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개막…국민연금 8000억원 두고 경쟁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18.09.2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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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8000억원 라지캡 위탁운용사 모집에 IMM·스틱·H&Q 등 도전…11월 2곳 선정 예정

국민연금의 8000억원 규모 라지캡 출자 위탁운용사 선정 경쟁에 다수의 PE(프라이빗에쿼티)가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국민연금 라지캡 위탁운용사 선정은 대규모 펀드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PE간 자존심 대결 양상을 띨 전망이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개 운용사를 뽑는 국민연금 라지캡 국내사모투자 위탁운용사 모집에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H&Q아시아퍼시픽, SK증권 PE 등이 제안서를 냈다. 선정 결과는 11월 개별통보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라지캡 PEF(사모펀드) 운용사에 선정된 2곳은 최대 4000억원을 확보, 8000억원 이상의 펀드 조성에 나설 수 있다. 펀드의 만기는 10년 이내, 투자 기간은 설립일로부터 5년 이내다. 운용사는 펀드 관리보수에다 투자 성과에 따라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비교적 탄탄한 투자 경력을 갖춘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H&Q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다.



IMM PE는 2015년 국민연금 라지캡 운용사로 선정되며 1조25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했다. 3호 펀드를 통해 태림포장, 레진엔터테인먼트,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 우리은행, 에이블씨앤씨, 현대삼호중공업, 더블유컨셉코리아, 소카 등에 투자했다.

올해 들어선 한독, 캐프, 티브로드, 대한전선, DICC 등 투자기업에 대한 엑시트(투자금 회사)를 추진하거나 완료하는 등 투자 성과 확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 라지캡 운용사 선정 여부 등에 따라 2조원안팎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M&A(인수합병) 시장에서 SI(전략적투자자)와 손잡고 공동 투자에 나서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5000억원 규모의 '스틱-CJ 글로벌 투자 파트너십' 코파펀드를 통해 중국 물류회사 등을 인수하기도 했다. 올해 한국콜마의 CJ헬스케어 인수 때도 공동인수자로 참여했고, 최근에는 웅진의 코웨이 인수에 자금을 대겠다는 결정을 하며 주목받았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조원 이상의 두번째 스페셜시츄에이션(SS)펀드 조성을 추진중이다. 국민연금 라지캡 운용사 선정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조성한 약 6000억원 규모의 첫번째 스페셜시츄에이션 펀드를 통해 한화S&C, 미국 게임회사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 지분 등에 투자했다.

H&Q는 2013년 조성한 약 5600억원 규모의 3호 블라인드펀드에 이어 5년 만에 펀드레이징에 나선다. 3호 펀드를 통해 투자한 잡코리아, 일동제약, LS전선아시아, 소프트플레이코리아 등이 대체로 순항하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올해에는 CJ헬스케어, 11번가 등에 굵직한 투자에 나서며 저력을 보였다.

H&Q는 2호펀드에서 겪은 부진을 3호펀드를 통해 해소하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호펀드의 경우 그동안 투자기업 IPO(기업공개), 배당 등을 통해 약 2000억원을 회수했다. 11번가 투자 때 국민연금과 공동투자에 나선 경험도 있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투자 대상인 잡코리아의 경우 2013년 H&Q 인수 뒤 기업가치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며 M&A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외에 SK증권 PE의 경우 다른 후보보다 투자 경험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지만 국민연금과 공동 투자 계획을 내세우는 등 전략으로 경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PE의 운용자산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JKL파트너스, 유니슨캐피탈 등 주요 PE들이 이미 펀드레이징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거나 이미 조성한 펀드 투자에 주력하고 있어 올해 국민연금 라지캡 위탁운용사 경쟁이 비교적 치열하지 않았다"며 "후보 중에선 펀드 조성 및 투자 경력을 보면 IMM PE와 스틱, H&Q가 다소 앞서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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