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안희정 남자로 느낀 적 없어, 권력 이용한 성폭행"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07.2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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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성폭력 혐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결심공판…김지은 피해자 진술 "安, 비정상적 성적 욕구 문제"

'성폭행 혐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성폭행 혐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27일 오전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김지은씨(33·전 정무비서)가 "(안 전 지사가) 권력과 힘을 이용해 제 의사를 무시하고 성폭행했다"고 최후 변론에서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7일 오전 10시 결심공판을 열었다. 재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 측이 추가 제출한 증거 조사와 피해자, 피해자 변호인 진술이 이어졌다.



피해자 김씨는 이날 검은 정장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머리를 묶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김씨는 힘 없고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 기회를 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피해자 진술을 시작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 중 받은 고통을 호소했다. 김씨는 "피고인과 피고인을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의도적인 거짓 진술로 인해 더없이 괴로웠다"며 "그들의 허위 주장은 여과 없이 편향돼 언론에 실렸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해주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저는 힘에 겨워 쓰러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모든 것을 고발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며 "피해 사실을 호소하지 않았다면 제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후회와 자책이 들어 스스로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한강에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유일한 증거인 내가 사라지면 피고인(안 전 지사)이 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겠구나, 그런 시도를 방치하는 것이 부모님께 더 큰 죄를 짓는 것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꿋꿋하게 진실을 증명하고 진심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파괴된 이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 측 변호사 중 1명이 안 전 지사 경선 캠프에 지지선언을 한 변호인 119명 중 핵심적 인물로 안 전 지사와 매우 친밀한 관계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해당 변호사에 대해 "안 지사 관련 행사장에서 자주 만나며 나와도 교류가 있던 안 지사의 열혈 지지자"라며 "아는 사람에게 진실이 아닌 내용으로 심문당하는 것은 말할 수 없는 큰 충격이자 상처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자신을 권력과 힘을 이용해 성폭행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피고인의 행위는 지사와 수행비서의 힘의 차이에서 오는 강압, 압박, 권력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한 성폭행"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어쩌면 치료받지 못한,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숨기지 못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며 안 전 지사가 자신에게 했던 말들을 나열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자신에게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모든 여자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섹스가 좋다" "내가 그렇게 잘 생겼니?"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자신 외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한번은 내가 피고인 눈빛에 대해 후배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후 후배가 내게 '언니가 말했던 지사님 눈빛이 뭔지 알 것 같다. 지사님이 저를 자꾸 불러요. 저를 찾아요'라고 말했다"며 "그때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고 내가 아닌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않게 막는 일이 내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피고인 석에 앉아있는 안 전 지사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전했다. 김씨는 "당신의 행동은 잘못된 것이고 법적으로 처벌 받아야 하는 것이며 당신은 명백한 범죄자"라며 "당신이 가진 권력은 그렇게 악용하라고 주는 힘이나 지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은 내게 단 한번도 남자인 적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상사였고 수직관계였다"며 "이제라도 나와 다른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사죄하고 마땅한 벌을 꼭 받으라"고 말했다.

김씨는 재판부를 향해 "이 사건은 정의 앞에, 법 앞에 바로 서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한계로 인해 이런 사건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피고인은, 피고인과 같은 또 다른 권력자들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더 큰 괴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 진술에 이어 피해자 변호인 진술이 이어졌다. 피해자 변호인은 "그 어디도 피해자와 피고인 관계가 애정관계나 소위 남녀관계로 보여지는 증거가 없다"며 "재판부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고 피고인에게 온당한 처벌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재판은 1시30분부터 개정한다. 오후에는 검찰의 의견진술·구형, 피고인 변호인 변론, 피고인 최후진술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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