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아시아계 배우 영화 할리우드서 돌풍…'미션 임파서블'도 제쳐

머니투데이 김수현 인턴기자 2018.08.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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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북미 박스오피스 1위…'화이트워싱' '다양성 부재' 할리우드에 경종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 포스터/사진제공=네이버영화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 포스터/사진제공=네이버영화


출연진 전원이 아시아계 배우로 구성된 워너브라더스의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가 북미 박스오피스(영화 흥행수입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15일(미 현지시간) 개봉 이후 닷새 만에 예상을 훨씬 넘은 3400만 달러(약 381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워너브라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의 출연진이 모두 아시아계로 채워진 것은 1993년 디즈니의 '조이럭 클럽(Joy Luck Club)' 이후 25년 만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싱가포르계 미국인 케빈 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중국계 미국인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가 남자친구 닉 영(헨리 골딩)과 함께 싱가포르를 방문해 그의 부유한 가족들을 만나면서 느낀 문화적 충격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 영화가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분수령(watershed moment)'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 영화는 소셜미디어에서 '골드오픈'이라는 해시태그(#GOLDOPEN)' 캠페인을 확산시키며 할리우드 내 아시안계 배우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을 깨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해시태그는 금색(GOLD) 피부색을 가진 아시아인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OPEN)는 의미이다.

미국 내 아시안계 배우들은 이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상영관 표를 사들인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남도 자신의 고향인 애틀랜타에 있는 극장의 이 영화표를 모두 사들이기도 했다.



아시아계 배우 Brian Yang이 14일 상영관 전체 표를 사들인 인증샷을 #GOLDOPEN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Brian Yang의 트위터 캡쳐아시아계 배우 Brian Yang이 14일 상영관 전체 표를 사들인 인증샷을 #GOLDOPEN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Brian Yang의 트위터 캡쳐
◇할리우드 '화이트 워싱' 비판확산 계기

그동안 할리우드영화는 아시아인 캐릭터에 백인을 캐스팅하는 이른바 '화이트워싱(whitewashing)'으로 비판받아왔다. 2015년 영화 '마션'에 등장하는 한국계 과학자 민디 박 역할을 배우 매킨지 데이비스가 맡았고, 작년에는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원작의 영화 '공각기동대'에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일본인 역을 연기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흥행을 계기로 이러한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이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가정 이야기를 다룬 소니픽처스의 영화 '서칭'도 24일 미국 개봉을 앞둔 터라 할리우드에서 '화이트 워싱'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를 제작한 존 추 감독은 "아시아의 8월이길 바란다"면서, "(이 영화는) 새로운 움직임의 시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의 다양성 제고에도 기여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영화가 액션이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로맨틱코미디라서 그 약진이 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넷플릭스와 아마존을 통해 대부분 영상을 가정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액션블록버스터가 아니면 스크린 영화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이 영화는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로 흥행에 성공했다.

더욱이 백인 중심의 스토리가 아닌 아시아인들의 스토리가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이 영화 제작자 브래드 심슨은 NYT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진정한 다양성(True diversity)에 방점을 찍었다"며 "이제 영화 관객들은 똑같은 캐릭터로 구성된 빤한 스토리의 영화를 지겨워하고 있다. 관객들이 소파에서 일어나 (영화관으로) 갈만한 다른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방영을 조건으로 후한 선급금과 3부작 제작을 보장하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존 추 감독은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크린에서 대형 스튜디오를 통해 배급되어야 의미가 있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할리우드 영화 상영을 고집한 존 추 감독을 시작으로 점차 할리우드 영화계에 다양성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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