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경담 기자, 임동욱 기자, 황시영 기자, 한민선 기자, 안재용 기자 2018.08.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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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시대](종합)

편집자주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는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해 1.05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올해 0.9명대로 내려서는 것이 유력하다. 이대로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출산율 기록을 또 쓰게 된다. 저출산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통계를 통해 들여다 봤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양육비에 신생아 작명까지…출산율 1위 지자체의 비결
[초저출산시대]①해남군 합계출산율 6년째 1위 유지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땅끝 마을'로 유명한 전라남도 해남군은 첫째 자녀를 낳으면 양육비 300만원을 지원한다. 해남에 주민등록을 둔 부모는 30만원의 일시금을 먼저 받고, 매월 15만원씩 18개월에 거쳐 분할금을 수령한다.

둘째 자녀(350만원)와 셋째 자녀(600만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양육비를 지급한다. 넷째 자녀 이상의 양육비는 720만원까지 늘어난다. 미혼모가 아이를 낳거나 12개월 미만의 영아를 입양해도 양육비 혜택이 돌아간다.



난임부부의 시술비 중 본인부담금 역시 해남군 몫이다. 교통비 등 경비까지 난임부부들에게 주는데, 지난해 1인당 74만6000원의 지원금이 나갔다. 1인당 2만9000원의 산전 검사 검진비도 지원한다.

금전적인 비용 뿐 아니라 출산 친화적인 문화가 더 두드러진다. 해남군은 자녀를 낳은 가정에 쇠고기와 미역, 신생아 내의 등 축하선물을 보낸다. 지역신문에는 신생아의 탄생 소식이 실린다. 작명가의 재능기부로 신생아 작명도 도와준다.

2012년부터 6년째 전국 229개 시군구 중에서 합계출산율 1위를 차지한 해남군의 비결이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7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전국 평균인 1.05명의 정확하게 두 배다.


전국 시군구 중에서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인구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인 2.1명을 넘어선 곳도 해남군이 유일하다. 합계출산율 2위인 강원 인제군(1.83명)과의 격차도 크다.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이 처음부터 높았던 건 아니다. 2007년까지만 해도 해남군의 합계출산율은 1.64명이었다. 당시 전국 평균은 1.26명이다. 군(郡) 단위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보다 비교적 높다.

전국 평균보다 높았지만 인구 유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결국 해남군은 2008년 출산정책팀을 신설했다. 2012년 무렵에는 양육비 지원을 현실화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심을 두지 않던 첫째 아이에게도 큰 혜택을 줬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2011년 1.52명이었던 해남의 합계출산율은 2012년 2.47명으로 치솟았다. 강숙 해남군 출산장려팀장은 "첫째부터 수월하게 자녀를 키워야 둘째와 셋째도 낳는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해남보다 더 많은 양육비를 지원하는 전남의 지자체가 7곳이다. 양육비 혜택만으로 합계출산율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해남군을 직접 둘러 본 중앙정부 관계자들은 "출산 친화적인 문화가 두드러졌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한계도 있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출산정책팀까지 만들었지만 해남군의 총인구는 추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8년 8만1043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7만3604명까지 줄었다. 합계출산율에 일종의 '허수'가 있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1위의 명성과 달리 지난 10년간 해남군 내에 분만시설은 없었다. 올해 1월에야 해남병원 내 산부인과에 분만실을 설치했다. 지금까지는 외래 진료만 가능해 분만을 위해선 광주시와 목포시로 가야 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출산율은 결국 청년들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해야 올라갈 것"이라며 "결혼, 적정한 부동산 가격, 안정적인 일자리, 삶의 질 보장 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수, 박경담 기자

한번도 가보지 않은 '0명대 합계출산율'
[초저출산시대]②2분기 합계출산율 0.97명…올해도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 기록할 듯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올해 상반기에 태어난 신생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줄어든 17만1600명이다. 통상 하반기보다 상반기 출생아가 더 많다. 올해 연간 출생아 숫자는 30만명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비교하면 '쇼크'에 가까운 숫자다. 2000년만 하더라도 연간 출생아 숫자는 64만89명이었다. 18년 만에 반토막이다. 2000년대부터 산모가 감소했기에 가능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 추이를 보면 단순히 산모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합계출산율은 산모와 출생아 숫자를 각각 분모, 분자로 둔다. 합계출산율의 하락은 산모가 줄어드는 것보다 출생아가 더 많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22일 확정치를 발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2명이다. 2005년 기록한 1.085명의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을 갈아치웠다. 한국은 2002년부터 16년 동안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의 초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다.

