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수익률 55%…코스닥에서 바람 일으킨 리서치알음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8.08.2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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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독립 리서치로 출발해 성공 가능성 입증. 지원책·수익모델 구축은 고민

'평균 수익률 6.9%, 최고가 기준 수익률 55.7%'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리서치알음(이하 알음)'에서 올해 써낸 종목 리포트의 수익률이다. 알음은 올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매주 하나씩 총 16건의 리포트를 써냈다.

리포트 발간 후 비츠로시스 (477원 ▼4 -0.83%), 아난티 (6,070원 ▲80 +1.34%), 다스코 (3,475원 ▲30 +0.87%), 도화엔지니어링 (7,460원 ▼10 -0.13%) 등 4종목은 주가 상승률(최고가 기준)이 100% 이상이었다. 비에이치아이 (8,800원 ▲140 +1.62%), 희림 (6,430원 ▼10 -0.16%), 사조해표 (8,380원 ▼40 -0.5%)는 50%를 넘었다. 한 자릿수 수익률에 그친 건 AP위성 (17,480원 ▼480 -2.67%), 신성델타테크 (86,200원 ▲2,900 +3.48%), 팜스토리 (1,591원 ▲3 +0.19%), 피에스텍 (3,700원 0.00%) 등 4종목에 불과했다.



◇부진한 증시 '역주행' 대박 낸 알음 리포트=특히 증권가에서는 알음 리포트 발간 이후 8월10일(종가) 기준으로 평균수익률이 6.9%를 기록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둔다. 증시 하락 변동성이 커지면서 코스닥에 투자한 중소형주 펀드는 대부분 마이너스다.

알음은 국내에 독립 리서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독립리서치는 증권사에서 리서치 센터만 떼어져 나온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미국은 현재 250여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국내는 알음이 유일한데 유화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 출신 최성환 대표가 2016년 설립했다. 최 대표에게 알음 설립배경과 고수익 리포트가 가능한 이유를 묻자 "독립 리서치는 제도권 애널리스트들이 지닌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사진제공=리서치알음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사진제공=리서치알음


애널리스트들은 한 달 평균 1~2건의 보고서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상기업 2~3곳을 정하고 탐방을 다녀와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1~2주일이 걸린다. 일정이 꼬이거나 기업이 탐탁하지 않으면 다시 시작해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고서를 내면 영업점 투자 설명회를 돌아야 하고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NDR(논딜 로드쇼)과 세미나도 열어야 한다. 시장이 급변하면 보고서 발간이 미뤄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회의나 결재업무도 잦다.


◇증권사 리서치의 제도적 한계 넘어선 것이 성공비결=최 대표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부수 업무에 묶여있다 보니 시장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이런 부담을 모두 없애고 순수하게 시장과 직결되는 투자정보 발굴에 전념해 제도권을 뛰어넘는 보고서를 내보자는 것이 알음의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알음의 리포트 수익률이 높을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시장 트렌드를 짚는 '타이밍 보고서'다. 기존 증권사 체제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7월 초 나온 사조해표 보고서가 대표적인데 미국-중국 무역분쟁 여파로 식용유의 원재료인 미국산 대두박 가격이 급락해 식용유 원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보고서 이후 4일간 주가는 70%나 올랐다.

주목할 것은 알음의 인력이 4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적다는 느낌이 들겠지만 사실 증권사 스몰캡팀도 최근 1~4명 정도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최 대표는 "애널리스트, 회계사 등 4명의 인력이 일주일간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은다"며 "회계사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재무제표 분석은 물론 밀어내기 매출 같은 의심거래 여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강점이 크다"고 말했다.

◇독립리서치 정착하기 위해선 정책지원, 수익모델 확보가 절실=금융위원회나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을 포함한 중소형주 투자정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독립 리서치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나 구체적인 육성방안이 아직 없어 아쉽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독립리서치는 매수나 매도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목표주가'라는 표현도 안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종합병원 의사는 병원을 개업해도 되지만 애널리스트는 안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독립 리서치의 수익구조가 아직은 애매하다는 점이다. 최 대표의 고민도 여기 있다.

그는 "증권사의 경우 리서치센터에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기관투자자들의 주식이나 채권거래를 중개해주고 이 수수료를 받는다"며 "그러나 독립 리서치는 좋은 보고서를 내도 수입은 제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유럽 자산운용사들은 리서치에서 도움을 받으면 해당 콘텐츠 비용을 리서치 부서에 직접 지급하는 구조로 전환하려는 추세"라며 "한국도 기관 투자자들이 이런 고민을 하는 듯 싶은데, 지급하겠다는 자금이 너무 적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콘텐츠의 가격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독립 리서치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포인트라는 얘기다.

최 대표는 "일단 월 1만~2만원 정도로 리포트 유료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리포트는 무료로 하되 과거 리포트 다시 보기는 과금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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