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기술…권오갑의 'R&D 7000' 전략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18.08.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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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등 신입·경력연구원 및 해외석박사 채용…2021년까지 연구개발 인력 7000명으로 세 배 이상 확대

오로지 기술…권오갑의 'R&D 7000' 전략


현대중공업그룹이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에 나섰다. 현재 2000명 수준인 연구인력을 3년 내 70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하는데 있어 R&D 인력 확보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인재 제일 중심주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158,800원 ▲1,300 +0.83%)과 전력기기 생산 업체 현대일렉트릭 (310,000원 ▼9,000 -2.82%),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현대로보틱스는 해외·석박사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가장 많은 인력을 뽑는다. 주요 분야는 △용접 △도장 부식방지연구 △극저온시스템 △로봇용센싱 시스템 개발 △인공지능제어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전력전자와 회전기, 현대로보틱스는 로봇 관련 제어기설계기술 등에 적합한 인력을 충원한다.



이와 별도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신입·경력연구원도 채용 중이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55,000원 ▲500 +0.92%), 현대로보틱스가 각각 두 자릿수 규모의 연구원을 뽑고 있다. 한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규모 공개채용은 힘들지만, 연구개발 중요성을 고려해 관련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R&D 인력 채용은 수년간의 실적 악화로 인한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미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지만 중국·싱가포르 등과의 격차가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분기에 6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이 3413억원에 머물러 시장 기대치(5000억원대 중반)를 크게 밑도는 모습을 보였다. 그룹 측은 단기적인 실적 저하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을 늘려 불황을 이겨내고 호황기를 대비하겠다는 포석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판교에 들어설 현대중공업그룹 연구개발센터 조감도./사진제공=성남시경기도 판교에 들어설 현대중공업그룹 연구개발센터 조감도./사진제공=성남시
조선업계에서 오랫동안 일한 권 부회장은 지난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집약적 사업으로 변신"을 약속했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의 R&D 인력은 약 2000명으로 오는 2021년까지 약 5000명 추가 채용을 계획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1년까지 3500억원을 투입해 분당구 정자동 4-5번지 잡월드 잔여부지에 연 면적 16만5300㎡ 규모의 R&D 센터를 새로 짓는다. 현재 울산과 용인, 성남 등에 흩어져있는 그룹 R&D 인력이 한곳에 모여 일하게 된다.

권 부회장은 "5000~7000여 명의 R&D 인력이 일하는 R&D 센터를 세워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R&D 센터를 통해 좋은 기술 인재를 끌어모아 우리 회사의 미래를 일궈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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