올해도 각종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7명이다. 2분기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통계청은 분기별 합계출산율을 따로 계산해 이를 연율로 환산한다.

출생아 숫자는 월별로 일정한 흐름을 보인다. 연초에 가장 많은 신생아가 태어난다. 연말로 갈수록 출생아 숫자는 줄어든다. 연말에 자녀가 태어나는 걸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따라서 2분기와 3분기 합계출산율이 연간 합계출산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지난해에도 합계출산율이 1분기 1.17명이었지만 4분기 0.94명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합계출산율은 연간 출산율과 동일한 1.05명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명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합계출산율 앞자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통계청이 2016년 12월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 전망은 1.22명이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40년부터 1.38명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통계청은 예상 경로를 벗어나자 내년 3월에 장래인구의 특별추계를 하기로 했다. 장래인구추계 주기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통계청조차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출생 통계를 예측하는데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지난 7월 단기 저출산대책을 발표했지만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중장기 대책은 아직 준비 중이다. 기존 저출산대책을 재구조화하는 대책인데, 빠르면 10월 경 발표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저출산의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단기대책을 내놓긴 했지만, 혼인율 제고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 등 중장기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출산율 OECD 꼴찌…마카오 수준으로 떨어지나
[초저출산시대]③OECD 회원국 중 한국만 유일한 초저출산국가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주요 선진국 중 꼴찌다. 포르투칼과 폴란드는 초저출산국가 굴레를 벗었다. 비교 범위를 전 세계 모든 국가로 넓혀도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곳은 마카오와 싱가포르 정도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 통계'에는 2016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현황이 담겼다. 가장 최신 버전인 2016년을 기준으로 할 때 36개 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68명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꼴찌 기록을 이어갔다. 2016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72명이다. 이탈리아(1.34명), 스페인(1.34명), 폴란드(1.36명), 포르투칼(1.36명)이 뒤를 이었지만 한국과 격차가 크다.

통상 합계출산율이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국가(초저출산 국가)로 부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09명을 기록한 이후 2002년(1.178명)부터 16년 동안 줄곧 1.3명 미만에 머물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국가도 한국이 유일하다. 포르투칼은 2014년(1.23명)까지만 해도 초저출산 국가였지만 2015년(1.30명)과 2016년(1.36명) 합계출산율이 올라갔다.

폴란드의 합계출산율 역시 2014년, 2015년에 각각 1.29명이었지만 2016년에 1.36명으로 올랐다. 결과적으로 한국만 OECD 회원국 중 유일한 초저출산 국가로 남게 됐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갈아치웠다.

OECD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이스라엘(3.11명)이다. 멕시코(2.18명), 터키(2.11명)도 대체출산율(현재의 인구규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출산율) 기준인 2.1명을 넘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 팩트북'(World Factbook)을 기준으로 해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최하위권이다. CIA가 224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19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합계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푸에르토리코(1.22명), 홍콩(1.19명), 대만(1.13명), 마카오(0.95명), 싱가포르(0.83명)다. 그러나 CIA가 추정한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6명이기 때문에 현실과는 다르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2명이다.

정현수 기자

초저출산기간 17년→16년으로 바뀐 이유
[초저출산시대]④1997~2007년 출생통계 시계열 정비로 합계출산율 평균 0.01명 상승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2명을 기록하기 전까지 역대 최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건 2005년이다. 당시 합계출산율은 1.076명이었다. 그때를 즈음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하고, 범정부 저출산대책이 나왔다.

그러나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7년 출생통계'에서 2005년 합계출산율은 기존 데이터와 다르다. 이날 자료에는 2005년 합계출산율이 1.085명으로 나온다. 시계열 보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출생통계는 16개월치 신고자료를 근거로 한다. 가령 지난해 출생아 숫자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이뤄진 출생신고를 토대로 산출한다. 2017년 12월에 태어나도 2018년 3월쯤 출생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다. 간혹 더 긴 시간이 지난 후 출생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에 따라 통계청은 10년을 주기로 시계열 보정에 나선다. 이번엔 1997년부터 2007년까지의 출생통계를 정비했다.

