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가' 文의 열흘…G2 아래서 끌어올린 '북미 빅딜'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8.09.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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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목표 100% 이상 달성…靑, '능라도 연설' 의미에 주목

/그래픽=이승현 기자/그래픽=이승현 기자


열흘 동안 '평양→백두산→서울→뉴욕'으로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비핵화 중재 외교전이 막을 내렸다. 북측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다시 세팅한다는 목표를 100% 이상 달성했다.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의 '빅딜'이 3개월 내에 달성될 수 있는 교두보도 마련했다.

이번 외교 일정을 앞두고 초점은 몇 가지에 모아졌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것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 국면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을 것인지, 그리고 양 정상이 이런 조치들의 '동시교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인지 등이었다.



문 대통령의 발걸음은 비장했다. 지난 18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서는 수차례 "결실"을 강조했고 19일 회담의 결과로 '남북 불가침 조약'에 가까운 평양공동선언을 도출했다. 이 합의문에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영구폐기'가 명시됐다.

문 대통령은 서울에서 대국민보고를 갖고 "합의문 외에 구두로 논의한 것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영변 영구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을 뉴욕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기와 장소를 조율 중"이라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했다.



열흘 간의 강행군이 맺은 결실은 분명하다. 처음으로 한국이 주도해 북측의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도출했고, 이를 합의문에 명시를 했으며 협상판을 떠났던 미국을 다시 자리에 앉게끔 했다. 미국이 협상을 물렸던 변수가 '중국과 무역전쟁'이었음을 고려하면 비핵화 협상을 G2(미국·중국)라는 슈퍼파워 간 종속변수에서 건져 낸 효과도 있다.

대립적인 '힘의 논리'가 아닌, '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협상의 논리'를 앞세울 수 있는 판을 마련한 셈이다.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의 동시교환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이라는 '미들파워'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추가적인 성과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되돌릴 수 없는 지점' 가까이에 간 것이다. 청와대 내부에는 문 대통령의 방북 일정 중 '능라도 5·1 경기장 연설'에 주목하는 기류가 있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15만명의 평양 시민들 앞에서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자고 확약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최초로 육성으로 언급한 비핵화의 의지를, 그대로 평양 시민들에게 전했다.


비핵화가 남북 정상 간 뿐만 아니라 북한 시민들과의 약속도 된 셈이다. 양 정상이 백두산 천지에 올라 활짝 웃는 얼굴로 두 손을 맞잡은 것은 '핵 보다 협력이 우선인 새 시대'의 프로파간다와 다름없었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는 북한 내부에서도 돌릴 수 없을 만큼 공식화됐다"고 언급했다.

'연내 종전선언'에 한 발 더 다가간 것도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시일 내의 종전선언'에 공감대를 표한 것이다. 북측이 확약한 비핵화 조치의 차질없는 진행을 전제로, 미국이 종전선언을 보장해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졌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 주어야 한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도 호소했다.

이제는 다음 라운드다. 판문점선언에 명시한 종전선언의 기한인 '올해'는 3개월이 남았다. 공은 북미 간 협상으로 넘어갔지만,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대처하는 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한 만큼 대화를 촉진시키는 데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남북미 3자 회담을 통해 종전을 공식화하는 게 분명한 목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번 외교일정 성과에 대해 "동력을 상실하던 북미 간 대화를 정상적 궤도로 복원시킨 것"이라며 "비핵화 방식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논의들이 비로소 시작됐다는 점 역시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평양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서 문재인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대화를 나누다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8.9.21.   photo@newsis.com   【백두산=뉴시스】평양사진공동취재단 박진희 기자 =평양남북정상회담 사흘째인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서 문재인대통령 내외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대화를 나누다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2018.9.21.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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