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년 만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쳤다. 뜨거운 날씨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짧고 가볍다. 하지만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 남성들의 옷차림 은 사뭇 다르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정장바지에 꽉 막힌 구두, 빳빳한 셔츠 차림으로 폭염을 뚫고 출근한다.
![지난달 1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특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 긴팔 재킷과 긴 바지 차림의 직장인이 서있다. /사진=김휘선 기자](https://thumb.mt.co.kr/06/2018/08/2018080211025830194_1.jpg/dims/optimize/)
직장인 박모씨(28)는 "쿨비즈 허용 이후 반바지나 샌들을 종종 착용하지만, 회사 높은 분들과 대면할 땐 왠지 모르게 위축되는 느낌이 든다"면서 "여직원들은 치마나 반바지를 자유롭게 입는데, 남직원들은 회의나 미팅이 잡히면 되도록 긴바지를 입고 출근한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왜 '반바지 출근'을 부담스러워 할까. 폭염 속에도 긴바지를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 3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달 17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특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긴 바지를 입은 직장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https://thumb.mt.co.kr/06/2018/08/2018080211025830194_2.jpg/dims/optimize/)
대학 교직원 J씨(27): 휴일 말고는 반바지 입고 출근한 적 없어요. '반바지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아무도 입지 않아요. 반바지는 집에서 편안하게 입는 옷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직업 특성상 학생들을 마주해야 하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일이 많아 긴바지만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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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직원 K씨(31): 아뇨. 반바지 입고 출근한 적 없습니다. 사규에도 '반바지 착용불가'라고 돼 있거든요. 특히 영업직원의 경우 고객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관례상 긴바지만 입어요. 영업직원들과 형평성을 위해 내근 직원들도 반바지를 입지 않습니다.
대학도서관 사서 P씨(29): 반바지 입은 적 한 번도 없습니다. 학교에서 근무 복장 지침이 공문으로 내려왔어요. 품위 유지를 위해 용모를 단정히 하라는 내용이죠. 지침에서 반바지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용모 단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반바지를 입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외부인과의 접촉도 많고 사람들을 대해야 할 일이 많아 반바지 차림이 자칫 예의에 어긋나게 보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반바지(왼쪽)와 긴바지를 각각 입은 모습. 어떤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사진=이미지투데이](https://thumb.mt.co.kr/06/2018/08/2018080211025830194_3.jpg/dims/optimize/)
대학 교직원 J씨(27): 반바지 입을 수 있다면 입고 싶어요. 여자 선생님들은 옷차림 선택사항이 많아요. 반바지, 치마, 티셔츠, 블라우스 등 가볍게 입을 수 있어요. 반면 남자 선생님들은 긴바지에 반팔 셔츠 정도만 가능하죠. 그런데 만약 반바지가 허용되더라도 일주일 내내 반바지를 입진 않을 것 같아요. 외부 사람을 만나야 하거나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 가야 한다면 예의상 긴바지를 입을 거예요.
제약회사 직원 K씨(31): 반바지 입고 출근하고 싶어요. 출퇴근을 하는 동안 너무 덥고, 반바지를 입었다고 해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남직원들만 반바지를 못입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나죠. 남자 직원들은 긴바지에 셔츠로 복장이 통일되지만, 여직원들은 반바지나 치마 등 자유롭게 입으니까요.
대학도서관 사서 P씨(29): 그럼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반바지 입고 다니라고 하면 계속 입고 다닐 거예요.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