해당 기간의 출생통계는 유의미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사상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숫자가 50만명대로 내려온 2001년의 경우 기존에 공표된 출생아 숫자는 55만4895명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55만9934명으로 정정됐다.

지연신고 등이 반영된 5039명이 추가된 것인데, 2001년 합계출산율도 1.297명에서 1.309명으로 변경됐다. 통상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을 초저출산 현상이라고 명명한다.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된 시기가 달라진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2001년부터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됐다고 설명했지만, 앞으로는 2002년(합계출산율 1.178명)부터 시작된 것으로 정정해야 한다. 이번 시계열 보정으로 1997년부터 2007년까지의 합계출산율은 평균 0.01명씩 올랐다.

정현수 기자

"셋째 아이 2천만원 지원" 기업 출산지원정책 보니…


[초저출산시대]임신·출산·육아 부담 경감 위해 다양한 복지제도 운영

국내 대기업들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각종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육아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사내 어린이집 운영을 비롯해 근무시간 단축, 탄력근무제, 상시 휴직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운영 중이다.

◇사내 어린이집 운영

LG그룹은 지난 1996년 용산 사옥 인근에 어린이집을 개원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계열사별로 본사 및 전국 사업장 30여곳의 어린이집에서 1300명 이상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2013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 개원한 ‘LG사랑어린이집’은 575m² 규모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하우시스, LG상사 등 5개 계열사 공동으로 운영하며, 80여명의 어린이를 돌보고 있다.

GS칼텍스는 서울 역삼동 본사 인근에 '지예슬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대지면적 약 430㎡ 규모에 2층으로 이루어진 어린이집은 어린이 60여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자작나무 등 친환경 목재를 주로 활용한 생태 주택으로 만들었다.

현대차, 기아차도 본사, 연구소, 공장 등 주요 거점에 어린이집을 운영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대기업, 임직원 '임신·출산·육아' 배려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임신·출산·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난임휴직' 제도를 도입, 기혼여성 중 임신이 힘든 여성 임직원이 최대 1년간 휴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1회 3개월씩 최대 4회 휴직이 가능하다. 또 이와 별도로 3일의 유급 난임 휴가도 준다.

임신 기간에는 사무실 명패 옆에 '모성보호' 표식을 부착해 임신 사실을 공지한다. 또 임부 사원증 줄을 지급해 착용자가 입, 출문 시 엑스레이 보안 게이트를 우회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아울러 자율출근제를 적용하는 한편, 초과근로, 야간근로, 일요일 근로는 금지했다. 또 태아검진 휴가(1회 4시간)를 14회 부여하고, 유산 혹은 조산 위험이 있는 임신 초기 및 말기에는 본인이 희망하는 기간 동안 근로시간을 1일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유축(산부) 및 임부 휴게를 위한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산부 모유 수유시간은 1일 2회(30분씩) 인정되며, 근무시간에 포함된다. 본인 운전 차량은 출산예정일까지 주차권 등록 혜택을 주고, 점심 시간에는 임부 대상으로 간식을 제공하는 '예비맘 코너'도 운영한다.

이밖에 임신에 따라 수반되는 생리현상으로 치료나 수술을 요하지 않고 요양이나 안정이 필요한 경우 1년 무급 임신 휴직이 가능하다. 임부와 태아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치료와 조치가 필요한 경우 병가가 가능하다. 배우자에게는 출산휴가 10일을 준다.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포스코는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돕기위해 육아지원근무제를 시행하고, 난임치료휴가, 출산장려금 등을 체계화한 '포스코형 출산장려제도'를 도입했다.

