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국민연금 지급보장"…명문화 두고 '딜레마'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2018.08.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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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발전위원회 "명문화 하지 않은 현행 유지가 합리적"…명문화 요구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와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8.1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열린 2018년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8.17. [email protected]


"국가는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국민연금법 제3조 2항이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책무'다.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면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명확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국민연금 불신의 이유 중 하나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는 일찌감치 이 문제를 논의과제로 선정했지만, 일방적인 다수안을 내지 못했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로 판단했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결정해야 할 문제가 됐다.



◇55% '빼자' 45% '넣자' = 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17일 공청회에서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들은 정부가 오는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할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의 자문 역할을 맡는다.

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문제에 대해 "명문화하지 않는 현행 유지가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는 다수안을 냈다. '추상적 보장책임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소수안도 있었다.



다수안과 소수안으로 갈렸지만, 차이가 크진 않았다. 명문화가 필요 없다는 의견은 55%였다.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지급보장을 명문화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45%였다.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제도발전위원장)는 "공무원연금의 지급보장을 명문화한 것이 기금고갈 상태에 도달했을 때"라며 "국민연금도 명문화하면 공무원연금처럼 소진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자아낼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제도발전위원회의 안은 소극적인 안"이라며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노후소득을 강화하자는 사회적 요구를 감안할 때 법적으로 명백하게 명문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급보장 명문화, 5년 전에는? =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제도개선은 5년 마다 한번씩 이뤄지는데, 5년 전인 2013년에도 국민연금의 지급보장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가는 연금급여의 안정적·지속적인 지급을 보장한다"는 문구를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연금의 지급보장이 명문화된 형태였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지급보장'이라는 단어가 빠졌다. 2013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도 지급보장 명문화가 빠진 채 의결됐다. 우발부채가 발생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진다는 재정당국의 반대도 한 몫 했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다. 남인순 의원과 정춘숙 의원은 지난해 '지급보장' 문구를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공청회 결과 등을 반영해 정부안을 확정해 10월까지 국회에 제출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가가 만든 사회보험제도로, 기금이 소진되면 제도 운영상의 변화가 발생할 뿐 국가에서 반드시 지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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