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법원, 극우정치인 르펜에 "정신감정 받으라"

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2018.09.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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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잔혹행위 사진 보낸 혐의로 3월 기소…르펜 "이 정권 미쳤다" 반발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대표. /AFPBBNews=뉴스1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 대표. /AFPBBNews=뉴스1


프랑스 극우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 마린 르펜 민족전선당 대표가 정신감정을 받게 생겼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IS의 잔혹한 행위 사진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 때문이다. 르펜은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드려는 음모"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비난했다.

르펜 대표는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법원의 정신감정 명령서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달 11일자 소인이 찍힌 이 명령서는 파리 근교의 낭테르 형사법원이 발부한 것으로 르펜이 질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똑바로 답변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정신감정을 받으라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이 르펜에게 정신감정 명령서를 발부한 것은 현재 그가 받고 있는 재판 때문이다. 르펜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IS의 잔혹 행위 사진을 기자에게 트위터로 보낸 혐의로 올해 3월 기소됐다. 르펜은 지난 2015년 12월 자신이 속한 극우정당 국민전선을 IS에 빗대어 비판한 방송사 기자에게 트위터를 통해 IS 잔혹 행위 사진을 보내면서 "이것이 다에시(Daesh, 이슬람국가 IS를 경멸하는 아랍어 표현)"라고 적었다.

프랑스법은 테러, 외설물,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사진을 유포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르펜은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징역 3년 또는 7만5000유로(약 1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르펜은 유럽의회 의원 신분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면책특권을 주장했지만, 지난해 말 유럽의회와 프랑스의회는 잇달아 그의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르펜은 법원의 정신감정명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다에시의 잔악함을 비난했다고 해서 사법부가 나를 정신감정까지 받게 하다니, 미쳤다. 대체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가"라고 적었다. 르펜은 이번 조치가 자신을 수치스럽게 만들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프랑스 보도채널 BFM TV에 "전체주의 정권만이 할 수 있는 조치"라고 비난했다. 이어 의사당에서 기자들을 만나 자신이 박해당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법원의 정신감정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르펜에 정신감정 명령서를 발부한 사실확인요청에 응하지 않고 이것이 단지 일반적인 절차라고 밝혔다. AFP 등 보도에 따르면 현행 프랑스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상태인 르펜이 법원의 정신감정 명령을 무시해도 강제할 방법은 없다.

르펜의 분노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프랑스 극우 정치인 니콜라 뒤퐁에냥은 "이 나라 사법기구가 정치적 반대자들을 정신병원에 집어넣었던 과거 소련 행태에 영감을 받았나"라며 "이다음 단계는 강제수용소인가"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역시 극우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르펜과 자유를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연대를 표한다"고 적었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당 후보로 르펜과 경쟁했던 장 뤽 멜랑숑 프랑스 좌파당 대표도 "이는 정치적 결정이며 우리는 이런 식으로는 극우세력을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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