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마 맘껏 뛰놀도록"…'방목형 동물원'이 대안

머니투데이 김건휘 인턴기자 2018.09.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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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은 동물원 많아"…'동물원법' 개정 및 시민들의 인식 개선 필요

호주 브리즈번의 론파인 동물원. '세계 3대 동물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명성에 걸맞게 동물을 위한 드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사진=독자제공호주 브리즈번의 론파인 동물원. '세계 3대 동물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명성에 걸맞게 동물을 위한 드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사진=독자제공


대전 오월드에서 탈출했던 퓨마 '호롱이'가 지난 18일 밤 결국 사살됐다. 이를 두고 동물원을 폐지하거나, 유지한다면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방목형 동물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일 오후 1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동물원' 관련 청원이 200여 건 올라왔다. 대부분 '퓨마 사살' 이후 제기된 청원이다. 시민들은 하나같이 "동물을 보호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 캡처
특히 동물원을 '방목형', '사파리'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눈에 띄었다.

한 청원인은 "시드니 타롱가 동물원(Taronga Zoo)에 가본 적이 있다. 그곳은 오로지 동물들을 위한 구역이었다"며 한국의 열악한 동물원 환경을 지적했다.



이어 다른 청원인은 "제발 동물들이 원하는 곳에서 뛰어놀며 행복할 수 있겠으면 좋겠다"면서 '방목형 동물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타이베이의 사파리 동물원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기된 청원도 있었다.

/사진=포털 사이트 캡처/사진=포털 사이트 캡처
포털 사이트 여론도 비슷했다. 누리꾼들은 "사파리같이 동물들이 원래 살던 환경과 비슷한 동물원만 허용되길. 좁은 공간에 갇혀 이상행동을 보이는 동물들 보고 싶지 않아(frid****)", "영상매체가 이렇게 발달했는데 동물원이 필요한가요. 사파리 형태를 갖출 여건이 되는 동물원만 허용하는 게 어떨까요(lkjc****)"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호주 브리즈번의 론파인 동물원. 방목형이라 캥거루들을 바로 앞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사진=독자제공호주 브리즈번의 론파인 동물원. 방목형이라 캥거루들을 바로 앞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 /사진=독자제공
그렇다면 실제 '방목형 동물원'의 모습은 어떨까. 대학생 송지민씨(23)로부터 '방목형 동물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송씨는 호주에 지난해 1년간 '워킹 홀리데이(외국의 청소년들에게 특별비자를 발급하여 취업자격을 주는 제도)'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사진= Lone Pine 동물원 홈페이지 캡처/사진= Lone Pine 동물원 홈페이지 캡처
송씨는 호주 브리즈번에 위치한 '론 파인 동물원(Lone Pine Koala Sanctuary)'을 방문한 경험이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 동물원에는 탁 트인 공간에 캥거루 수백 마리가 풀려있다고 한다. 그는 캥거루 자체가 온순하다고 인식되는 동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단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으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땅이 워낙 넓어서 다들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사람이 그걸 쫓아다니는 모양이 신기했다고 한다.

론파인 동물원의 모습. 캥거루와 코알라가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독자제공론파인 동물원의 모습. 캥거루와 코알라가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독자제공
송씨는 "(나는) 사실 동물원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라 잘 안 가는 편이다"라면서도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보다 더 자유롭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한국보다 동물들 우리가 훨씬 컸고, 편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물원이라기보다는 동물보호소 느낌이 났다는 것. 무엇보다 동물과 '공생'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사살된 퓨마가 갇혀 있던 대전 오월드의 우리와는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대전시 중구 사정동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해 사육장이 텅 비어있다. 2018.9.18 /사진=뉴스1 대전시 중구 사정동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해 사육장이 텅 비어있다. 2018.9.18 /사진=뉴스1
이와 관련해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퓨마가 사살됐다고 마음 아파하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동물들이 많다."라며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멸종위기종 복원 등의 이유가 있어 동물원을 아예 폐지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SNS나 유튜브에 동물 관련 콘텐츠가 쏟아져 나와 수준 미달 동물원이 더 늘어나는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도저히 동물원이라고 부를 수 없는 열악한 시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동물원법을 개정해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대표는 "동물원이 무엇인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함께 변화해야 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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