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日은행 '금융정책 미조정'의 파장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8.08.16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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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日은행 '금융정책 미조정'의 파장


일본은행이 지난 7월31일 장기시장금리 변동폭 허용치를 기존 -0.1~0.1%에서 -0.2~0.2%로 2배 정도 확대하겠다는 새로운 정책 방침을 밝힘으로써 일시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는 파장이 발생했다. 미국이 금리인상 정책을 계속하고 유럽중앙은행도 양적 금융완화 정책에서 출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 중인 일본은행에 대한 글로벌 자산시장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후 초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해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자산 매입에 주력해왔다.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계속 세계 최대 수준을 유지하면서 2017년 말에는 328조엔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정책마저 급변할 경우 신흥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자산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일본은행의 이번 금융정책 변화는 단순한 금융긴축이 아니고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장기화하기 위한 미조정이라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에게 이해되면서 그 파장이 완화되었다. 일본은행은 이번 정책변화의 또 다른 축으로서 금융정책의 방침을 미리 알리는 선제적 지침(Forward Guidance)을 도입,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즉 일본은행은 장기시장금리와 단기정책금리를 당분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당분간’이라는 시기가 초점이 될 수 있는데 이와 관련, 일본은행은 2019년 10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영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밝혔다. 아울러 일본은행은 이번에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하향수정했으며 목표로 하는 2% 물가는 2020년에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를 고려하면 일본은행이 적어도 2020년까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와 같이 일본은행의 이번 정책 변화는 한쪽에서 긴축, 다른 쪽에서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를 동시에 포함하는 등 난해한 면이 있으며 이는 고민스러운 검토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쉽게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가운데 비정상적인 금융완화 정책으로 금융기관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우려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예대마진 확보가 어려워진 지방은행의 경우 수익성 악화의 부작용이 심화하면서 일본은행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아무리 지폐 등 본원통화를 늘려도 경영이 악화한 금융기관들이 신용창조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총통화 확대가 그만큼 어렵고 물가상승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수익기회를 찾지 못한 지방은행들이 잘 모르는 해외기업에 대한 각종 투자 및 융자를 확대하기 시작하고 있는 것도 잠재적인 금융리스크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적어도 일본은행이 시중은행들의 중앙은행 당좌예금에 가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중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미국발 통상마찰의 영향이 점차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일본은행으로서는 엔고 가속화와 글로벌 자산시장에 대한 충격을 초래할 수도 있는 금융정책의 수정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7월11일자 이코노미스트지의 빅맥지수로 본 엔화의 대달러화 과소평가 수준은 36.4%나 되기 때문에 잠재적인 엔고 압력이 큰 상황이며 일본은행으로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향이나 세계경기 상황 등 대외여인도 신중히 검토해 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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