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투자·인재' 앞세운 美… '블록체인 패권' 노린다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18.09.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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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블록체인 전쟁-下]정책 지원, 대규모 투자 기반으로 선순환 생태계 조성

편집자주 전세계 주요 국가들이 블록체인 경쟁에 뛰어들었다. 새로운 경제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암호화폐(가상통화)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산업, 경제를 넘어 정치, 사회 등 전 영역의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올 핵으로 부상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국가들이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주요국들의 동향과 쟁점을 알아봤다.

'제도·투자·인재' 앞세운 美… '블록체인 패권' 노린다


기술 혁신의 발원지 미국에서 차세대 신기술인 블록체인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규제 당국의 제도 정비와 다양한 사업 접목 시도, 대규모 투자 단행 등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견인할 생태계도 일찌감치 조성됐다. 이를 기반으로 유럽, 중국 등과 치열한 블록체인 주도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美 블록체인 성장 이끄는 ‘제도·투자·인재’= 글로벌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에서 이뤄진 블록체인 관련 투자는 8억5800만 달러(약 9670억원)에 달한다.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투자 규모(6억3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정부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 노력에 힘입어 대기업, 벤처투자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진 덕분이다.



미국 정부는 다방면에 걸친 진흥 정책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카카오의 정책산업 연구에 따르면 진흥 정책의 핵심은 △정부 부처의 R&D(연구개발) 비용 지원 △개방형 정부 구축을 위한 연방정부의 연구 △주 정부의 법률 제정이다. 국토안전부와 에너지부는 중소기업 기술 혁신 프로그램과 중소기업 기술 이전 프로그램에 378만 달러(43억원)를 지원했다. 연방정부는 ‘제4차 개방형 정부를 위한 국가 실행전략’에 블록체인 기반 보고 시스템을 명시했다. 미국 국회 하원은 블록체인 입법 연구를 위한 ‘블록체인 코커스’를 발족했고, 주 정부 차원에서도 블록체인 기술 활용과 입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 활발하다.

미국은 블록체인 특허 개발과 인재 육성에서도 가장 앞선 국가다. 특허전문업체 iPR데일리가 발표한 블록체인 특허 순위를 보면 1위는 중국 알리바바가 차지했으나, 2~4위는 미국 기업인 IBM, 마스터, 뱅크오브아메리카였다. 최근에는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UC버클리 하스스쿨, 뉴욕주립대 경영대학 등 주요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블록체인, 암호화폐 관련 강의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했다.



◇블록체인 기술 다방면 접목 시도 ‘활발’= IT, 금융,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접목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IT 기업들은 자체 플랫폼과 블록체인 기술을 연계한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IBM은 월마트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로 농·축산물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해운회사 머스크와 함께 출입할 기록 등 해상 보험 관련 정보를 추적하는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에도 착수했다.

IBM은 월마트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로 농·축산물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IBM 홈페이지.IBM은 월마트와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로 농·축산물 유통 경로를 추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IBM 홈페이지.
나스닥은 블록체인 인프라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 주식 거래 전반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앞서 나스닥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링크’를 도입했고, 장외주식 호가 게시와 매매 상대방 탐색, 거래 협상·체결, 장외증권 청산 업무 등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금융 컨소시엄 ‘R3 CEV’는 미국 블록체인 업체 R3가 개발한 블록체인 송금 플랫폼을 기반으로 꾸려졌다. 현재 미국, 영국 등에서 80여곳에 달하는 금융기관과 IT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새 경제질서를 염두에 둔 블록체인 기술 주도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암호화폐·ICO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부정적인 인식과 소극적인 정책 때문에 자칫 패러다임 전환기에 편승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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