육아지원근무제는 △완전자율출퇴근제 △전환형시간선택제 △직무공유제로 구성되며 임신기, 육아기에 있는 직원들이 본인(배우자 포함)이 처한 육아 여건에 따라 최대 2년까지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또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이 인공수정 등 난임치료를 위해 연 최대 5일까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경제적 부담으로 자녀 낳기를 꺼리는 현실을 감안해 출산장려금을 첫째는 100만원, 둘째 이상은 500만원으로 늘렸다.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1일 2시간 근로시간 단축을 하는 '사내 모성보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육아기에는 주 15~30시간 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또 임신 중인 직원의 사원증 목걸이를 차별화해서 회사 내에서 배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LG전자는 출산휴가(90일) 이전의 임신기간 중 희망 여직원에 한해 최장 6개월간의 무급 휴직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여직원들이 육아휴직 또는 근로시간 단축 근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세 이하 초등학교 취학 전 자녀를 가진 여직원은 최대 1년 동안 주 15시간~30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1일 120분 수유시간 부여 △출산휴가 3개월 및 육아휴직 1년, 유·사산 휴가 10~90일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는 임신 6개월 이후~출산 후 6개월 이내 기간 사이에 국내 호텔 2박 숙식을 제공하는 '아이 행복여행 제도'도 운영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출산 장려를 위해 '근로 단축 제도' 및 '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출산 및 양육 주기에 따라 출산전휴직(3개월), 출산휴직 (90일), 육아휴직(1년), 육아기 단축근로(1년)가 가능하다.

◇'여초(女超)' 항공업계 '여성친화' 정책

대한항공은 전체 직원 1만8000여명 중 42%가 여성 직원으로, 여성 친화 정책을 운영중이다. 객실승무원은 임신을 확인한 순간부터 임신휴직을 쓸 수 있으며 출산·육아휴직을 포함하면 최대 2년까지 휴직이 가능하다. 난임 판정을 받은 여성 직원 중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희망자에겐 최대 1년 휴직을 보장하는 난임휴직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 직원 재충전을 위해 최대 3년까지 휴직이 가능한 '상시 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자기계발과 휴식이 필요한 일반직 직원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출산과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후에도 상시휴직이 가능하다. 현재 직원 260여명이 상시휴직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 중 84%는 여직원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임신 인지 시점부터 휴직이 가능하다. 육아휴직을 포함해 최대 2년간 휴직할 수 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시행 중이며, 태아 검진일에 대해 유급 4시간의 검진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난임치료를 위한 휴직 기회를 주고, 태교음악 CD 증정 및 출산 축하금 제도도 있다.

이밖에 전 임직원 대상 자녀수 제한 없이 중고대학생까지 자녀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는 자녀 학자금 지원도 갖췄다.

대기업에 필적하는 복지 혜택을 주는 중견기업도 있다. 건축용 데크플레이트 기업인 덕신하우징은 첫째 아이 출산에 500만원을 지원하고 둘째 아이는 1000만원, 셋째 아이는 2000만원을 지급한다. 생산직 근로자에게는 결혼장려금과 학자금 지원이 더해진다.

임동욱, 황시영, 한민선 기자

[단독]소득 적을수록 '출포자'…출산 양극화 심화
[런치리포트-출산 양극화] 건보공단 최근 10년 분만 자료 분석…작년 소득 상위 40% 출산, 하위 40%의 2.2배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소득이 낮을수록 출산을 포기하는 등 저소득층에서 출포자(출산포기자)가 양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고소득자의 출산율은 높았다. 이른바 ‘출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혼·비혼 등 결혼 기피 문화 못지 않게 보육·주거 등의 출산 환경을 좌우하는 소득이 저출산 문제의 중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가입자 소득분위별 분만관련 급여건수 등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간 전체 출산에서 차지하는 저소득층 비중은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가입자 분만관련 급여건수, 즉 출산 건수는 지난 2008년 총 41만7462건에서 지난해 32만6684건으로 9만778건(22%) 감소했다. 이중 저소득층의 출산은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보다 현저히 낮았다. 건강보험 가입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5등분 했을 때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출산은 2008년 4만5108건에서 지난해 3만3000건으로 1만2108건(27%) 줄었다.

저소득층 가운데도 소득이 낮을수록 출산율이 더 낮았다. 1분위 중 하위 25%는 같은 기간 출산이 48% 급감했고 상위 25%는 20% 감소하는데 그쳤다.

반면 소득 상위 40%인 4~5분위는 소득 하위 40%인 1~2분위보다 출산율이 2배 이상 높았다. 양 계층간 격차는 2008년 1.693배에서 2013년 2.056배로 2배를 넘은데 이어 지난해엔 2.225배까지 확대됐다.

