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영표 더불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상황 관련 당정청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https://thumb.mt.co.kr/06/2018/08/2018082309177651750_2.jpg/dims/optimize/)
‘소득주도성장 VS 혁신성장’의 담론 구도는 사치다. 그저 철학없는 두 사람의 갈등일 뿐이다. 그러는 사이 경제 성적표는 악화된다. 둘 사이의 승패는 의미 없다. 동반퇴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청와대는 ‘김앤장’ 갈등에 말을 아낀다. 겉으론 ‘흔들기’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직을 걸라"는 문 대통령의 말은 기회를 준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한 관계자는 경제철학을 언급하며 "장 실장이 흔들리면 다 흔들린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를 보면 반대 시각도 만만찮다. 관료 사회 저항이라고 포장되지만 ‘실력’으로 장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일자리 확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문재인 정부의 네 바퀴 성장론이다. 일자리 확대를 궁극적인 가치라 보고 나머지 셋을 '세 바퀴'로 부른다. 대선시절 '동반 성장'이던 것이 집권 후 '공정경제'로 바뀌었을 뿐 큰 틀은 대선기간과 같다.
이는 문 대통령 대선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의 경제브레인들이 모인 곳이다. 국민성장의 소장이 조윤제 주미대사, 추진단장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었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해외의 임금주도성장을 국내실정에 맞게 소득주도성장으로 바꿔 네 바퀴 중 하나로 장착한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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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있다. 캠프에 공식합류한 건 2017년이지만 2016년부터 대선을 준비하던 문 대통령을 만나 일자리 정책, 재벌개혁 등에 아이디어를 주고받은 걸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조윤제 등 기존 경제브레인 외에 김상조도 포용한 끝에 '사람경제 2017' 구상을 냈다. 일자리 마련을 통한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이 과정 어디에도 장 실장은 없다. 집권 후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영입됐을 뿐이다. '혁신성장=김동연'이라 볼 수도 없다.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를 혁신성장의 사령탑으로 지목했지만 정책관리자의 책무를 준 것이다.
![계속되는 불화설에 휩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에 출석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https://thumb.mt.co.kr/06/2018/08/2018082309177651750_1.jpg/dims/optimize/)
단 정권의 탄생에 기여한 '지분'이 없고 정부 정책의 '철학'도 자기 것이 아닌 데서 한계가 드러났다. 지분이 없으니 우군이 없다. 철학의 부조화는 신뢰를 깎는다. 게다가 실력 발휘도 안 된다. 둘의 공수는 중요하지 않다. 소득주도성장의 폐기나 혁신성장의 좌절도 아니다. 양쪽 모두 '도마'에 올랐고 승패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패자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장하성) 혁신성장(김동연) 공정경제(김상조)의 세 바퀴가 동시에 도는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결과는 사실상 김상조라는 하나의 바퀴만 돌고 있는 셈이다. 그건 다행이지만 다른 두 바퀴의 회전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공정 경제’ 메시지조차 사라진다. 정책은 없고 ‘보완 대책’만 즐비한 게 2018년 경제팀이다.
"제가 웬만해선 사람 잘 바꾸지 않습니다." 참모들은 문 대통령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문 대통령은 다소 설익은 개각론이 나왔을 때도, 일부 장관들이 설화나 구설수에 말렸을 때도 이렇게 대꾸했다고 한다. 하지만 ‘팀워크’나 ‘직을 거는 자세’로 넘을 수 있는 상황인지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결국 사람이다. 철학이 없으니 팀워크를 꾀할 수 없고 능력이 없으니 직을 거는 것조차 무의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