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하는 신흥국 위기…아르헨·터키, 금융시장 출렁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2018.08.3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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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IMF 구제금융 조기 집행 요청…리라화 최근 3일간 8% ↓, 물가 급등 등 고통 가중

악화하는 신흥국 위기…아르헨·터키, 금융시장 출렁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와 달리 신흥시장의 위기는 악화일로다. 진원지인 아르헨티나와 터키 금융시장은 회복의 기미조차 안 보인다. 통화가치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물가는 치솟아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에 지난 6월 합의한 500억달러(약 55조4350억원)의 구제금융 가운데 미지급분을 조기 집행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시장의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IMF와 필요한 모든 자금을 동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내년 금융 프로그램의 준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MF가 조기에 지급할 구제금융 규모와 시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마크리 대통령이 갑자기 구제금융 조기 집행을 요구한 것은 최근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대외 부채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내년까지 갚거나 차환해야 하는 외채 규모는 249억달러(약 27조6165억원)에 달하지만, 페소 가치 하락으로 자체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IMF로부터 1차로 150억달러를 받았으며, 다음달 추가로 30억달러 정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320억달러는 환율 방어 등 위기 예방을 위해 활용하면서 분기별 점검을 통해 집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 재정을 통제하려는 마크리 대통령의 노력을 지지한다"면서 "(처음 구제금융을 지원할 때보다) 더 불리해진 국제 시장 환경을 고려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으로부터 아르헨티나를 보호하는데 초점을 맞춰 경제 정책을 수정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정부와 IMF의 구제금융 조기 집행 결정에도 시장은 부정적으로 움직였다. 미 달러화 대비 페소화 가치는 29일 하루에만 8% 절하됐으며, 연초 대비로는 83% 이상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금융위기 완화를 위해 IMF의 구제금융 조기 집행을 요청했지만,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는커녕 아르헨티나의 금융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으로 해석됐다"면서 "아르헨티나는 물가상승률이 30%를 웃도는 등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몇 달간 금리가 급등했다"고 전했다.

미국인 목사 구금과 미국의 경제 보복으로 신흥시장 위험의 진앙이 된 터키도 여전히 최악의 상황이다. 터키 중앙은행이 지급준비율 인하와 은행 간 대출 한도 확대 등으로 유동성 공급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리라화 가치는 최근 3일간 달러 대비 8% 넘게 하락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8일 터키 금융기관 20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했다.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로 터키의 경제신뢰지수는 7월 92.2에서 8월 83.9까지 떨어졌다.

코메르츠은행의 에스더 리슐트 연구원은 "최근 리라화 가치 폭락이 터키 경제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시장의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다음달 3일 발표되는 물가상승률 지표는 터키 정부의 통화정책 (올바른) 대응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15.39%로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이 더 뛰어올랐을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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