하라씨와 연인관계에 있던 최모 헤어디자이너가 구씨에게 성관계 동영상을 보내며 협박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 불법 촬영 촬영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여기에 힘을 보탠다.

물론 현행 법으로도 불법 촬영 촬영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특례법) 14조 1항은 카메라 등을 이용해 동의 없이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사람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같은 법 2항은 동의를 얻어 촬영했으나 사후 촬영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영상물을 유포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촬영 당시 피해자가 동의를 했느냐를 기준으로 유포자의 최고 형량에 차이가 생긴다는 점이다. 이에 여성단체들은 피해자가 촬영물 유포로 인해 받는 고통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며 형량을 동일하게 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타인이 유포하는 경우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성폭력 특례법상에 없다는 사실이다. 성폭력 특례법 14조 1항과 2항 모두 처벌 대상을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정한다.

많은 불법 촬영 범죄가 연인관계 등 내밀한 사이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놓친 지점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성폭력 특례법보다 처벌수위가 낮은 정보통신망법을 통한 처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도 2017년 9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성폭력 특례법 14조의 개정 방안을 포함시켰다. 직접 촬영한 영상이 타인에 의해 유포되는 경우에도 유포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처벌 조항을 신설해 연인 간 복수 목적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는 경우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으로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영리목적의 유포자에 대해서도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는 쪽으로 형량을 강화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며 “하지만 대책 발표 후 1년이 지났음에도 관련법들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원 인턴기자

'리벤지 포르노', 외국 법은 어떻게 다루고 있나
[디지털 성폭력-⑥]초범도 징역 가능, 유포자 역시 처벌… 영국 "피해자 익명성 보장", 호주 "영상물 삭제가 우선", 삭제조치 안한 웹사이트에 거액 벌금

'리벤지 포르노' 처벌 관련 조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리벤지 포르노' 처벌 관련 조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리벤지 포르노'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4일 기준 23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으며 관련 법조항에 대한 관심도 크다. 그동안 이를 초상권이나 명예훼손 문제로 다뤄오던 해외 여러 나라들은 이를 무거운 성범죄로 다루는 법 제정 및 개정에 나서고 있다.

◆호주-피해자 사생활 담긴 영상물 삭제가 우선
디지털 성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호주는 지난 8월 '온라인 안전 강화법'(동의 없는 사적인 이미지의 공유에 관한 법)이 통과되면서 리벤지 포르노에 관한 처벌이 강화됐다. 법안에 따르면 리벤지 포르노물을 유출한 가해자는 초범 최대 징역 5년, 재범 최대 징역 7년을 받을 수 있다. 리벤지 포르노물임을 알고도 이를 유포하면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진다.

앞서 지난해 호주는 '디지털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 Office)라는 정부기관을 출범시키고 디지털범죄 피해자를 돕기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변호사 연결도 지원한다. 당국은 앞으로 4년간 디지털안전위원회에 400만호주달러(약 32억4000만원)를 지원해 온라인에 있는 리벤지 포르노 영상을 삭제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위원회가 영상 삭제를 요구했는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웹사이트는 52만5000호주달러(약 4억23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크리스티안 포터 법무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원하는 것은 가해자가 협박을 멈추고 리벤지 포르노물을 삭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디지털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 Office)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호주 디지털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 Office)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영국-피해자의 익명성 보장으로 2차 피해 막는다

영국 의회는 이달부터 상대의 동의 없이 사적인 성적 이미지를 공개한 행위를 '이미지 기반의 성적 학대(image-based sexual abuse)'로 규정하고 피해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을 법원에 제시했다. 앞서 리차드 버건 노동당 의원은 "피해자들은 이미 (리벤지 포르노 유출로) 사생활을 침해당했음에도, 가해자를 처벌하려면 자기 신원을 공개해야 해 신고를 어렵게 만든다"며 법 개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또한 리벤지 포르노 유출 가해자를 최대 2년의 징역에 처하고, 성적 영상으로 협박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일본도 '리벤지 포르노' 처벌 위한 별도 법안 제정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 담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 때문에 관련 법안의 통과에 난항을 겪었지만, 2014년 이후 많은 주에서 리벤지 포르노 처벌을 위한 별도 조항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현재 워싱턴D.C와 38개 주에 리벤지 포르노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존재한다.

미네소타 주는 2016년 8월 리벤지 포르노 유포 범죄에 대해 최고 1년의 징역형과 1000달러(약 113만원)의 벌금형을 명시했다. 또한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남겼거나, 피해자를 괴롭히려 한 경우, 해킹을 통해 영상을 얻은 경우 등에는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앨라배마 주는 지난해 초범 1년, 재범은 최대 10년의 징역을 살 수 있게 관련법을 개정했고, 루이지애나 주는 2015년 최대 2년의 징역형과 1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게 했다.

일본 역시 명예훼손죄, 음란물 유포죄로만 다루던 리벤지 포르노 범죄 처벌을 위해 2014년 별도 법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유죄 판결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으며,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는 업로드자의 동의 없이 리벤지 포르노물을 삭제할 수 있다.

김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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