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수수께끼' 신일그룹 가보니…문잠그고 "할말 없다"

뉴스1 제공 2018.07.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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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1억 신생사, 사업목적은 줄기세포 등 21개
실제 금괴 적재 여부 및 규모 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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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여의도 신송센터빌딩 19층에 위치한 신일그룹 본사. 굳게 잠긴 유리문 너머로 신일그룹의 간판이 보인다. 2018.7.19/뉴스1© News1 최동현 기자19일 서울 여의도 신송센터빌딩 19층에 위치한 신일그룹 본사. 굳게 잠긴 유리문 너머로 신일그룹의 간판이 보인다. 2018.7.19/뉴스1© News1 최동현 기자


울릉도 앞바다에 잠든 '150조원 가치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주식시장 등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신일그룹은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공항동에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를 두고 있다.

19일 오후 여의도 본사를 찾았다. 여론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의구심이 들거나,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일그룹의 여의도 본사 현관에는 신일그룹 현판 밑에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 그룹'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그 옆으로는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를 운영하고 '블록체인마케팅연합회'에도 가입됐음을 나타내는 문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러 궁금증에 대한 회사측 설명을 들으려 했지만 신일그룹 측은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직원'이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대표도 담당자도 모두 퇴근했다"며 "취재를 하려면 공문부터 가져오라"고 했다.

신일그룹을 둘러싼 의문들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며 손을 내저었다. 자신의 신분도 밝히길 거부했다.

◇자본금 1억 신생사…건설·투자자문·영화·줄기세포 등 사업목적 방대


신일그룹은 자본금 1억원으로 지난 6월1일 만들어진 비교적 작은 회사다. 여의도 본사 건물도 설립을 즈음해 입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일그룹은 공식 홈페이지에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그룹'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는다. 신일건업은 2015년 12월 법인등기부등본상으로 파산하고 지난해 2월 폐업한 회사다.

신일그룹 법인등기에 따르면 이 회사는 21개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Δ기업 인수합병(M&A) Δ부동산 개발·시행·시공 Δ건축공사·주택건설 Δ해외건설 Δ유사투자 자문 Δ보물선탐사·인양 Δ신재생에너지 Δ온라인 쇼핑몰 Δ폐기물 재생·재처리 Δ정보통신 Δ영화제작·공급·배급 Δ방송 콘텐츠 제작·공급 Δ전기·전자제품·부품·생활용품 제조업 Δ성체줄기세포 치료제 연구개발 Δ건강기능 식품제조업 사업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내세운 사업은 보물선탐사·인양. 신일그룹은 지난 14일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철갑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이 배에는 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실려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신일그룹 류상미 대표가 상장사인 제일제강 지분 7.73%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제일제강 주가는 단숨에 상한가로 치솟는 수상한 진풍경이 연출됐다.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모습. 2018.7.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모습. 2018.7.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50조' 보물선 가치부터 의문투성이…취재는 완강히 거부

신일그룹이 다시 한번 일으킨 '보물선 소동'은 사실과 추측이 뒤섞여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1905년 한반도에서 벌어진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의 군함 '돈스코이호'는 과거에 이미 여러차례 금괴를 싣고 수장됐다는 소문이 더해져 '전설의 보물섬'으로 화제가 된 바 있어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제강점기부터 돈스코이호 인양 시도가 있었다는 얘기가 전해지는가 하면 가깝게는 2000년에 동아건설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한다고 밝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해프닝으로 끝났던 당시 동아건설이 언급했던 금괴의 가치가 현재 신일그룹이 내세우는 150조원이다.

그런데 이 금괴가 현재 가치로 따져 150조원이라면 그 무게는 3000톤에 이른다. 동아건설이 150조원을 언급했던 2000년의 시세로 따지면 약 1만톤이다. 6000톤급 가량인 돈스코이호가 싣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규모다. 아예 돈스코이호가 금괴를 싣고 있었다는 근거가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가운데 동아건설 출신으로 이후 신일그룹측과 인양을 함께 추진했었다는 홍건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금괴 150조원으로 일반인을 호도하고 코인(암호화폐)를 팔아 투자금을 모으는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신일그룹이 '150조원 보물선' 발표가 전해진 뒤 제일제강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일시 급등한 것을 두고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9일 서울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모습. 2018.7.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19일 서울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모습. 2018.7.1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한편 신일그룹은 150조원에 달했던 보물선의 가치를 돌연 12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금괴를 제외하고 고철 값만 매긴 셈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매장물 가치 추정가액의 10분의 1을 보증금으로 내야 인양에 나설 수 있는데, 15조원이라는 보증금을 낼 여력이 없어 추정가액을 대폭 낮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주식주가 과열양상을 우려하며 투자자들에게 '묻지마식 투자' 자제를 요청했다. 금감원은 사기, 유사수신 등 혐의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신일그룹과 함께 주가 급등락 사태를 겪은 제일제강은 "회사는 보물선 사업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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