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경 통계청장이 지난 5월 29일 대전시 유성구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2020 인구주택총조사 자문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통계를 올해부터 없앨 예정이었다. 무응답률이 높아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황수경 통계청장도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표본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국민들한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해서 문제 제기를 많이 받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올해 2월까지는 정부·여당의 의도가 적중했다. 2월 발표된 지난해 4분기 가계동동향조사 소득 통계에서는 가계 실질소득이 8분기 9분기만에 증가하고 저소득층 중심 소득 증가로 소득분배지표(5분위배율)도 8분기만에 개선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역효과라는 비판을 제기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소득 동향 점검 회의'까지 개최하면서 민감하게 대응했다. 2분기 조사에서는 소득 감소가 하위 60%까지로 확대됐고, 역시 소득 격차는 2008년 이래 최악이었다.
이 과정에서 통계 신뢰성 논란이 재부상했다. 표본 가구가 지난해까지 5500개에서, 올해 8000가구로 확대되면서 표본가구 고령층 가구 비중도 크게 늘어 단순 비교를 하기 무리가 있는데도,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표본 가구 내 6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2분기 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2016년 32.4%에서 올해 37.2%로 증가했다. 조사 표본을 교체하려면 이전 그룹과 교체 이후 그룹의 중복률이 66.7%를 유지해야 하는데, 올해는 표본 가구가 크게 확대되면서 56.8%가 교체됐다.
낮은 응답률도 조사의 신뢰도를 낮췄다. 통계청은 2016년까지 가계가 직접 소득 내역을 가계부로 적어 내도록 했지만 불응률이 높아 지난해부터는 조사담당자가 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그렇더라도 불응률은 여전히 25%에 달한다.
통계청은 최근 2분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전년도와 올해의 통계수치를 직접 비교해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표본가구 구성의 변화에 대해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도 참고자료까지 냈다. 통계청의 담당 과장은 지난달 교체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황 청장이 논란의 책임을 지고 최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통계청장 교체가 가계동향 조사와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임 통계청장에 내정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가계동향조사와 인연이 있다. 지난 5월 가계동향조사 발표 직후 청와대가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에 추가 분석을 요청했는데, 당시 보건사회연구원쪽 담당자가 강 내정자였다.
강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과거 황덕순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소득분배를 주제로 보고서와 저서를 다수 발표했으며,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책을 같이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