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담판' 비장한 각오 품고 온 文대통령 파격환대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8.09.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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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8평양]파격의 연속…정상국가에 대한 의지도 보여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2018.9.18 / 평양사진공동취재단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평양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2018.9.18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담판'을 목표로 평양에 온 문재인 대통령을 파격대우로 맞이했다. 비핵화 협상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이번 회담에 있어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18일 오전 문 대통령과 우리측 방북 수행단을 맞이하기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영접을 직접 나왔다. 언제나 처럼 인민복을 입었고, 감색 양복을 입은 리설주 여사와 함께였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공군1호기에서 내리자 밝은 표정으로 포옹을 하며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부터 백화원 영빈관까지는 벤츠 무개차(오픈카)를 함께 타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항 영접 △승용차 동승 등이라는 측면에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 방북 당시와 닮은 꼴의 영접을 선보였다. 하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영접이 3차례의 평양 정상회담 중 최고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부부가 함께 영접에 나온 적이 없다. 리설주 여사와 함께 문 대통령 내외를 영접한 것은 정상국가를 표방하는 김정은 위원장 특유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순안공항에서 인민군을 사열할 때에는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에서 예포가 발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빈급 대우를 한 셈이다. 사열을 할 때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왼쪽에 나란히 서있었다. 국빈을 오른쪽에 두는 외교 관행을 지킨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같은 차에 동석해 진행한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 자체도 파격이었다. DJ는 순안공항에서 영접을 받았지만 카퍼레이드는 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를 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아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였다.

비장한 각오를 품고 평양에 도착한 문 대통령에 대한 환대였다. 북측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숙제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비핵화라는 실질적 조치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생각을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어깨가 무거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파격적인 환대는 2박3일 동안 진행될 회담에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다. 북한의 비핵화 협상 대상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고,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직후 미국으로 건너 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 역시 분명하게 보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건강한 모습을 보이며 건재를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4·27 회담 당시 사열을 위해 200m 정도를 걸었을 때, 거친 숨을 쉬던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랐다. 순안공항과 평양 시내에서 문 대통령과 나란히 걸으면서도 힘든 기색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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