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위원장 "국민이 원하는 건 공정사회...4년내 CPI 20위권 도약 자신"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18.10.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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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신고자 강력 보호, 청탁금지법 위반자는 엄중 처벌할 것"...반부패 총괄 '국가청렴위원회'로 조직 개편

지난 9월 21일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 2년을 평가하면서 향후 권익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홍봉진 기자지난 9월 21일 박은정 권익위원장이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청탁금지법 2년을 평가하면서 향후 권익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사진=홍봉진 기자


부정·부패에 지친 국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문재인정부는 이른바 ‘촛불민심’이 세웠다. 탄생 자체가 ‘반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에서 비롯되다 보니 국정과제 중 ‘반부패’ 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하며 개혁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부패’ 정책을 위한 개혁의 선봉에 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서 있다. 대학교수와 인권·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는 사람이 박 위원장이다.

박 위원장은 “가장 큰 이슈이자 모든 것에 전제가 되는 것은 공정사회”라고 강조했다. 최근 불거진 공공기관 취업비리, 여전한 청탁수수 같은 부정·부패로 나아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국민들이 관행으로 치부하던 것을 부패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법 시행에 대한 자부심도 드러냈다.



특히 현재 50위권인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2022년까지 20위권으로 높인다는 목표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형적인 학자 이미지와 달리 인터뷰 내내 중요한 대목을 언급할 때 나오는 강한 눈빛에서 강력한 ‘반부패’ 정책 추진의 의지가 엿보였다. 머니투데이가 청탁금지법 시행 2년을 맞아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박 위원장을 지난달 21일 권익위 서울사무소에서 만나 최근 행보와 향후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6월 취임 후 1년3개월이 지났습니다. 권익위원장으로서 소회는.
▶권익위가 하는 일은 2가지입니다. 부패방지와 국민권익 보호인데, 시민단체 활동 등을 통해 관심을 가진 분야라 낯설지 않습니다. 불량행정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밖에 있을 때는 아이디어나 의지만 있으면 정책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국정은 전체 맥락 속에서 다른 부처와 조율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습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됐습니다. 부패·부조리 관행 개선이라는 긍정적 반응과 함께 지나치게 엄격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여전한데요.
▶청탁금지법은 2016년 9월 시행 이후부터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8월27일부터 9월10일까지 3000여명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에 대한 각계의 인식도를 조사했는데 국민의 89.9%, 공무원의 95.6%, 공직유관단체의 97.0% 등 절대다수가 시행에 찬성하고 부조리한 관행이나 부패문제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일반 국민들이 공직사회의 뇌물이나 권력형 비리, 부패만을 부패라고 인식했는데 청탁금지법 시행 후 부패를 생활과 연관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이른바 ‘더치페이’(각자 내기) 문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물론 시행 과정에서 법의 안착을 저해하는 편법·탈법행위가 일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도 재확인했습니다. 사각지대가 있다는 뜻입니다.

-최근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벌어져 국민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요.
▶채용비리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권익위가 공동 대응했습니다. 이례적 적발로 끝나지 않고 채용비리와 관련질서가 현장에서 자리잡고 정착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입니다. 중앙행정기관부터 아래 유관단체까지 내부 점검을 꼼꼼히 하겠습니다. 결국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공정사회’입니다. 채용비리문제 해결은 이와 직결됩니다. 갈수록 은밀해지는 법 위반행위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부패 신고자를 강력히 보호하고 신고보상금과 포상금을 적극 지급해 내부 신고를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청탁금지법 위반신고도 규정에 따라 엄격히 처리하는 것은 물론 위반 관련자를 엄중히 제재할 방침입니다.

-일각에선 지난해 12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사례를 들어 추가적인 법령 개정을 관측하기도 합니다. 실제 ‘주류의 농수산물 원·재료비율 해석기준’을 놓고도 권익위와 농식품부 간에 이견이 있고 유권해석에 대한 미답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시행령이 개정돼 선물의 경우 가액한도가 5만원,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의 경우 10만원으로 규정됐습니다. 법 해석에 논란이 있는데 농수산가공품의 경우 농수산물을 원료 또는 재료의 50% 넘게 사용해야 가공한 제품에 해당합니다. 그 기준은 소관부처인 농식품부 및 해수부에서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등 관련법령에 따라 판단할 것입니다. 법 해석은 소관부처의 의견을 존중하되 청탁금지법 총괄기관으로서 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맞게 충실히 운영하겠습니다. 유권해석의 경우 시행 초기 해석에 대한 질의가 무려 1만9000건 들어왔는데 해석율이 현재 84.0%에 달합니다. 아직 대답 못한 건 10여% 정도입니다. 순차적으로 조속히 답변을 완료해 나가겠습니다.


