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140여 곳 탱크를 모두 채울 수 있는 유류(약 440만리터)가 저장된 해당 시설은 대한송유관공사(이하 공사)가 판교와 대전, 천안, 대구, 광주 등에서 관리하는 저유소 중 하나다. 대한송유관공사는 전국 저유소와 송유관로를 포함, 약 6억5000만리터(410만배럴)의 석유제품을 보관하고 있다.
일차적 책임은 시설 관리 주체인 공사에 있다. 1990년 정부와 정유 5사 및 항공 2사가 합작해 설립한 공사는 사실 이름만 공사일 뿐 민영 저유소·송유관 운영사다. 2000년 민영화됐으며 지난 1월 기준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지분율이 각각 41%, 28.62%다.
해당 설비에는 유증기 회수 장치(탱크 유증기를 다시 액체로 전환해 유증기가 실외로 나가지 않도록 막는 장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발생한 불씨가 유증환기구쪽으로 옮아붙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 유류 관리 규모에 걸맞지 않은 안전 불감증이다.
정부의 안전 관리 제도도 허술했다. 고양 저유소는 2014년 이후 외부 정밀 진단을 받지 않았다. 해당 설비가 정부 저장 유량 기준(1억5000만리터)에 미치지 못해 국가 중요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11년마다 한번 외부 진단을 받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공사 관리 저유소 중 판교 저유소만 이 기준을 충족해 연간 두 번 점검을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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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풍등에 뚫린 유류 관리 체계가 의도와 계획을 갖춘 행동 앞에 무너지지 않으리라 기대하기는 힘들다. 정부와 공사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유류 관리 체계를 물샐 틈 없이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나라에서 유류 관리 체계의 허점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