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미래 달린 '전고체배터리'…화학 이어 완성차 업계도 투자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안정준 기자 2018.09.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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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15조원 투자로 2022년 상용화 계획…현대차,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기업도 투자 늘리며 관심

전기차 미래 달린 '전고체배터리'…화학 이어 완성차 업계도 투자


'전고체 배터리(all solid-state battery)'가 미래 전기차 시대를 이끌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화학 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도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 충전시간 단축, 안전성 및 내구성 확보 측면에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투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든 것으로,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해 열과 외부 충격에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일본 기업들이 정부 지원까지 받아가며 적극 추진하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한국에 뒤진 경쟁력과 자존감을 전고체 배터리에서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토요타는 전고체 배터리를 '게임 체인저'로 보고 특허, 소재, 공정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총 1조5000억엔(약 15조4000만원)을 투자해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오는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출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공개적인 지원 사격도 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자동차업체와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 배터리 업체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에 나섰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스타트업 지분 인수 및 자금 투자를 통한 기술 제휴(파트너십) 방식을 택하고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올해 초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규모의 공동 벤처 펀드를 통해 전고체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 스타트업 '아이오닉 머티리얼'에 투자했다. 이들 3사는 이르면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BMW는 지난해 12월 미국 '솔리드 파워'와 기술협력을 맺었다. BMW는 2026년 전고체 배터리 차를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또 다른 미국 스타트업인 '퀀텀 스케이프'의 지분 5%를 지난 2014년 인수했다. 현대차 (277,500원 ▲1,500 +0.54%) 역시 올 상반기 미국 전고체 배터리 업체 2곳(아이오닉 머티리얼스, 솔리드 파워)에 각각 약 56억원과 약 33억원을 투자했으며 향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삼성SDI (374,500원 ▲8,000 +2.18%), LG화학 (362,000원 ▲2,000 +0.56%), SK이노베이션 (114,500원 ▲400 +0.35%) 등 국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성 확보가 숙명인 전기차 배터리 개발 특성상 고체상태의 전해질은 궁극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보쉬, 콘티넨탈 등 부품업체는 물론 2020년까지 전기차 사업 진출을 표명한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계획 중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궁극의 '고용량, 고밀도' 배터리로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충전이 훨씬 빠를 전망이다. 특히 고체상태 전해질로 인해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액체 전해질 누액 및 분리막 훼손으로 양·음극이 직접 접촉할 경우 발화 위험을 안고 있다면, 전고체 배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중심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에너지 밀도 극복이 최대 관건이다. 충·방전을 위해서는 리튬이온 이동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액체상태 전해질과 비교할 때 고체 형태에서는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최소 2040년까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제성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토요타가 2022년 양산한다 해도 품질 검증 등 단계를 거치면 2030년 무렵은 돼야 상용화가 될 것"이라며 "상용화가 돼도 기존 배터리 대비 경제성이 확보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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