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수소경제도시' 中 루가오...'수소전기車 굴기' 시동

머니투데이 루가오·상하이(중국)=장시복 기자 2018.08.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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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수소전기차 시대]中 젊은 인재들 '미래 주도' 수소전기차 연구에 몰려..독일 등 선진국 기업서 스카우트도

중국 루가오시로 진입하면 'UNDP가 선정한 수소경제 도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나온다./사진=장시복 기자중국 루가오시로 진입하면 'UNDP가 선정한 수소경제 도시에 오신걸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나온다./사진=장시복 기자


#. "UNDP(유엔개발계획)가 선정한 수소 경제 도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난달 18일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서 서북쪽으로 약 3시간 차로 달려 장쑤성 루가오시(市)로 들어서자 큼지막한 안내판이 반겼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시로 불리지만, 우리로 치면 구(區) 정도의 소도시다. 그럼에도 중국의 대표 수소전기차 전진 기지로 변모하고 있다.



원래 루가오시는 면직(綿織)·육가공 등 전통산업을 주로 영위해왔다. 그러나 이제 빙(Bing)에너지 등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관련 기업들과 완성차 공장이 들어선 대규모 수소 클러스터가 형성돼 가고 있다.

마진화 루가오시 당공위 부서기는 "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역 발전을 위한 미래 새 먹거리를 고민했었다"며 "중앙 정부에서 지원하는 신에너지차, 그중에서도 수소전기차 산업을 적극 공략하기로 하고 꾸준한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아직 도시 외곽 공업단지 분위기도 나지만, 중국 수소 경제 변화의 시작점이 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장웨이둥 UNDP 프로젝트 매니저는 "루가오시가 연료전지 뿐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 수소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2016년 수소경제 시범도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루가오시 자동차문화관 초입에 '수소에너지타운'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암석이 있다./사진=장시복 기자중국 루가오시 자동차문화관 초입에 '수소에너지타운'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암석이 있다./사진=장시복 기자
지난해부터 루가오시엔 자동차문화관이 세워져 수소전기차에 대한 홍보가 강화되고 있다. 이곳에선 매년 10~11월쯤 전 세계 수소 관련 기업들과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모이는 '국제연료전지차 대회'도 열린다. 올해 3회째를 맞는다.

지난해 3월부터 도심 내에 수소전기버스가 실증 사업에 들어갔고, 지난달부터는 3대가 정규 노선에 투입돼 운행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론 루가오를 기반으로 중국 내 산업 중심지인 양쯔강 삼각주(상하이시·장쑤성·저장성) 일대를 '청정 루트'로 지정, 수소 산업을 우선 집중 육성한 뒤 이 모델을 중국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中 '상용' 수소전기차 우선 개발 전략= 중국 수소전기차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하고 있다. 단, 상용 우선 육성책으로 승용 위주의 한국·일본과는 전략을 달리한다.

2016년 37대에서 지난해 1135대로 중국 내 수소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는데, 대부분 버스와 4.5톤 이하 물류차 형태다.

