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 to China'에서 'Copy from China'로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18.07.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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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짝퉁'의 나라에서 '트렌드 선도자'로 변신하는 중국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Copy to China'에서 'Copy from China'로


중국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불법 카피나 '짝퉁'이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이 카피의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모바일·인터넷 서비스는 중국이 미국도 추월할 기세다.

인구 대국 중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역시 사용자 수다. 홍콩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500 스타트업이 발표한 ‘중국 인터넷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 수는 7억1700만명으로 미국(2억2600만명)의 3배가 넘는다. 중국 인구가 미국보다 4배 이상 많은 걸 고려하면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하지 않은 숫자가 있다. 모바일 결제 사용자수다. 중국 모바일 결제 사용자수는 5억2700만명으로 미국(4800만명)의 11배에 육박한다. 모바일 결제 금액 차이는 더 크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결제규모는 120조위안(약 2경원)이 넘었다. 반면 2016년 미국 모바일 결제규모는 1120억 달러(약 125조원)에 불과하다. 중국이 미국보다 100배 이상 더 크다.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
중국 인터넷 업계는 'BAT' 위주로 형성되어 있었다. 검색업체인 바이두(Baidu),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Alibaba), SNS·게임업체인 텐센트(Tencent)가 주인공인데 모두 각자 영역에서 중국 최대업체다.



중국 검색분야에서 바이두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0년 중국 정부의 검열정책 때문에 구글이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영향력이 커졌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알리바바가 대세다. 알리바바는 온라인 유통업계를 평정한 후 오프라인 유통도 휘젓고 있다. 텐센트는 중국인 10억명이 이용하는 위챗을 가지고 있고 글로벌 온라인 게임에서도 1위다.

시가총액을 보면 중국 인터넷기업 권력지도가 한 눈에 드러난다. 지난 7월 9일 기준, 알리바바가 1위(4924억 달러), 텐센트가 2위(4796억 달러), 앤트파이낸셜이 3위(약 1500억 달러)를 차지했다. 반면 바이두는 878억 달러에 불과하다. 최근 바이두는 영향력이 약해졌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위주로 인터넷 산업이 재편되는 중이다. 특히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모바일 결제와 핀테크 사업이 고속 성장하면서 규모가 급속히 커졌다.

이 밖에도 핀테크 기업인 루팩스(600억 달러),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동닷컴(566억 달러), 공유차량서비스인 디디추싱(550억 달러), 이번 달 홍콩에 상장한 샤오미(479억 달러) 등이 중국 인터넷 기업 대표주자다.


◇Copy to China에서 Copy from China로
중국인들은 자국 인터넷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C2C’라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Copy to China’, 즉 미국에서 만든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에서 카피한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금까지 ‘FANG’으로 대표되는 미국 인터넷 기업들이 글로벌 인터넷 산업을 선도해 왔다.

그런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9월 18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 대 미국: 누가 누구를 카피하는가?'(China vs US: who is copying whom?)라는 특집기사에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트렌드를 보도했다. 이중 모바일 메신저의 원조격인 왓츠앱이 위챗의 공중계정(기업·법인 전용계정)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미국 인터넷 기업이 중국을 모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거대 플랫폼 건설과 이를 둘러 싼 생태계 구축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분야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자사의 모바일 결제 앱에 온갖 종류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담았다. 택시호출, 배달음식 주문, 항공권예약, 호텔예약 등 일상 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위챗을 가진 텐센트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카카오톡 안에 카카오택시, 카카오배달, 카카오항공, 카카오호텔 등 온갖 앱이 포함된 셈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영향력이 가장 먼저 커지고 있는 지역은 동남아다. 택시호출 앱으로 시작한 싱가포르의 그랩(Grab)은 이름에서 ‘택시’를 빼버리고 배달음식 서비스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공유차량 앱인 디디추싱이 바로 그랩의 주요 주주다.

중국 쇼트 클립 앱의 영향력 확대도 눈에 띈다. ‘중국 인터넷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쇼트 클립 앱인 더우인(영어명 Tik Tok)은 올해 1분기 iOS 앱스토어에서 4500만건 이상 다운로드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유투브, 왓츠앱, 페이스북을 모조리 제쳤다.

중국 인터넷 기업에게도 리스크는 있다. 중국에서 정부는 ‘보이는 손’이다.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 유투브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함으로써 중국 기업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는 사회안정에 해가 되는 요소나 선정적인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크게 강화하는 추세다. 중국이라는 큰 연못에서 고래로 성장한 중국 인터넷 기업이 전 세계 인터넷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과 강화되는 정부 규제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중국은 과거 '짝퉁'의 나라에서 지금 글로벌 트렌드의 '선도자'로 변신하고 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이제 중국을 쫓아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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