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또 다른 안전불감증을 조장하는 사회

머니투데이 김영희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2018.08.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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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김영희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김영희 대한약사회 홍보위원장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사고가 나면 인재(人災)라며 안전의식 부재(不在), 안전불감증로 진단하고 탄식해 왔지만, 그런 탄식은 잠깐이고 다시 안전에 대한 인식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져왔다.



공사장에서 안전설비 투자를 외면하고, 공기(工期)단축을 자랑인양 떠드는 기업. 비상계단을 막아 재난시 손님이 피난하지 못해 대형참사로 이어지고, 창고로 개조해 활용하는 것이 비일비재한 건물. 이밖에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안전불감증에 기인한 것으로 언론에서 접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가슴에 비극으로 남아 있는 '세월호 침몰사고' 또한 '설마'가 낳은 안전불감증이 낳은 최대의 인재로 남아있다. 이러한 안전사고들의 공통점은 '부당한 이익추구', '습관화 되어가는 편리함', '설마~나한테 하는 안일함' 등이었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 대부분은 그러한 지적에 동의하고 자책해 왔다.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에 근무하던 하인리히라는 사람에 의해 밝혀진 '하인리히법칙'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이 법칙은 '1:29:300법칙'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산업재해로 중상자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 동안 우리에게 일어났던 안전사고들이 그 많은 잠재적 전조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간과해 온 결과라면 지금 어디에선가 벌어지는 전조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빈도수가 적다하더라고 피해자는 발생하고 그 피해가 바로 '나'일 수도 있다. 빈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장 내가 피해자가 된다면 안전사고 자체에 대한 충격도 충격이지만 '왜 나에게?'라는 원망과 억울함이 앞설 것이기 때문이다.

편의점판매약의 사회적 논란은 안전성이냐, 아니면 편의성이냐로 논쟁이 모아지고 있다. 편의성으로 포장된 편의점판매약 제도는 국민건강을 지키는 근본적 방안이 될 수 있을까. 도리어 약에 대한 접근편의성으로 인한 오남용 습관이 더 무서운 것은 아닌지도 우려스럽다. 국가의 기본 책무인 국민에 대한 보건의료 안전망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지만 복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요구된다.


한 가지 사례로 편의점판매약 제도가 도입되기 바로 전에 박카스라는 자양강장제가 의약품에서 음료수로 분류됐다. 그로인해 이전까지 의약품에만 쓰이던 무수카페인을 넣은 고카페인음료을 얼마든지 사먹는 상황이 됐고, 최근에는 미국 등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고민거리가 한국에서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국민건강을 산업발전을 위한 불쏘시개로 이해하는 경제부처가 있는 이상 자본친화적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에서 우리 국민들이 경험한 것처럼 국민연금재정을 대재벌의 재산증식을 위해 허무맹랑하게 쓰였던 것처럼 국민건강을 볼모로 재벌들의 '주머니 불리기'는 막연한 우려가 아닐 것이다. 현재 세대는 다음세대의 모든 것을 빌려 쓰는 것이라고 한다. 충분히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 건강마저 저당 잡히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 세대 건강만큼은 지켜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인리히가 이야기 했던 그 단 하나의 잠재적 원인조차도 찾아내는 노력을 통해 안전불감증이 국민건강에서는 남지 않도록 우리 모두 함께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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