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찬받던 文대통령에 숫자의 역습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8.08.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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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적폐청산·외교 호평 vs '서민 지갑 불리기' 낙제 우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8.20.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8.08.20.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숫자'에 갇혔다. 어지럽게 쏟아지는 경제지표와 통계치들에 부정적 평가가 이어진다. 숫자들은 문재인정부의 경제 실력을 묻는다. 문 대통령이 보수의 전유물로 여겨진 규제혁신 추진 등 이미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경제성과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초조함도 커진다.

집권 1년, 올 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실력은 호평 받았다. '가치'의 영역에선 독보적이었다. 적폐청산이 대표적이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그 정신을 문 대통령에게 투영했다. 대통령의 태도도 전임자들과 달랐다. 국민을 만날 때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혔다. 따뜻이 안아줬다.



한반도평화를 위한 외교력도 빛났다. 북한이 추가 핵개발을 멈췄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이자 촉진자였다. 취임 첫 1년, 팬덤은 이어졌고 지지율은 굳건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렇게 잘 할 줄 몰랐다"며 극찬에 가깝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시험장에 앉은 수험생이면 제1교시 가치평가는 합격인 셈이다.

제2교시 숫자 영역에서 난제를 만났다. 7월 전년 대비 일자리 증가폭은 5000명으로 8년 6개월만의 최소치다. 글로벌 외환위기로 타격을 입었을 때만큼이나 우리 경제의 일자리창출 능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불안, 2년 연속 두자릿수 인상률(%)로 내년 8350원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된 주52시간 근무제도 있다. 그 방향은 맞다해도 경제현장에 파장이 커 국민공감이 절실하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기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앞당겨진 것도 정치적 부담이 큰 악재다. 설상가상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1명에 못 미치는 0.97명을 기록했다. 고용쇼크에 이어 저출산 쇼크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경제력이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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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역습'이 예상 못한 일은 아니다. 경제 실력은 집권하던 순간부터 국정 성패의 최대 변수로 여겨졌다. 문 대통령도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며 참모와 내각을 독려했다. 혁신성장에는 채찍질을 했다. 긍정적 지표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악재가 빨리, 한꺼번에 왔다. 이 숫자들은 소득주도성장론과 밀접하다.

부자나 대기업이 아니어도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겠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요체다. 전기요금,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등 최근 문 대통령을 옥죄는 숫자들은 지갑을 빵빵하게 불리기는커녕 더 얇아지지 않겠냐는 걱정을 키웠다. 최저임금 인상에만 기대기도 어렵다.


22일 현재 시장과 정치 영역에서 변화 요구가 높다. 우선은 정책방향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현실을 반영하는 건 문 대통령도 마다하지 않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1일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해 수단은 유연하게 본다"고 말했다. 정책이 인사로 귀결된다고 보면 상징적인 인사도 못할 것이 없다. 설상가상 '김앤장(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갈등설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미 변화중이다. '규제' 등 보수 정부의 전유물로 여겼던 가치를 과감히 끌어안았다. 은산분리를 "새롭게 접근하겠다"는 선언은 지지층 일부도 반발했다. 그럼에도 밀어붙이는 건 혁신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생활 SOC' 또한 전통적 SOC 사업에 대한 새 접근이다. 보수진영의 이슈에 문 대통령다운 가치를 결합해 돌파구를 열려는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 성과가 좋지 않으니 갈등설도 더 크게 보이는 것"이라며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가 정책대응을 한다고 단숨에 변화하는 게 아니다. 70년동안 해왔던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과정이고 그게 쉽겠느냐"고 경제성과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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