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장에서 공매도 못하는 개미…"공매도 개인 비중 1%"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8.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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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38>'기울어진 운동장'…하락장에서 절대 불리한 위치에 놓인 개인투자자

편집자주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증시 하락장에서 공매도 못하는 개미…"공매도 개인 비중 1%"


10월 들어 증시가 큰 폭으로 급락하자 주식을 빌려와 매각하는 공매도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이익을 보거나 손실을 축소할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98.94포인트, 4.4% 폭락해 ‘검은 목요일’이 된 11일 거래소에서 공매도 거래는 781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공매도 통계가 시작된 2001년 1월 이후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이날 공매도 거래대금은 거래소 총 거래대금의 9.4%에 달했다.



같은 날 코스닥지수는 5.37% 떨어졌는데, 코스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은 1546억원으로 늘었다. 이날 거래소와 코스닥의 공매도 거래 합계액은 9360억원으로 국내 주식시장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최대 공매도 거래규모(합계)는 2월 8일 기록한 9766억원이었다.

공매도 거래는 10월 들어 증시가 급락하면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10월 들어 11일까지 9.1% 하락했는데, 이 기간 거래소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5458억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 9월까지 공매도는 일평균 3940억원 거래됐고 작년엔 3091억원에 불과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외국인과 기관뿐만 아니라 공매도 제약이 많은 개인들도 조금씩이나마 공매도 거래를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거래소에서 개인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2억원(투자자별 공매도 통계는 2017년 5월 22일부터 존재)에 그쳤으나 올해 9월까지 21억원으로 늘었고, 10월 증시 하락이 본격화되자 일평균 35억원으로 급증했다. 작년보다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기관도 10월 들어 거래소에서 일평균 1518억원의 공매도를 거래해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규모를 늘렸다. 공매도 거래에서 절대 다수(비중 60~80%)를 차지하는 외국인은 10월 들어 일평균 3905억원의 공매도를 거래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 60%이상 늘어난 규모다.


개인은 코스닥에서도 공매도 거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작년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9월까지 17억원으로 3배가량 늘어났다. 10월 들어 11일까지 코스닥지수가 14% 급락하자 개인은 공매도 규모를 하루 평균 29억원으로 더 늘렸다. 이는 작년에 비해 거의 5배나 많은 규모다.

사실 공매도 거래는 국내에서 증시 상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1월 거래소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331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월엔 3424억원으로 8년새 2.6배가 늘었다. 그리고 올해 10월엔 11일까지 일평균 5458억원으로 공매도 거래가 급증했다.

코스닥에서의 공매도 거래는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10년 1월 코스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78억원에 그쳤으나 올해 1월엔 2155억원으로 27.6배나 증가했다.

거래소와 코스닥 공매도 거래 합계액은 올해 2월 8일 9766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하루 공매도 거래대금이 9000억원을 돌파했다. 올 들어 10월 11일까지 하루 공매도 거래가 9000억원을 넘은 건 모두 세 번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하루 공매도 거래가 1조원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올해 말 미국이 네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채수익률이 급등하고 있고 또한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전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는 등 증시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어 하락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공매도 특징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개인들에겐 공매도가 쉽게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개인 공매도 거래가 크게 늘었다 해도 그 비중이 여전히 1%에 못 미친다. 10월 들어 11일까지 거래소와 코스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합계액은 6724억원인데 반해 개인은 64억원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불리한 경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증시 하락장에선 외국인과 기관은 자유롭게 공매도를 이용해 손실을 줄이거나 오히려 이익을 낼 수 있지만 개인들은 그렇지 못한 처지다. 그렇기 때문에 증시 하락이 지속되면 개인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밖에 없다. 개미들에겐 손절매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그래서 증시 하락장에서 개인들은 공매도를 폐지해 달라고 절규한다.

그러나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하루 평균 1조원 가까이 거래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이제는 공매도 폐지 여부 논쟁을 할 단계를 한참 지났다. 대신 개인들에게 공매도를 대폭 개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10월 들어 11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3371억원어치를 내다 팔며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데, 개인들이 무려 1조747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 자금여력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관은 겨우 3665억원 순매수에 그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개미들이 증시 하락장에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증시 하락이 지속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증시 하락장에서 개인들을 주식시장에서 떠나게 하지 않으려면 개인들도 보다 쉽게 공매도를 이용해 손실을 축소하거나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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