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 시장 반도체의 부진 원인으로는 우선 지난해부터 불거진 업황 고점 논란으로 인한 관련기업의 주가 하락이 꼽힌다. 동종업계의 주가 하락은 공모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테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장비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고점 이후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또 지난해 상장한 반도체 관련 기업 9개 중 의미있는 주가 상승을 이어가가고 있는 종목은 코미코 (13,250원 ▲80 +0.61%)와 하나머티리얼즈 (54,900원 ▲2,000 +3.78%)뿐이다. 반면 선익시스템, 에프엔에스테크 등 4개 기업은 주가가 공모가의 절반 수준 혹은 그 이하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인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생산기업이 주도하며, 이들에게 장비 및 부품을 납품하는 1~3차 협력사가 수직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 대규모 생산능력과 기술력, 시장 지배력을 구축한 주요 1~2차 협력사에 속하는 기업의 상장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장외시장에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관련 기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증권업계에선 반도체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IPO 시장의 성장여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바이오가 새로운 주도 업종으로 부상했지만, 반도체를 비롯한 IT의 활약이 병행돼야 공모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초만 해도 올해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이 100개를 훌쩍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IPO 시장에선 바이오와 게임,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이 눈에 띄는 반면 반도체는 종적을 감췄다"며 "IPO 시장에서 국내 제조업 대표 업종인 반도체의 침체가 지속될 경우 코스닥 종목 다양성 측면에서 볼 때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