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치킨 배달비 안 받는 곳 있나요"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8.09.1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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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배달비 2000원 올렸는데, 괜찮으시겠어요?"

BBQ 한 매장에 전화로 치킨 배달을 주문하자 돌아온 말이다. 본사 차원에서 가격을 올린 것이냐고 묻자 치킨집 주인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질문하자 "사실은 그게 아니라 주변 가게들은 다 올렸는데 본인만 올리지 않고 있어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보통 치킨 본사는 배달비를 포함해 치킨 가격을 산정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가맹점 차원에서 최저임금, 임대료, 원부자재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배달비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치킨 배달비 안 받는 곳 있느냐"고 물어보는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관련 내용을 본사에 문의하자 "본사 차원에서는 정책적으로 배달비를 받지 못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를 강제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BBQ, 교촌 등 치킨 브랜드는 9년여째 주요 치킨 가격이 그대로다.

대부분의 치킨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이 가격 인상 사유서를 제출하면 본사가 승인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맹점이 원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본사와 가맹점간 책임 떠넘기기에 소비자는 약이 오른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가맹점에 가격 자율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본사 방침을 정하든지 각 가맹점에서 늘어난 비용이 얼마인지 책정해서 일률적으로 가격을 올리든지 해야 한다.

시장조사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배달 음식 이용 경험이 있는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9.5%가 "배달료 인상은 가격을 올리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이들 중 80.9%가 "앞으로 치킨을 먹는다면 배달료가 없는 치킨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같다"고 했다. 소비에 있어 감정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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