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마지막 불금에는' 술·영화·책 얘기 수다 '심야책방'에 모인다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2018.10.09 08:39
글자크기

"밤이라 대화하기 더 좋아"…정부 행사지만 홍보는 개별 책방 SNS로

지난 9월28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책방서로에서 '9월 심야책방의 날'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지난 9월28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책방서로에서 '9월 심야책방의 날'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


지난달 28일 어둠이 내려앉은 서울 홍대 인근 골목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골목을 기웃거리는 사람부터 익숙한 듯 길을 걷는 사람까지, '올빼미족'을 위한 '심야책방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 밤 골목골목에 위치한 책방에선 '아는 사람만 아는' 불금의 은밀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볼 빨간 독서가들 "작가와 한잔하니 좋네요"



이날 저녁 7시30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책방서로'는 '9월 책방의 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에선 책 '애주가의 결심'을 쓴 은모든 작가와 만남의 자리가 마련됐다. 술과 관련된 책을 펴낸 작가인 만큼 화두는 단연 '술'이었다. 11명의 참가자가 모인 이번 행사는 '이야기를 이끄는 술, 술을 부르는 이야기'를 주제로 진행됐다.

수제맥주를 마시며 참가자들은 은 작가가 낭독하는 일본 소설가 다나베 세이코의 '춘정 문어발'의 한 구절에 귀를 기울였다. "바로 이거야, 라고 할 만한, 머릿속으로 늘 그려왔던 오뎅집이었다. 골몰길 모퉁이에 있는, 10명도 채 못 앉을 정도로 자그마한 가게(중략)." 책방서로의 모습을 묘사하는 듯했다.



맥주 한 모금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한 참가자는 "작가와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작가가 성실히 답변해줘 좋았다"며 "이런 자리 참석한 게 처음인데 밤에 대화하기 더 편하고 좋았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심야책방 행사에 처음 참가했다는 은 작가는 "인기 작가가 아니면 이벤트 운영에 폐를 끼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정부 지원이 계속돼 인지도 낮은 작가들도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2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책방서로에서 열린 '9월 심야책방의 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수제맥주를 마시며 은모든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책방서로 SNS 지난 9월28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책방서로에서 열린 '9월 심야책방의 날'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수제맥주를 마시며 은모든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책방서로 SNS
◇"정부 행사라 주목도는 있어요"…홍보는 개별 책방 SNS로


골목 책방들은 대형서점이 아니라 대대적인 홍보를 펼칠 수 없다. 개별 SNS에 의존해 서점을 알리고 행사소식을 전하다보니 책방의 홍보력에 따라 참여율이 달라진다.

같은 날 저녁 8시 서울 마포구의 한 책방은 '9월 책방의 날' 행사로 문학과 관련된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가 중반부를 지날 무렵이었지만 행사 참여자는 1명뿐이었다. 이 책방 매니저는 "'책방의 날' 행사에 처음 참여한다"며 "앞으로 작가와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으며 계속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곳 또한 주요 홍보수단은 SNS였다. 이 책방 매니저는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로 책방을 알리고 있다"며 "아직 책방이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다른 공연은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고 설명했다.



'심야책방' 홍보 안내문.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심야책방' 홍보 안내문.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3년 가까이 책방서로를 운영해온 고영환씨는 "혼자 무언가를 하기보다 정부 주도 행사라 주목도도 있어 참여하게 됐다"며 "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고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심야책방으로 선정된 서점은 행사 진행을 위한 지원금 20만원을 지급받는다. 고씨는 "지원금을 받아 심야책방을 운영하기 때문에 결과 보고서도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심야책방의 날' 홍보를 위해 별도 홈페이지를 마련해 지역별로 달마다 행사에 참여하는 책방 이름과 SNS로 연결되는 링크를 첨부해놨다. 해당 서점의 SNS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 행사지만 홍보는 개별 책방의 몫이다. SNS를 하지 않을 경우 해당 행사 정보를 알기 힘들다. 또한 콘텐츠의 종류에 따라 관심도가 달라지다 보니 유야무야 행사가 진행되기도 하는 것.

'심야책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부터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저녁 전국 서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함께 읽는 2018 책의 해'를 맞아 희망하는 전국의 서점들이 정규 개점시간보다 연장해 문을 열고 공간마다 자기 색깔에 맞는 이벤트를 펼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