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평화포럼]뉴욕에서 '비핵화-종전 빅딜' 외친 北

머니투데이 뉴욕특별취재단, 최경민 기자 2018.09.3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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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태형철-리용호 한 입으로 "北 일방적 핵무장 해제 안 돼"

【뉴욕(미국)=뉴시스】 특별취재단 김진아 기자 =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8 글로벌 평화포럼 :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서 리기호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관이 태형철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의 기조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18.09.29.   bluesod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뉴욕(미국)=뉴시스】 특별취재단 김진아 기자 = 2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8 글로벌 평화포럼 :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서 리기호 북한 유엔대표부 참사관이 태형철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의 기조연설을 대독하고 있다. 2018.09.29.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비핵화-종전 선언’은 한묶음이 됐다. ‘종전 선언’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국민 보고를 하면서 ‘종전 선언’관련 강의에 가까운 설명까지 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며 한미동맹, 주한미군과 무관하다는 게 골자다.

평화 협정으로 가는 첫 단계로 시각 조정을 해서 북미간 간격을 좁히자는 구상이 깔려 있다. 비핵화가 미국의 아젠다라면‘종전 선언’은 북한의 과제다. 북미 관계 정상화, 체제 보장 등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2018 국제 평화 포럼(2018 Global Peace Forum on Korea·GPFK)'에 태형철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고등교육상이 보낸 기조연설문엔 북한의 이 구상이 그대로 담겼다. 결국 비핵화와 종전선언·평화체제의 '빅딜' 촉구다.

태 총장은 우선 북측의 핵보유가 방어적인 목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핵은 우리 공화국이 주권, 개발권,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 “전쟁이라는 참사를 막기 위한 가장 신뢰할 만한 방법” 등의 논리다. 그러면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우리 공화국이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핵 개발을 포기했다가 몰락했던 무아마르 카다피의 '리비아 사례'도 거론하며 "우리의 일방적인 핵 포기는 미국의 (북에 대한) 핵 위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미국의 핵 위협이 '0'으로 줄어들어야 핵을 소유할 필요가 없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뉴욕,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본부에서 일반토의 연설을 갖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비핵화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갖게 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한 물밑접촉이 진행되고 있는 뉴욕에서 미국 측의 '상응조치'와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북측이 요구하는 상응조치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체제보장 프로세스다. 미군철수와 같은 직접적인 방법을 거론하는 게 아니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상호간 위협을 제거하자는 의도다. 미국의 관계정상화 보장과 북측의 비핵화 조치를 동시에 바꾸자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일방적으로 요구만 하지 말고, 북측이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태 총장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미국이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정치, 심리적 요인을 제거하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북미관계의 정상화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북미관계도 조선반도 비핵화 협정의 성공적인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며 "그동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북미간 비정상적인 적대관계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핵’보다 ‘적대관계’가 문제라는 논리를 강조하기 위해 핵을 가진 이스라엘이 미국에 위협이 안 되는 현실도 예로 들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추진은 관계개선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을 한다는 점에서 북측이 원하고 있는 것이다. 종전선언이 이뤄지면 향후 비핵화 협상이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6·25 전쟁의 휴전 상황을 끝내고, 궁극적인 평화체제까지 달성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 미국이 원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혹은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이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북측은 이런 '빅딜'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 발전도 달성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 있다. 북측은 최근 방북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IMF(국제통화기금), WB(세계은행)에 가입할 수 있다"고 했었다. 비핵화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경제적 체제보장도 노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태 총장은 "조선반도의 핵 문제,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위태로은 상황은 모두 불신과 대립을 야기하는 북미간 적대 관계에 기인한다"며 "조선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적대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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