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현정은 회장 北 '믿음' 강조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한민선 기자 2018.08.0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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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방북해 북측과 공동 추모식 개최...北, 경협 파트너 '신뢰감' 대외 공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3일 임직원 및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 금강산 현지에서 고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그룹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이 지난 3일 임직원 및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 금강산 현지에서 고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그룹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는 현대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고, 현대가 앞장서 남북 사이의 사업을 주도하면 아태는 언제나 현대와 함께할 것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추모식 참석을 위해 북한을 다녀온 뒤 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아태위원장의 말이다.



현 회장이 방북한 것은 2014년 12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추모식은 남측 인사 30명과 맹경일 아태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20명이 참석해 공동으로 진행했다.

아태는 민간 차원의 대남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 내 대표적인 '대남 일꾼'으로 불리는 맹 부위원장은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으로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수차례 방한한 인물이다.



10년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현 회장은 북한의 '믿음'을 강조했다. 북한이 경제협력(경협) 파트너로서 현대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밝힌 것이다.

현대그룹은 1998년 금강산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 개성관광 등 20여 년간 남북경협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도 8월엔 현대아산이 북측과 합의해 철도, 통신, 전력, 통천비행장, 금강산물자원, 주요 명승지 종합 관광사업(백두산, 묘향산, 칠보산) 등 7대 SOC(사회간접자본) 사업권을 획득하고 원산·통천지구 협력사업 개발에 관한 합의서도 맺었다.

2000년 사업권을 획득한 후 18년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진행된 사업은 없었지만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남북화해 분위기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현대그룹을 여전히 유효한 '투자 파트너'로 인정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에서 진행된 고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지난 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사진=고성(강원)=김창현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금강산에서 진행된 고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지난 3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하고 있다./사진=고성(강원)=김창현 기자
현 회장의 방문으로 일단 현대는 북한으로부터 '투자 파트너'의 지위를 인정받은 셈이 됐다. 특히 맹 부위원장은 현 회장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추모행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남선전 매체들도 현 회장 방문 전에 현대그룹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 사업 재개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적인 대북 제재가 풀려야 한다.

2003년 정몽헌 전 회장의 타계 후 50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그룹 총수를 맡게 된 게 현 회장이다. 현 회장은 그간 주력 계열사(현대상선) 매각 등으로 경영이 어려웠지만, 그룹의 상징이자 아픈 손가락이었던 대북사업을 지켜냈다. 결국 대북사업은 그룹을 재건할 희망으로 떠올랐다.

"남과 북이 합심해 경제 협력과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현대그룹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현 회장의 '뚝심 행보'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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