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시카고大, 유대인…깨지지 않은 '노벨경제학상'법칙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2018.10.0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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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분야 다른 노드하우스·로머 공동수상에 노벨위원회 "장기적 성장 장애물 규명 공통점"

출처=노벨상위원회 트위터 출처=노벨상위원회 트위터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의 경제학자인 윌리엄 D 노드하우스와 폴 M 로머 교수가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노벨 위원회는 세계 경제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했다.

노벨상은 '공동수상'이 대세다. 올해 수상자가 선정된 5개 분야(경제학 평화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에서 모두 공동 수상자가 나왔다. 노벨 경제학상만 해도 2000년대 들어 단독 수상자는 2006년 에드먼드 펠프스, 2008년 폴 크루그먼, 2014년 장 티롤, 2015년 앵거스 디턴, 2017년 리처드 탈러 등 5차례에 그치는 등 공공수상이 일반적이다.



노벨상에 공동 수상이 많은 것은 점점 연구가 대형화, 융복합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과학 분야는 1950년대 이후기술의 진보, 거대화, 학제간 융합화에 따라 공동연구가 특징적이고, 노벨과학상 공동 수상이 일반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문학상만 여태 공동수상자를 배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대 공동 수상자가 3명으로 제한되는 점이 불합리하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2013년 노벨물리학상은 힉스 입자 이론화에 참여한 6명 가운데 3명만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올해 경제학상 공동수상이 유독 눈길을 끈 것은 두 학자의 연구 분야가 외견상 전혀 별개라는 점이다. 노드하우스는 기후 변화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기후경제학 전문가로 꼽힌다. 로머는 기술 진보와 지식, 정책적 결정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내생적 성장이론’으로 유명하다.

노드하우스는 예일대와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공부하고 예일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로머는 시카고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을 받고 시카고대, UC버클리, 뉴욕대(NYU) 교수를 역임하는 등 학력이나 경력도 겹치지 않는다.

이에 노벨위원회 측은 노드하우스와 로머가 각각 기후변화와 기술혁신을 장기 거시경제학 분석 대상에 포함시킨 것을 공통 분모로 꼽았다. 고란 한손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두 교수가 장기적 성장을 막는 장애물을 규명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란 사무총장은 이번 수상자 선정에 대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미국인, 백인, 남성, 시카고대, 유대인이라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1969년 제정된 이후 지난해까지 상을 받은 79명 가운데 미국 국적은 46 명으로 58%를 차지했다. 수상자 가운데 흑인은 1979년 아서 루이스(영국), 동양인은 1998년 아마르티아 센(인도) 뿐이다. 여성은 2009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이 유일한다.

또 작년까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시카고대 졸업자나 교수는 29 명으로 37%이었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는 "3분의2, 아니 90%는 시카고대 덕분"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을 정도다. 아울러 유대인은 폴 새무얼슨, 밀턴 프리드만, 로버트 소로우 등 28 명에 달한다.

이번 수상자도 모두 미국 국적의 백인 남성이다. 여기에 로머는 시카고대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노드하우스는 부친이 독일계 유대인 이민자다. 이에 시카고대 인맥은 30명, 유대인은 29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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