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10배 성장…“금강산리조트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8.10.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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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만규 아난티 리조트 대표…올해 연말 ‘아난티 강남’ 착공 이어 금강산 리조트 재추진 박차

올해 연말 착공에 들어가는 '아난티 강남'을 비롯해 전국 아난티 리조트 7개를 소유한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고객 중심'이 매출이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북한 금강산에 문을 연 리조트가 2008년 중단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자, 그는 "(금강산) 시설을 2배 확장하고 내친 김에 평양까지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에머슨퍼시픽올해 연말 착공에 들어가는 '아난티 강남'을 비롯해 전국 아난티 리조트 7개를 소유한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고객 중심'이 매출이나 이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북한 금강산에 문을 연 리조트가 2008년 중단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자, 그는 "(금강산) 시설을 2배 확장하고 내친 김에 평양까지 진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에머슨퍼시픽


‘아난티 서울’ ‘아난티 부산’ 등 세련된 취향을 담보하는 고급 리조트 6개를 소유한 이만규(48)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인터뷰 내내 ‘고객’이란 단어를 수십 번 입에 올렸다.

경영자의 입에 발린 흔한 수식일지 모른다는 선입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꿋꿋하고 당당하게 ‘고객 중심’이라고 외쳤다. 그 말에 책임성을 부여하듯, 그는 올해 초부터 기존 브랜드 호텔이 하지 않던 ‘실험’을 잇따라 단행했다.



‘오후 3시 체크인’ 원칙을 없애 언제든 키를 받고 입실 전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고, 미니바와 룸서비스를 ‘원가’에 제공하는 ‘테이스티 저니’ 서비스도 만들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환호성이 나올 법한 행보다.

“지금 스마트 시대를 얘기하지만, 호텔(리조트)의 운영방식은 아직 30, 40년 전 문법을 그대로 고수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고객의 시야나 취향은 빨리 바뀌는데,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선입견에서 벗어나고 아웃사이더 관점에서 고객의 욕구에 부응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상위 0.1% 고급 리조트의 ‘특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좋아하는 ‘보편적’ 욕망을 연결하는 노하우는 아난티 리조트가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기도 하다.

지난해 개장한 ‘아난티 부산’은 ‘가고 싶은’ 욕망과 ‘갈 수 있는’ 현실의 간극을 최소화하며 평균 객실점유율 80%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지난 5년 새 아난티 리조트 전체 매출은 10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 대표의 다음 행보는 올해 말에 착공에 들어가는 ‘아난티 강남’의 건립과 남북경협의 일환으로 가속도가 붙은 ‘아난티 금강산’의 재추진이다. 그는 “지금 신경이 가장 곤두서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난티’는 그간 자연환경 중심으로 숙박시설을 만들었는데, ‘아난티 강남’으로 도심에는 처음 진출하게 됐어요. 기본 구상은 ‘오버’하지 말자예요. 여기서 고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해 그에 맞는 콘텐츠를 찾고 강남이라는 장소와 고객의 니즈를 연결하는 지점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난티 강남’은 다른 호텔보다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더 잘 지킬 방안, 먹거리나 즐길 거리를 객실 내부로 이어지게 하는 특별한 시스템의 구축 등을 모색하고 있다.

5년새 10배 성장…“금강산리조트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
아난티 그룹의 시작은 남쪽이 아닌 북쪽이었다. 지난 2004년 ‘아난티 금강산’을 통해 초호화 리조트 이미지를 과시했지만,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10년간 방치됐다. 현재 평화 무드 속에 그의 머릿속은 되레 복잡해 보였다.

“사업이 재개되면 골프장 잔디 씨를 뿌려야 할 것 같고 실내 인테리어도 좀 바꿔야 할 거예요. 당시엔 소수의 관광객에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시설을 2배 이상 늘려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곳으로 확장할 생각이에요. 폐쇄형 프라이빗 분위기에서 개방형으로 바꾸는 식이죠. 남쪽 시설보다 더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는 구조로, 외국인이 이곳에 묵은 뒤 ‘잊지 못할 곳’이라는 느낌을 주는 장소로 만들고 싶어요.”

이 대표는 아난티가 북한 관광에서 시금석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재가 풀리면 금강산을 넘어 평양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아난티 리조트에 대한 수요와 매출이 늘어나는 상황은 어려움을 겪는 호텔업계에선 희소식이자 질투의 대상일지 모른다. 그에게 그런 부분을 얘기했더니, “매출이나 이익 얘기는 내게 헛소리로 들린다”고 했다.

“이상하게 들으실지 모르지만, 매출이 얼마고 이익을 얼마 남기고 같은 건 사실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제게 관심은 오로지 ‘고객이 우리 장소를 매력 있게 느낄까’예요. 솔직히 말하면 리조트에 부족한 것도 많은데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상쇄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배우로 치면 ‘꽃미남’ 배우보다 ‘매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쪽이죠. 그래야 자주 보잖아요.”

아난티 호텔처럼 이 대표도 그랬다. 얼굴은 ‘꽃미남’ 계열이 아닌데, 말과 태도는 ‘매력’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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