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업계 '치킨게임' 공세 벌이는 중국 BOE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08.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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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중국기업에 의해 재편되는 글로벌 LCD 업계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LCD업계 '치킨게임' 공세 벌이는 중국 BOE


“전 세계 LCD업계는 3개, 많아도 5개의 업체로 재편될 것이다.”

왕동셩 BOE 회장이 지난 5월 개최된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만약 BOE를 포함한 3개 업체로 재편된다면, 우리나라 기업은 몇 개가 포함될 수 있을까?

◇BOE의 거침없는 성장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BOE의 성장세가 무섭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TV패널 시장에서 BOE는 2562만5000대를 출하해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31.4% 증가한 규모다. 왕동셩 회장이 장담한 30% 성장률을 넘었다.



BOE는 푸저우 8.5세대 라인이 풀가동되기 시작했고 전 세계 최초인 허페이 10.5세대 라인도 양산에 진입하면서 55인치이상 대형 패널 점유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BOE의 55인치 패널 출하량은 약 30%, 65인치 패널 출하량은 136%나 급증했다.

2위는 2419만9000대를 출하한 LG디스플레이가 차지했지만, 출하량이 전년 대비 4.3%나 줄었다. 55·65인치 이상 대형 패널 비중이 높기 때문에 출하면적 기준으로는 LG디스플레이가 여전히 1위다.



3위는 대만기업인 이노룩스, 4위는 중국기업인 차이나스타, 5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지했다. 출하면적 기준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2위, BOE가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BOE의 대형패널 비중이 올라가면서 하반기에는 BOE의 점유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BOE는 대형 LCD 패널 비중을 높이고 출하가격을 낮추면서 글로벌 LCD업계의 치킨게임을 앞장서 이끌고 있다. 이 여파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2분기 모두 적자로 돌아서며 상반기에 32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BOE는 1분기에 23억6000만위안(약 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LG디스플레이보다는 실적이 양호했다. BOE가 LCD업계에서 키 플레이어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BOE는 이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 중심을 바꾼 삼성디스플레이보다 LG디스플레이와 사업영역이 많이 겹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부터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 OLED 패널을 납품할 예정이다.


BOE 역시 애플에게 OLED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화웨이의 플래그쉽 스마트폰에 사용될 플렉시블 OLED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중국 스마트폰업체에만 납품해서는 고가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힘들다. 만약 BOE가 애플 공급업체로 선정되면 OLED 분야에서 삼성·LG·BOE의 삼각구도가 형성된다.

◇BOE의 성공비결
중국에서 BOE는 첨단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통신장비업계의 화웨이에 이어, LCD산업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중국기업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BO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6년 1월 BOE 충칭 생산라인을 참관하면서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 올해 3월에는 중국 국영 중앙방송(CCTV)이 ‘대국중기’(大國重器)라는 다큐멘터리에서 BOE의 플렉시블 OLED를 집중 조명했다.

중국 현지에서 분석하는 BOE의 성공 비결은 뭘까. 루펑 베이징대 교수는 BOE와 중국 LCD산업 성장사를 다룬 ‘광변’(光變)이라는 저서에서 BOE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외국기업과의 합작기업 설립 대신 자주기술 노선을 선택했다. BOE는 해외 M&A를 통해 글로벌 1위로 부상한 유일한 중국기업이다. M&A 대상은 우리가 잘 아는 하이디스(구 현대전자 LCD사업부)다. BOE는 2003년 하이디스 인수를 통해서 관련기술을 획득하고 LCD산업에 진입할 수 있었다.

둘째, 시작부터 글로벌 1위와 대대적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목표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인 2009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을 시작한 BOE는 현재 12개 생산라인을 갖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BOE가 물량과 가격을 앞세워 ‘치킨게임’ 공세를 할 수 있는 이유다.

셋째, 바로 24개월마다 반도체 집적도가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를 연상시키는 ‘왕(王)의 법칙’이다. 2010년 왕동셩 BOE 회장은 36개월마다 제품 성능이 두 배로 나아진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제품 경쟁력 제고를 통한 경쟁 전략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했다.

품질, 비용, 효율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비용을 낮추고 생산능력을 키우는 게 주요 목표다. 그 결과가 바로 치킨게임을 주도하면서도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BOE의 현 모습이다.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왕동셩 회장은 향후 3년 동안 매년 30% 성장할 것이며 매출액을 두 배로 키울 것이라는 말로 BOE의 물량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내비쳤다. 지난해 BOE 매출액은 938억 위안(약 15조5000억원)에 달했다.

왕동셩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과점 구조 하에서의 치킨게임이 끝나면 7.5세대 이하 라인은 도태되고 LCD 업계도 CPU와 GPU업계처럼 3개, 많아도 5개 업체만 남을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왕 회장은 BOE가 여기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과연 중국 기업의 굴기에 맞서서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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