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또다른 노림수, 교황의 역사적인 첫 방북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8.10.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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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유럽순방에서 오는 17~18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남 주목

【로마=AP/뉴시스】프란치스코 교황. 2018.3.12.    【로마=AP/뉴시스】프란치스코 교황. 2018.3.12.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의 하이라이트는 오는 17~18일 예정된 바티칸 교황청 방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3자 테이블을 중심으로 북핵 협상이 진행되는 와중에, 교황의 역사상 첫 평양 방문이라는 '빅 이벤트'가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뜻을 전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8~2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을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했다. 백두산 천지에서 김희중 대주교가 "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 전달하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허리를 꾸벅 숙이면서 "꼭 좀 전달해주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이 한 달 가까이 지난 만큼, 김 위원장의 뜻은 우리 정부를 통해 이미 교황청에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백만 교황청 대사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인사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기도 하다.

조율이 물밑에서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면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에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지도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 알현 행사에서 "화해의 구체적 여정과 형제애 회복을 이끌어낼 상서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한반도와 전세계에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고 지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과거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이번 기회의 확률이 높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지난 2000년 3월 바티칸에서 바오로 2세 교황을 만나 방북을 요청했고 바오로 2세 교황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기적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교황의 방북을 결국 성사시키지 못했던 DJ와 달리, 문 대통령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초청 의사를 이미 이끌어 낸 상태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심만 이끌어 내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교황의 역사상 첫 평양 방문이 성사된다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동북아의 평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자신감 혹은, 개방에 대한 열망을 보여주는 사안이기도 하다. 바오로 2세 교황의 1979년 폴란드 방문은 공산주의 체제의 몰락을 당긴 사건으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공산권 국가들이 교황 방문을 꺼려온 이유다.

교황의 방북이 이번 유럽 순방을 통해 가시화된다면,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정권 초부터 강조해온 '대 바티칸 외교'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바티칸 교황청에 취임 특사를 보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 내외에게 묵주를 선물로 전하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당시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었는데, 다른 가톨릭 신자 국회의원들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시복식에 참석했었다.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 폴 갈러거 교황청 외교장관은 "교황도 2014년 방한 때 문 대통령을 만났던 기쁜 기억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담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축복과 지지를 재확인하고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북 문제 외에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이 회담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09.20.  photo@newsis.com  【평양=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밤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경축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에 입장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18.09.2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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