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만 이사장 "인재양성과 일자리 미스매치, 기업과 손잡겠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18.09.21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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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일자리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지금이 바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재도약 위한 퀀텀점프 타이밍"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기 위해 기업들과 손잡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기 위해 기업들과 손잡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기업과 시장이 원하는 맞춤형 인력을 길러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재양성 단계부터 기업의 수요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채비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자리가 더 커지는 선순환 패턴을 만들겠다.”

기업과 근로자의 인적자원개발 지원사업을 총괄하는 김동만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59·사진)의 말이다. 노동계 출신의 김 이사장은 전국금융노조 위원장과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낸 뒤 지난해 12월 제14대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13일 서울 당산동 산업인력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의 고용부진과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의 영향보다 기업들의 인력 수요와 시장의 요구에 산업인력 교육기관들이 부응하지 못한 탓이 적지 않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의 인력양성과 시장의 수요가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던 대표적 사례로 지난 6일 열린 항공산업 채용박람회를 들었다. 그는 “모 대학은 항공관련 학과 졸업생이 1년에 110명인데 관련업계 취업자가 5명 밖에 안 된다”며 “기본적으로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학과와 정원을 많이 둬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자리위원회나 고용노동부 등에서 직접 현장에 와서 보고 이런 미스매치를 줄여야지, 요술방망이처럼 일자리를 뚝딱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인재양성 단계부터 사업주단체의 적극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등의 설계 단계부터 경제5단체와 손잡아 왔다. 직업훈련참여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인력공단이 양성한 인재의 취업지원을 위해 롯데그룹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CJ푸드빌과의 협력도 이끌어냈다. 한국노총 위원장을 지내며 닦아놓은 인적 네트워크가 한몫했다.



꼭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기 위해 산업인력공단은 올해부터 잠수기능장 등 5개 종목의 기술인력 검정을 새로 만들어 시행한다. 내년에는 로봇기구개발기사 등 12개 종목을 신설한다. 2015년부터 도입된 과정평가형 자격제도 기업에서 교육내용과 수준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곧바로 일할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하도록 돕는다. 지난 7월까지 이미 1143개 과정에서 1만6000여명이 교육 받고 2500여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김동만 이사장은 "교육기관의 특성화를 통해 학교 폐쇄 없이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 적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진=홍봉진 기자김동만 이사장은 "교육기관의 특성화를 통해 학교 폐쇄 없이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적시 적소에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진=홍봉진 기자
김 이사장은 고등학교, 대학 등이 인구감소로 정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 기업 수요에 맞춘 특화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서남대 폐쇄에서 보듯 교육기관을 하나 없애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며 “경북 영주의 항공고등학교, 경기 수원의 농생명과학고처럼 고교와 대학을 특화시키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숙련기능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특성화고에 들어간 학생들이 일학습병행제를 거쳐 기술인이 되는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대학에 보내겠다며 기업연계 교육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청년들 이 PC방에서 놀면서도 현장취업은 기피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단의 ‘찾아가는 숙련기술 체험캠프’의 참여인원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린 1680명으로 정했다. 산업현장 전문가가 청년구직자에 대한 멘토링을 강화해 숙련기술 인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취업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매년 17개 시도에서 열리는 기능경기대회 일정도 지역시민과 학생 참여가 더 쉬운 날로 잡고, 민간 기능경기대회 지원도 지난해 68개에서 2020년까지 100개 대회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여건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도 중요하다”며 “일학습 병행제 외에도 대학 재학생을 위한 인문계 특화 청년취업아카데미로 현장에 필요한 직업능력 향상을 지원한다”고 했다. 또 “올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하는 청년 훈련사다리 사업은 저소득층 청년들이 1년에 최대 900만원까지 직업훈련비용을 지원 받아 민간의 고급훈련과정을 받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김동만 이사장은 "해외취업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업 전체를 부정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사진=홍봉진 기자김동만 이사장은 "해외취업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업 전체를 부정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사진=홍봉진 기자
김 이사장은 청년일자리문제 해결의 중요한 통로인 해외취업사업이 전 정권에서 시작돼 ‘적폐’로 몰리는 것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 지원사업인 K무브로 지난해 5150명이 해외 일자리를 찾았다”며 “청년 실업자가 넘치는 상황에서 외국에 일자리 하나라도 구해서 내보내야지, 나무에 상한 사과 몇 개 있다고 나무 자체를 베어버리는 식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뿐만 아니라 관리직급에 대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수요가 적지 않다”며 “해외 취업에서 나타나는 현지 블랙기업 등의 문제점들은 산업인력공단과 코트라, 대사관이 협업을 통해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산업인력공단은 전국민의 평생고용역량을 키우기 위해 능력개발→평가→취업으로 이어지는 고용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한 단계 도약을 위한 퀀텀점프를 위한 타이밍에서 다양한 일자리사업의 연계성을 높여 기업의 인적자원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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