-추석선물이 오고가는데 직무관련성이 없는데 무조건 안받는 것도 답은 아닌 것같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는 받지 못하지만 전혀 없는데 일절 안받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명절이 되면 서로 주고받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인정이고 정서입니다. 저 역시 오래전 은사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보냅니다. 청탁금지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선물을 받기도 합니다. 고가의 농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기면 농민들에게 상처를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선물에 대한) 유권해석은 시행하면서 쌓이면 되는 것인데 시행 초기 비용 등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면서 방향이 빗나간 면도 없지 않습니다.

-권익위가 반부패·청렴 총괄기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셨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그러려면 조직이나 기능상 개편이 불가피할 것같은데.
▶기존 중앙부처에서 한 부패, 공정, 청렴 등의 업무를 합친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간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와 국민들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은 여전히 높습니다. 권익위를 반부패·청렴 중심 조직으로 새롭게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돼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반부패 총괄기구로서 성격에 부합하도록 권익위 명칭을 ‘국가청렴위원회’로 변경하고 권익위 기능 중 다소 이질적인 성격의 행정심판 기능을 분리하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또 정부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부정환수법 제정, 부패사건 조사기능 강화 등 반부패기능 강화를 위한 법률 제·개정도 진행 중입니다. 특히 공공재정 법률이 900여개에 달하는데 부정수급 등과 관련된 징벌적 환수규정은 20여개밖에 안됩니다. 부정환수기본법이 빨리 제정돼야 합니다.



-부패방지와 고충처리 업무부서가 한 지붕 아래 있지만 업무 이질성 때문에 제대로 섞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08년 권익위 출범 당시 양 기능간 소통부재와 업무이질성 등으로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두 기능의 연계와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업무절차를 개선했습니다. 우선 별도로 접수하던 고충민원과 부패사건을 통합해 접수·심사함으로써 고충민원에 숨어 있는 부패를 연계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9년여 동안 고충민원으로 접수된 사건 중 1200여건이 부패사건으로 재분류돼 심사를 받았습니다. 부패분야 담당자가 고충처리 쪽으로 가면 고충처리지만 이면에는 뭔가 불합리한 것이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경험상 파악하고, 고충처리 담당자는 부패분야로 가서 자신들의 경험을 녹이고 있습니다. 부패와 고충민원 모두 이른바 불량행정에 해당합니다. 이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국민들의 권익구제에 보다 효과적입니다.

-한국의 CPI를 현 정부 임기 말인 2022년까지 2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가능한 목표인가요.
▶과도한 목표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만큼 문재인정부의 반부패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참여정부 때 투명사회 협약을 체결하면서 CPI가 높아졌는데 지난 10년간 정체됐습니다. 정책 추진력이 이어졌다면 지금 20위권이 됐을 겁니다. 당장 내년에 뭐가 달라지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법제를 정비하고 기업이든 공공분야든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의지를 갖고 시스템화한다면 순위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CPI는 결국 인식조사입니다. 경험한 것보다 부패하다는 인식이 높다는 것으로 실제 부패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이 그렇게 부패한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왜 이런 점수가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해외의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최근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민간기업의 사회적 기능이 증가함에 따라 민간분야 부패의 위험성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CPI를 높이기 위해선 공공분야와 함께 민간분야의 반부패, 청렴 노력도 필수입니다.

-연내 중점적으로 마무리해야 할 정책들은 뭔가요.
▶조직개선입니다. 고유업무가 부패 내지 공익신고자 보호인데, 보호자 지원은 아무리 제도적으로 해도 당사자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습니다. 채용비리 방지 종합 대응체계 마련과 갑질 금지 규정을 공무원 행동강령에 도입하는 등 주요 부패현안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반부패정책은 정부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국민 참여나 관심 속에서 꾸준히 추진하는 게 중요합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 인터뷰./사진=홍봉진 기자박은정 권익위원장 인터뷰./사진=홍봉진 기자
부정·부패 척결 칼자루 쥔 박은정 위원장은 누구?

문재인 정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권익위원회 박은정 위원장은 1년 3개월여의 임기 내내 반부패 정책 추진에서 조직 내부부터 돌아볼 것을 강조했다.

올해 권익위 신년사에서도 '국민을 더 촘촘히 배려하는 호민관', '권익위의 역할보다 그에 앞서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임명 당시부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라는 학자로서, 왕성한 인권·윤리 분야의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양쪽을 다 아우른 경험으로 국민권익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952년 경북 안동 출생인 박 위원장은 경기여고와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법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화여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4년 서울대 법대로 옮겼다.

대한법률구조공단 비상임이사,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인권재단 이사장, 한국법철학회장,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8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7차 국제반부패아카데미(IACA) 총회에서 집행이사회 이사에 뽑혀 아시아지역 그룹 대표 역할을 맡고 있다. IACA는 유엔반부패협약의 효율적인 이행을 위해 반부패분야 교육·훈련과 체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국제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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