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용호-아세안 밀착에 美 '제재' 견제구…ARF 외교전 본격화

머니투데이 싱가포르=박소연 기자 2018.08.0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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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리용호, 아세안 국가와 잇단 양자회담…왕이 "美, 北 정당한 요구 응답해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후(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대표단 숙소인 소피텔 싱가포르 시티센터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후(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대표단 숙소인 소피텔 싱가포르 시티센터 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3일 싱가포르에 도착해 아세안 국가들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개최하며 지난해와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다.

이날 오전 6시쯤(현지시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리 외무상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후 12시40분쯤 ARF 회의장으로 출발했다. 리 외무상은 먼저 판 빈 베트남 외교장관과 만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북측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후 2시40분부터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리 외무상이 직접 왕 부장이 기다리고 있는 회담장소로 이동했다.

리 외무상과 왕 부장도 이날 회담에서 북미간 비핵화 협상 상황을 비롯해 종전선언 관련 논의를 진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왕 부장은 북미 간 대화 결과가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미국이 북한의 정당한 요구에 응답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이날 기자들이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할 것이냐"고 묻자 "어제 말했다"고 답했다. 왕 부장은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에 대해 "시대의 발전 추세에도 완전하게 적합하고 남북을 포함한 각국 국민들의 소망에도 부합한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왕 부장은 이날 오후 강경화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도 종전선언에 대해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어서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있어 긍정적이고 유용한 역할이 있다"고 평가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전(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해 소피텔 싱가포르 시티센터 호텔에 들어서며 현지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일 오전(현지시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해 소피텔 싱가포르 시티센터 호텔에 들어서며 현지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리 외무상은 이날 중국 외에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태국 등과 양자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4일까지 라오스, 캄보디아와를 비롯해 호주, 뉴질랜드와도 양자회담을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ARF 기간 동안 중국을 비롯한 3개국과만 회담을 가졌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이 이어지면서 북한에 우호적인 성향의 국가들마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다만 캄보디아와 라오스측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대북제재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외무상은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을 상대로 자국의 비핵화 노력을 설명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북핵 협상과 관련 북측 입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고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리 외무상의 아세안 외교가 유의미한 결실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북제재 문제를 꺼내들고 아세안 국가들에게 엄격한 제재 이행을 거듭 촉구했다. ARF 계기 북한과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가 회복되면서 자칫 제재가 느슨해질까 우려하는 것으로보인다. AP통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하던 중 수행기자들에게 북한이 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것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아직 많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으며, 비핵화 약속에 부응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북 및 북미 외교장관 회담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북측은 이날까지도 한국과 미국측에 회담과 관련한 연락을 주지 않았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과 양자회담을 별도로 잡지 않았지만 ARF 회의 기간 중 양측의 접촉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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