전체 출산 중에서 고소득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계속 커졌다. 5분위의 출산 비중은 2008년 15.07%에서 지난해 17.38%로 2.31%p(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1분위 출산 비중은 같은 기간 10.81%에서 10.10%로 0.71%p 감소했다.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또 직장인들 사이에선 연봉 3000만~4000만원 차이에 출산율 격차는 최대 5배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기준 연봉 수준 약 800만~1700만원의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의 경우 부양하는 0세 신생아가 1만8623명을 기록했다. 반면 연봉 약 3600만~6000만원 가입자는 부양 신생아가 9만716명에 달했다.

저출산 추세 속에서 소득 양극화에 따른 출산 양극화도 심화되면서 해법 찾기는 더 복잡해졌다. 소득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풍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게다가 최근 임금·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임금소득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 격차는 4.3배로 미국 다음으로 높았다.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수치)는 올해 1분기 5.95배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 위원을 역임한 금 의원은 “지난 10년 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 결과가 출산에서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소득의 집중, 분배의 실패가 출산 양극화의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계기반 및 사회안전망 지원과 소득 증대 견인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며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소득 양극화와 출산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희 기자

초저출산 대책, 출산독려에서 소득강화로 '턴어라운드'
[런치리포트-출산 양극화]청년·신혼부부 일자리·주거 지원 법안·정책 제안 활발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소득이 낮을수록 출산을 포기하는 '출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저출산 대책이 기존의 단순한 출산 독려에서 기본소득, 주거지원 등 사회안전망 강화로 변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의 출산율 감소는 둔화 양상이라 저소득층의 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다변화된 맞춤형 정책이 요구된다. 정치권에서도 저출산 정책의 세부 대책을 비롯해 예산에서부터 양적·질적 변화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저출산 대책, 청년일자리·주거 예산 확대=2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가입자 소득분위별 분만관련 급여건수 등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소득 상위 50%의 분만 건수는 21만4679건으로 소득 하위 50% 11만2005건의 1.92배에 달했다. 이같은 격차는 지난 2008년 1.54배에서 지속 확대돼 왔다.

이처럼 출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사이 정부와 정치권도 저출산 대책의 변화를 모색했다. 정부는 우선 청년고용 활성화를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내세웠다. 청년층의 소득 증진 없이는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등 청년 일자리의 질과 양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정부는 저출산 정책 예산 편성에서도 청년 일자리와 주거 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2018년도 시행계획'에 따르면 올해 청년일자리·주거대책 강화 부문은 전체 저출산 정책 예산 중 21.6%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 17.1%에서 4.5%p(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예산총액으로 비교하면 3조6375억원에서 5조6884억원으로 2조509억원이 늘었다.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청년기본법=저출산극복법=국회에서도 이같은 관점에서 출발한 저출산 대응 관련 법안들이 최근 잇따라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박주민, 자유한국당 신보라·이명수,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등은 청년기본법을 통해 결혼을 앞둔 청년들이나 신혼부부들의 소득 등 삶 전반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원욱 의원의 청년기본법안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 부채 해소, 결혼, 임신, 출산, 양육 등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법안으로 "청년의 삶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의 첫발조차 떼기 어렵다"는 인식을 반영했다.

고용 정책을 입안할 때 저출산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중장기적 방안도 제시됐다. 김정우 민주당 의원은 고용정책기본법에서 국가가 고용정책을 수립할 때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저출산 대책에 있어서 정부의 방향 전환을 유도하는 법안으로 평가를 받았다.

