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보험시장 '갑' GA는 어떻게 공룡이 됐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8.08.29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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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끝" 보험 GA의 그늘]<4>수수료 협상력 키우려 대형화...보험맨 출신이 판 키워

편집자주 특정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은 GA(보험대리점)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소속 설계사보다 많아졌다. 대형 GA는 웬만한 중소보험사보다 덩치가 커졌지만 규제 사각지대에서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보험시장 지배력을 키워온 GA의 실태와 문제를 살펴봤다.

[MT리포트]보험시장 '갑' GA는 어떻게 공룡이 됐나


GA(보험대리점)가 보험시장에서 ‘갑’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는 독특한 사업구조를 들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GA는 4482개에 달한다. 그런데 이름이 GA라고 해서 다 똑같지 않다. GA는 크게 독립형, 지사형(연합체형), 1인 GA(혹은 프랜차이즈형)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대형 GA 가운데 에이플러스에셋과 피플라이프는 대표적인 독립형 GA다. 독립형은 본점 중심으로 규정, 제도, 조직체계가 이뤄지고 모든 관리가 본점의 통제하에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영업 실적 면에서는 지사형 GA를 따라잡기 힘들다.



지사형 GA는 별도 법인으로 설립된 법인대리점이 연합해 만든 대형 대리점이다. 외형상으로는 지사들이 모두 똑같은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실상은 각자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GA업계 1위인 지에이코리아를 비롯해 글로벌금융판매, 메가주식회사, 리더스금융판매, 케이지에이에셋 등 상위 5개사가 모두 지사형 GA들이다.
지사형 GA는 산하 지점(지사 또는 사업단)이 본점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지에이코리아는 50개의 독립적인 지사가 연합해 만들어졌다. 각 지사의 대표들이 돌아가며 지에이코리아 전체 대표를 맡아오다 4~5년 전부터는 선거를 통해 전체 대표를 선출한다. 지사형 GA는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이같이 탄력적인 사업구조 덕분에 지사형 GA가 보험대리점의 대형화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GA들이 지사형으로 뭉치는 이유는 오로지 수수료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소속 설계사가 많을수록 판매력이 높아져 보험사로부터 더 많은 수수료와 시책을 받아낼 수 있다. 더 많은 매출을 단기간 올려야 하는 보험사의 ‘필요’와 더 많은 수수료를 받고 싶은 GA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실제 수수료율을 들여다보면 보험계약 모집실적(매출)에 따라 최고 수수료와 최저 수수료가 20%포인트가량(보장성보험 기준) 차이 난다. 통상 한 보험사 상품을 월납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2억원 넘게 판매하면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한 GA가 5개 보험사의 보장성보험을 팔아 월납 초회보험료 10억원을 넘기면 초회보험료의 6~10배인 60억원~100억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에 최고 수수료율을 적용받으면 추가로 최대 20억원의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GA들이 대형사로 몰려 몸집을 불리는 것이다.

지사형 GA는 오로지 수수료 수입 극대화를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하다 보니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지목된다. 문제가 생기면 ‘꼬리 자르기’ 식으로 폐업하고 간판을 교체하는 탓에 금융당국의 단속도 쉽지 않다.

세 번째 유형인 프랜차이즈형 GA는 5명~10명의 설계사들이 한팀으로 옮겨 다니면서 프랜차이즈처럼 활동한다. 아이에프에이, 더블유에셋, 브이에프씨 등이 대표적이다. 프라임에셋의 경우 독립형 GA에 가깝지만 최근 소규모 단위의 조직이 많이 유입되면서 프랜차이즈 형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프랜차이즈형이 더 쪼개지면 1인 GA가 되는데 이들은 별도 사무실도 없다 보니 관리 사각지대다.


지에이코리아, 글로벌금융판매, 프라임에셋 등은 소속 설계사가 1만명이 넘는 공룡 대리점들이다. 이들 공룡 대리점 탄생에는 뛰어난 영업력을 갖고 있는 보험사 출신의 보험대리점 대표 역할이 컸다.

업계 1위인 지에이코리아는 한화생명 출신이 의기투합해 설립했다. 한화생명 같은 대형 보험사들은 전통적으로 은퇴한 직원에게 보험대리점 설립을 지원해 준다. 은퇴자들이 하나둘 만든 보험대리점이 연합해 오늘의 지에이코리아로 성장했다. 지에이코리아는 설립 초기만 해도 한화생명 출신만 지사로 받아주며 끈끈한 응집력을 자랑했으나 최근엔 순혈주의를 고집하지 않는다. 특히 대형사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에이코리아 대표 자리를 서로 고사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케이지에이에셋은 교보생명 출신들이 모여 설립된 지사형 GA다. 프라임에셋은 형제인 이윤 이사회 의장과 이용진 대표가 공동경영하고 있는데 이윤 의장은 옛 동양화재 출신이다. 코넥스시장에 상장된 인카금융서비스의 최병채 대표도 현대해상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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