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PT 탈락에 실망매물 쏟아진 KAI…투자자 '멘붕'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8.09.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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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유력' 기대감에 2개월새 40% 뛴 주가, 하루만에 급락…외국인·기관·연기금 등 일제히 순매도

美 APT 탈락에 실망매물 쏟아진 KAI…투자자 '멘붕'


미국 공군 차기 고등훈련기(APT) 교체사업 기종 선정 입찰에서 최종 탈락했다는 소식에 한국항공우주 (52,400원 ▼200 -0.38%)(KAI) 주가가 급락했다. 160억달러(1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기대감에 부풀었던 투자자들이 실망 매물을 대거 쏟아냈다.

28일 코스피시장에서 한국항공우주는 전날보다 29.8% 하락한 3만5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이 열리자마자 주가가 26.7% 떨어진 3만6650원까지 하락하면서 정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하기도 했다. 가격제한폭 가까이 주가가 떨어진 이날 거래량은 1300만주를 넘어섰다.



외국인과 기관, 연기금 등이 일제히 순매도에 나서면서 거래량이 폭발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1080만주)보다도 거래량이 더 많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블록딜(585만주)로 올 들어 한국항공우주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지난 7월11일(882만주) 기록은 오전에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이날 실망 매물이 쏟아진 배경은 APT 교체 입찰 결과 '보잉(미국)-사브(스웨덴)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미국 공군의 발표다.



한국항공우주는 입찰 과정에서 미국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뤘는데 보잉보다 수주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지난달부터 시장의 기대감이 무르익었다. 공군 뿐 아니라 해군, 해병대, 동맹국 등 후속물량까지 포함하면 사업규모가 50조원 이상 커질 것이라는 해석도 투자 포인트로 꼽혔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을 깬 탈락 소식에 전날 8% 이상 오르며 지난 3월 이후 6개월만에 5만원을 찍었던 주가가 단번에 추락했다. 지난 8월부터 2개월간 40% 이상 치솟았던 주가가 하루 만에 3만원대 중반으로 되돌아갔다. 사업자로 선정될 것을 기대하고 전날 고점에 주식을 산 투자자의 경우 하루만에 투자금 30%를 날린 셈이다.

美 APT 탈락에 실망매물 쏟아진 KAI…투자자 '멘붕'
한국항공우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관련 방산주도 약세다. 솔트웍스 (229원 ▲6 +2.69%)(-14;6%),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41,000원 ▼500 -0.21%)(-11.5%), 퍼스텍 (3,335원 ▼5 -0.15%)(-8.2%) 등이 줄줄이 급락했다.


이번 수주 실패에 대한 증권가 분석은 엇갈린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업자 탈락은 단순한 수주 실패가 아니다"라며 "한국항공우주의 장기성장성을 지지하던 이슈가 사라진데다 향후 해외 훈련기시장에서의 수주 경쟁력까지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투자의견을 종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는 4만5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낮췄다.

반면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APT 프로젝트의 공개된 수주 규모가 92억달러로 당초 예상치(160억 달러)에 못 미치는데다 납품기간이 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익성에 의문이 든다"며 "이번 수주 실패가 올해와 내년 한국항공우주 이익 전망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업계는 한국항공우주은 올해 매출액 2조4590억원으로 전년보다 18.9% 늘고, 영업이익은 1570억원으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엔 매출액 3조원, 영업이익 2200억원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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