가구 소득 증대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도 적잖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아동수당법이 대표적이다. 아동수당법에 따르면 올해 9월부터 2인 이상 가구 중 소득 하위 90%인 가정의 만 6세 미만 아동은 월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는다. 지급대상 아동은 약 238만명이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에서도 가구 소득 지원 내용들이 많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전기·가스요금을 감면토록 하거나 다자녀 가구 소비 지원책으로 '다자녀 카드'를 발급해 문화·여가·보건·의료·교육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현금성 보조금을 국가가 전액 부담토록 하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박주현안)과 다자녀 가구 유치원비를 지원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안민석안) 등이 국회에 제출됐다.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先 주거 안정, 後 출산'=저출산 문제 해결의 전제로 꼽히는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방안들도 논의가 활발하다. 국회에 계류 중인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에서는 신혼부부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특별보급과 주택구입비·전세자금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지만 정부가 정책으로 일부는 추진 중이다. 정부는 신혼부부 지원을 위해 전세임대주택을 지난해 4000호에서 올해 7000호로 늘리고, 맞춤형 행복주택도 전년대비 3000호 늘린 6000호를 공급키로 했다. 신혼부부 전용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전세·주택구입자금 대출 우대도 강화했다.

소득 계층과 무관한 보편적 출산 지원 정책에 대한 요구도 많다. 특히 궁극적으로 일-가정 양립 제도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저출산이 심화된 원인 중 하나인 '워킹맘(일하는 엄마)'의 양육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 발의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만 하더라도 97개에 달한다. 법안들은 육아휴직 사용 보장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난임시술시 휴가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도 중소기업에 대한 공동직장어린이집 설치를 확대하고, 휴가급여 상한액을 기존 150만원에서 160만원으로 높이는 등 지원책을 내놨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높이고 육아휴직과 동일하게 해당기간 동안 근속기간을 인정했다.

또 주당 총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과 모성보호시간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초과근무 저축연가제 등을 통해 육아를 보장하는 근로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안재용 기자

"인구절벽시대, 민생문제 해결해야 초저출산 극복"

[런치리포트-출산 양극화]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기본소득·일자리 등 개선해 출산율↑"

[MT리포트] '출산 쇼크' 한국…출산율 1위 해남군 비결은?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입니다.”

20대 국회 개원 직후 출범한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에서 2년간 활동했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인구시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절벽’ 시대를 정치인들이 더욱 피부에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 의원은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연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수가 지난해 36만명으로 급감하고 소득에 따라 출산율도 양극화되는 등 ‘초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며 “결국 소득, 주거 등 민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요한 출산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 의원은 “당장은 사회 모든 영역이 저출산이라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사법행정을 인구환경 변화에 어떻게 맞춰나갈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의정활동을 변화된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출산이 지속되는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
▶일각에선 결혼 자체가 줄거나 결혼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초저출산은 경제, 노동, 교육 등에 대한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불필요한 학력 인플레이션, 양질의 일자리 부족, 늦어지는 사회 진출, 열악한 주거 환경, 낮은 소득 등이 초저출산의 원인이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시행 중인 저출산 대책은 2020년까지 추진되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계획 수립 당시 인구 전망을 재점검하는 것이다. 계획 당시엔 합계출산율을 2014년 기준 1.2명에서 2020년까지 1.5명으로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7년에 1.05명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1명 이하로 예상된다. 정책 수립의 전제인 통계 지표를 5년에 한 번이 아니라 해마다 점검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

-중장기적인 대책은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정부가 주요 정책을 수립할 때 출산율 효과 분석을 의무화해야 한다. 주거, 조세, 노동, 교육, 국방 등 어떤 분야도 출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과거 참여정부가 마련했던 ‘비전2030’과 같은 장기 전망과 계획도 필요하다. 출산율 회복에 프랑스는 20년, 스웨덴은 15년이 걸렸다. 국가 비전의 수립과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따로 떨어진 저출산 대책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저소득층의 저출산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데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정부가 최근 추진한 저출산 대책은 7세 이하 육아기 아동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 아빠의 육아휴직 보너스 인상, 배우자 유급휴가 확대 등이다. 저소득층과 관계가 없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비정규직 근로자, 영세자영업자들 입장에서 보면 식탁은 화려하고 반찬 개수는 많지만 정작 먹을 것은 하나도 없는 꼴이다. 소득 맞춤형 대책과 일자리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이 저출산 정책에도 연계 효과가 있을까.

▶150만원의 출산지원금 때문에 아이를 갖는 부모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은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소득 증대와 기본적인 생계 기반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은 그래서 중요하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소득 양극화를 줄여, 출산 양극화를 완화해 결과적으로 출산율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다. 청년 일자리 지원과 주거 지원 확대 등이 이를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다.

조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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