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선' 논란 신일그룹 가보니… "믿어달라" 되풀이만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8.07.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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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찾아간 신일그룹, 설립 1개월에 직원도 적어…취재는 완강히 거절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사무실 전경. /사진= 유승목 기자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사무실 전경. /사진= 유승목 기자


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철갑순양함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이 이 배에 수백톤(t)에 달하는 금화가 실려 있고 그 가치가 15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하며 주식시장과 가상화폐시장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각에서는 설립된 지 고작 1개월 된 신일그룹이 투자사기를 벌이려는 목적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한다.

18일 오전 '보물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찾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본사는 시끄러운 바깥 분위기와 달리 조용했다. 6층짜리 상가 5~6층을 쓸 만큼 규모도 작지 않지만 직원들은 몇명 보이지 않았다. 상가 다른 업체를 통해 겨우 들어간 사무실에선 경계의 눈길이 역력했다. 하지만 '보물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있다는 듯 "믿어달라"고 일관했다.



지난 14일 신일그룹은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 인근 해저에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신일그룹이 제일제강을 인수한 모기업이라는 소문이 알려지자 지난 17일 제일제강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기도 했다. 18일엔 전날보다 6.25%(260원) 내린 39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일 화제에 오르는 것과 달리 신일그룹이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신일그룹은 공식 홈페이지에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그룹'이라고 소개하지만 이미 2015년 파산한 신일건업과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 불분명하다.



실제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신일그룹은 지난 6월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세워졌다. 설립된 지 1개월밖에 안된 신생회사인 것. 계열사라고 소개한 신일건설산업, 신일바이오로직스, 신일골드코인 등도 대부분 법인 미등록 상태다. 신일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만 지난 4월 '해양탐사 및 구조물 인양사업', '영화·드라마 제작'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제일제강의 최대주주라는 소문도 사실과 다르다. 신일그룹은 제일제강을 인수한 것처럼 밝혔지만 제일제강 인수 주체로 나선 류상미 신일그룹 대표와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회장이 계약금 18억5000만원만 납부했을 뿐이다. 이들이 제일제강 지분 17%를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총 금액은 185억원이다.

문제는 신일그룹이 '신일골드코인국제거래소'를 통해 '신일골드코인'(SGC)라는 가상화폐를 거래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신일골드코인을 '세계 최대 150조 울릉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가치가 보장되는 가상화폐'라고 내세우며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신일그룹이 정확히 어떤 회사인지도 알 수 없고 보물선 발굴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자를 현혹해 스캠(사기)코인을 발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강서구 공항동 신일그룹 사무실 앞에 화환들이 놓여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서울 강서구 공항동 신일그룹 사무실 앞에 화환들이 놓여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이날 찾은 신일그룹 사무실은 누가 봐도 갓 입주한 상태였다. 5층과 6층 계단 사이에는 돈스코이호가 그려진 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고 6층 사무실 입구에는 유지범 신일그룹 회장과 각 지역 지사장들의 '발전 기원' 화환이 놓여 있었다. 잠시 둘러본 사무실 내부도 손때 묻은 흔적 없이 깨끗했다.

사무실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는 기자의 취재 요청에 굳은 표정으로 완강히 거절했다. 공식적인 취재요청 없이는 한마디도 해줄 수 없다는 것.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세간의 의혹에 대해서도 해줄 말이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회사 인근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신일그룹 관계자는 150조원에 달한다는 보물선 가치 발표와 15조원 발굴 보증금 투자와 관련한 질문에 "150조원은 추정되는 가치"라며 "실정법과 국가간 이해관계 등 여러 문제가 걸려 있어 발굴을 한다고 확언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방도를 찾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신일그룹 5~6층 계단 사이에 걸려 있는 돈스코이호 사진. /사진= 유승목 기자신일그룹 5~6층 계단 사이에 걸려 있는 돈스코이호 사진. /사진= 유승목 기자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바다에 매장된 물건을 발굴을 승인받기 위해선 작업계획서 등 관련서류와 함께 매장물 추정가액의 10%에 해당하는 발굴보증금을 내야 한다. 신일그룹 말대로 돈스코이호에 150조원의 가치가 있다면 발굴을 위해 15조원의 보증금을 내야 한다. 15조원을 현실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돈스코이호를 미끼로 가상화폐를 통해 투자를 받아 사기를 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상황이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리스크가 큰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서도 '사기', '먹튀' 등 의혹이 많다는 것을 안다"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돈스코이호와 관련한 신일그룹 가상화폐 투자자는 현재까지 10만명이 넘는다. 각각 적게는 100만원부터 크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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