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선에서 다이아까지…보물테마 20년史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8.07.1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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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그룹 인양하겠다는 돈스코이호, 10년 전 동아건설 데자뷔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


보물선 테마주가 증시에 다시 등장했다. 울릉도 앞바다에 수장돼 있다는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에 실려있다는 보물을 비상장 회사 '신일그룹'이 인양하겠다고 나서며 관련 기업인 제일제강 주가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18일 증시에서 제일제강 (1,230원 ▲15 +1.23%)은 전날보다 30% 오른 5400원을 기록했다. 이틀 연속 상한가다. 지난 연말보다 5배 이상 주가가 올랐고 이달에만 3배가 오른 상태다.



보물선 테마주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0년~2001년 동아건설, 삼애인더스트리, 대아건설, 흥창 등이 대표적이다. 20년 가까이 시장에 묻혀있던 테마를 이번에 제일제강이 다시 끄집어낸 셈이다. 앞선 기업들의 보물선 인양은 흐지부지됐고 주식은 결국 상장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주가급등의 단초가 된 신일그룹 보물선 인양주장이 어떤 결과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투자자금은 금 대신 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보물선 인양, 결론은 주가조작으로 귀결

보물선 테마의 효시는 동아건설과 삼애인더스트리가 꼽힌다. 이번에 신일그룹이 인양하겠다고 주장하는 '돈스코이'호가 동아건설 주가조작에서도 거론된 재료였다.

동아건설이 처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0년 12월초였다. 당일 나온 "러일전쟁때 침몰한 보물선 찾았다"는 뉴스에 "동아건설이 탐사작업에 10억원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동아건설은 14일간 상한가를 기록했고 주가는 315원에서 그해 연말 2150원으로 올랐고, 이후에는 3265원까지 상승했다.


이용호 전 G&G 회장/사진=연합뉴스이용호 전 G&G 회장/사진=연합뉴스
한국거래소의 매매중지 조치와 "보물선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해양수산부의 공식발표, 러시아의 부인이 이어졌으나 불 붙은 주가는 꺼지지 않았다. 동아건설에 채무보증을 해줬던 대한통운(현 CJ대한통운) 주가도 함께 뛰었다.

그러나 보물선 파동 와중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였던 동아건설은 결국 2001년5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돈스코이호 인양은 '없던 일'이 됐고 주식은 상장폐지됐다.

또 다른 보물선 테마주였던 삼애인더스트리는 '이용호 게이트'로 사라졌다. 삼애인더스트리는 2001년 남해와 서해 앞 바다에 침몰한 일제시대 보물선 인양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거제도 앞바다 보물선 인양에 더해 죽도 매장물 발굴, 파푸아뉴기니 금광, 제주도 천연가스 개발까지 종합 선물세트를 내놨다.

2001년초 2000원이었던 주가는 그해 1만7000원까지 7배가량 급등했다가 1000원대로 추락한 뒤 다시 4500원을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파도처럼 요동쳤다.

당시 삼애인더스트리는 보물사업의 가치가 20조원이라며 선량한 개미 투자자들을 호도했다. 보물선 인양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 시중자금을 끌어 들였다.

그러나 수사에 나선 검찰이 삼애인더스트리, 인터피온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G&G그룹 이용호 회장의 주가조작, 횡령혐의를 포착해 구속하면서 허망하게 종결됐다. 이 사건은 정관계 인사까지 유착된 권력형 비리로 결론나며 '이용호 게이트'로 정리됐다.

이 회장은 버스회사 경리로 시작해 재산을 모은 후 할부금융, 건설업, 인수합병(M&A)로 재산을 축적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어서 파장이 컸다.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모습 바꾼 '보물'테마주

시장을 뒤흔든 보물선 테마는 10년 뒤인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모습을 바꿔 재등장하기도 했다. CNK인터내셔널이라는 코스닥 기업이었는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사업을 그럴 듯 하게 포장해 주가조작에 나섰다.

2010년 12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 취득공시를 시작으로 주가급등이 시작됐는데, 아프리카 외교성과에 주력하던 외교부까지 연계됐다는 오명을 받은 사건이다.

CNK인터내셔널은 당시 개발권을 확보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의 추정 매장량이 4억1600만 캐럿에 달한다는 허위발표를 거듭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2배에 달하는 양이고 당시 가치로 수조원이 넘는 수치였다.

2010년 외교부는 "CNK인터내셔널이 카메룬에서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3000원대였던 주가는 보름만에 5배 넘게 올랐다. 그러나 검찰은 2013년 2월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을 사기극으로 결론냈다.

오덕균 CNK인터내셔널 회장은 2012년 1월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고 2년간 입국하지 않고 버티다가 2014년 3월 귀국해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회사는 2015년 5월 상장폐지가 됐다.

물론, 보물선 인양 작업이 항상 사기와 의문으로 얼룩진 것은 아니다. 1975년 신안군 앞바다의 침몰 무역선에서 발굴된 유물인양과 2007년 태안 앞바다 도자기 보물선 발굴은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처럼 허망한 결말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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