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가장 멋진 모습을 남기고픈 사진.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이 부여잡고 우는 사진. 바로 영정사진이다. 죽음을 앞두고 찍는 영정사진이 최근 2030세대에서 인기다. 죽음이라는 단어와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청년들이 영정사진을 찍는 이유는 뭘까. 청년들의 영정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진작가 홍산(24)씨를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영정사진'이라는 단어에 어두컴컴하고 스산한 분위기에서 찍을 거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은은한 조명과 소품, 분위기 있는 음악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20대 취준생의 영정사진을 찍고 있는 홍산 작가. /사진= 이상봉 기자
직접 영정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죽기 전에 찍는 영정사진이지만 다시 잘 살기 위해 찍는다'는 의견이다. 대학생 김호연(26)씨는 "취업 준비를 하며 바쁜 생활을 하던 중에 문득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생활이 반복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복잡한 고민들을 정리하고 다시 잘 살기 위해 영정사진을 찍는다"고 덧붙였다.
주말에 쉬면서 활력을 재충전하는 것처럼, 영정사진을 통해 힘들었던 생각을 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 힘을 낼 원동력을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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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들의 영정사진. /사진= 홍산 작가
"지난해 초 학과 후배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학과 인원이 30명 정도 밖에 없어서인지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죠. 이런저런 잡념 속에서 문득 '내가 죽으면 내 사진은 어떤 사진이 걸릴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과 사람들이 후배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나를 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구체적으로 영정사진 프로젝트에 대해 구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영정사진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중에 홍 작가가 추가적으로 생각한 것이 '유서'(유언을 적은 글)다. 유서를 통해 죽음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전달해주고 싶다는 취지에서다.
영정사진을 찍기 전에 유서를 작성한다. 죽음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전달하려는 취지. /사진= 이상봉 기자
약 1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사진을 찍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살아왔던 환경이나 고민거리를 알게 된다. 이를 공감하고, 이해하며 꾸밈없는 사진을 찍는 것이 홍 작가의 무기다.
청년들의 영정사진을 찍고 있는 홍산 작가 /사진= 이상봉 기자
마지막으로 영정사진 프로젝트가 끝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 작가는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