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대세론 나오던 국민연금 CIO 낙마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8.10.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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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인지도 불구 평판 악화 부담된 듯…업계·노조 반대성명이 찬물 끼얹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낙마한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발표를 앞두고 주 전 사장의 내정설이 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낙마한 결정적 원인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실제 이번 기금운용본부장 인선 과정에서 주 전 사장은 늘 화제의 중심에 섰다. 주 전 사장의 인지도는 다른 후보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 재벌과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대해 비판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국민연금 개혁의 적임자란 이미지가 확실한 만큼 주 전 사장의 기금운용본부장 지원은 이른바 '윗선'의 사전 인가를 받은 것이란 의혹이 따라붙었다. 청와대는 부인했으나, 앞선 공모 과정에서 최종 후보자로 오른 후 정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응모를 권유 받았다며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주 전 사장이 기금운용본부장 지원 자격인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에서 3년 이상의 경험'을 갖추지 못했다는 논란 속에도 서류와 면접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최종 5인 후보로 포함되는 저력을 보인 것도 그의 대세론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으로 낙점됐다. 여론 악화가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 전 사장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데 함께 일했던 사람과 집단에서 매우 비판적"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임명 반대 청원이 올라오고 사무금융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가 반대 성명을 낼 만큼 적이 많은 인사를 선임하긴 여러모로 부담"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사무금융노조는 주 전 사장이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노조 와해를 시도하고 350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금운용본부장 자격이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자본시장과 호흡해야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특성상 시장을 대표하는 증권·자산운용업계에서조차 비판 여론이 확산된 것이 결정적 요인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가뜩이나 시장 영향력이 큰 국민연금이 CIO에 대한 불신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면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우호적이지 않은 기류가 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 후보추천위원회도 객관적으로 경력과 능력면에서 가장 적합한 안효준 사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금운용본부장은 635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운용의 최고책임자로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라고 불리지만, 지난 2월 공모 실패에 이어 6월 재공모에 나서는 등 우여곡절 끝에 1년3개월 만에 후임 본부장 인선을 마무리했다.

재공모에 총 30명이 지원한 가운데 서류와 면접전형에서 안 사장을 비롯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상무,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등 5명이 최종 후보자로 통과해 각축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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