중국 최대 버스 제조사 유퉁그룹의 장샹펑 연료전지 기술연구소 박사는 "상용차는 노선이 고정돼 있다보니 이 루트에 따라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면 더 효율적이고, 많은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수소전기버스는 (전기버스에 비해) 장거리를 달릴 수 있어 전망이 밝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의 4대 택배업체 중 하나인 선퉁택배는 현재 수소 화물차를 물류배송에 활용 중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 정부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전기버스에 대해선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내리는 추세다. 이에 반해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늘리고 있다. 대형버스의 경우 중앙정부가 50만 위안(한화 약 8200만원)을, 그리고 지방정부가 최대 50만위안을 각각 지원한다.
중국 루가오시에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수소전기버스. 최대 34인승이며 최고속도 시속 69km, 출력 160kw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사진=장시복 기자중국 루가오시에서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수소전기버스. 최대 34인승이며 최고속도 시속 69km, 출력 160kw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사진=장시복 기자
다만 중국도 마찬가지로 수소충전소 인프라 부족을 겪고 있다. 현재 12기가 운영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수소충전소 총 100기(수소전기차 5000대 보급), 2025년 300기(5만대), 2030년 1000기(100만대)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현재 수소충전소 건설 보조금은 지급되지 않지만, 지원을 검토 중이다. 기기를 국산화하거나, 복합 충전소 형태로 만들어 설립 비용을 낮추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아직 양산차는 없으나 승용 수소전기차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상용을 일단 안착시킨 뒤 2020년대 이후에는 승용 비중을 더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창청자동차의 경우 독일 BMW의 수소전기차 핵심 인재들을 스카우트해 2020년을 목표로 승용 수소전기차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상하이자동차와 지리자동차 등 유수 중국 토종차 기업들도 승용 수소전기차 사업을 지속 진행 중이다.

한국·일본 수소전기차의 중국 시장 진출 벽은 여전히 높은 현실이다. 샤오밍위 상하이이란에너지테크 총경리는 "한국·일본 수소전기차 업체들이 우리와도 접촉을 하고 있는데, 현재 수입하기엔 규제가 있고 수소충전소 가압도 안 맞아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에선 연료탱크를 '타입3'로 적용토록 제한하고 있어, 한국·일본에서 주로 쓰는 '타입4'와 호환이 어렵다. 수소탱크의 형태(라이너)를 구성하는 소재에 따라 타입3(알루미늄)와 타입4(폴리머)로 나뉜다. 때문에 상호 표준화를 통한 장벽 해소와 시장 파이 확대를 위한 공동 대응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중국 루가오시 빙에너지 내부에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상용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장시복 기자중국 루가오시 빙에너지 내부에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상용차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사진=장시복 기자
◇中 젊은 인재들 '미래 주도' 수소전기차 연구에 몰려= 중국 정부가 수소전기차에 대한 전략적 지원에 나선 것은 기본적으로 '환경 문제' 때문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푸른하늘 수호전'을 기치로 강력하게 내세울 정도로 중요 이슈다.

리 총리는 이후 지난 5월에도 방일 기간 중 토요타의 수소전기차 생산시설을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때문에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리는 수소전기차에 중국 정부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단 분석이다.

여건도 좋다. 특히 중국의 수소 총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2200만톤으로 풍부하다. 중국의 석탄 가스 및 부생수소 등으로 운행 가능한 수소전기차는 4000만대로 추산된다. 조만간 발표될 중국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도 수소전기차가 다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젊은 인재들도 수소전기차 분야로 쏠리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도 속속 생기는 모습이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조업체 리파이어(Re-Fire)의 가오 레이 디렉터는 "불과 2009년만 해도 중국 정부가 전기차 1000대 목표를 외쳤는데, 현재 누적 180만대에 달한다'며 "수소전기차가 현재 전기차의 10년 전 상태라고 본다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중국 루가오시 자동차문화관 내에 수소경제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형물이 설치돼있다./사진=장시복중국 루가오시 자동차문화관 내에 수소경제사회의 미래를 보여주는 모형물이 설치돼있다./사진=장시복
상하이 퉁지대와 칭화대·베이징이공대 등에선 2000년대 초중반부터 수소연료전지 연구가 진행됐다. 그 당시 젊은 연구 인력들이 이제 시장으로 쏟아져 활발하게 활동하며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독일 아우디 엔지니어 출신으로 '중국 친환경차의 아버지'라 불리는 완강 전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이 2004년 퉁지대 총장 시절 수소전기차 기반을 닦았고, 현재까지도 정책적 지원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재행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장은 "최근 우리 정부도 혁신성장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수소경제'를 선정한 건 고무적"이라면서 "한국이 계속 수소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속적인 관심과 과감한 지원·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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