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억 지자체 저출산 대책, 여전히 주어는 '엄마'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8.07.17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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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지원 지자체 저출산 대응 사업 보니, 靑 '비혼 출산' '아빠 육아' 고민 무색

/그래픽 제공=행정안전부/그래픽 제공=행정안전부


'엄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엄마의 학교를 조성한다.' '공공청사에 육아복합마더센터를 설치한다.'

올해 행정안전부가 총 35억원 예산을 지원키로 한 지자체 저출산 대응 사업들이다. 대부분 '엄마의 육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 비혼 출산 지원 등의 방향과는 정반대다.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 흐름과 맞지 않는 사업들이라는 지적이다.

행안부는 지난 12일 지역맞춤형 저출산 대책으로 총 9개 지자체 사업을 선정해 발표했다. '아이와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최근 정부의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에 맞춘 사업이라는 설명이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이 발표되자 여성을 출산·육아 책임자로 두고 펼친 기존 저출산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8개 사업을 심사해 최종 선정된 사업들이지만 최근 흐름을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업명에 엄마를 의미하는 단어가 들어간 점부터 이런 문제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사업으로 설립될 △전북 남원시, 지리산권 거점형 '아이맘 행복누리센터' △전남 화순군, 엄마에게 필요한 모든 것 '엄마의 학교' △대전 대덕구, '소·행·성 육아복합마더센터' 등이 그 예다. 특히 엄마의 학교 사업 내용을 보면 '엄마들에게 필요한 요소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으로 엄마 되기 교실, 엄마 카페, 엄마 마켓 등으로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당시에도 부산 사상구 '아동전문 보건지소와 아이맘 원스톱 센터', 대구 남구 '온 마을 아이맘센터', 광주 광산구 '맘쓰리 센터', 세종시 '행복맘~원스톱 통합지원센터' 등 4개 지원 사업이 이름부터 엄마와 육아를 저출산 대응의 중점 사항으로 두고 계획됐다.

이름에 '엄마'가 없다고 내용이 다른 것은 아니다. 다른 사업들도 대부분 엄마를 기본 양육자로 한 공간을 만들거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것이 핵심 안건으로 제시됐다. '아가·맘센터'(부산 북구 '누리보둠' 프로젝트), '아이러브맘카페'(경기 양평군 '키즈방' 확대), '아이 맘커뮤니티센터'(경남 의령군 '꿈나르미 육아커뮤니티센터'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김순남 성공회대학교 젠더센터 연구교수는 "지역에서 잠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동 육아·보육 시설은 매우 중요하고 관련 지원은 필요하다"면서도 "그 방식이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를 책임을 부여하는 기존 저출산 대책 프레임을 보여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최소한 각종 '맘카페'로 불리는 시설명을 양육·돌봄 센터로 변경하는 등 프레임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덧붙였다.


최근 우리나라 저출산 정책은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 받고 있지만 이처럼 이번 행안부 지원 사업들은 이런 흐름과는 동떨어졌다.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맞는 육아 지원 등을 담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줄곧 저출산 대책 접근 방식 변경을 요구한 것과는 달리 국민들이 가장 가까이서 체감할 수 있는 지역 정책은 제자리 걸음인 셈이다.

저출산 정책에 자주 등장하는 '맞춤형'이란 시각도 변화를 담아내지 못했다. 김순남 교수는 "지역맞춤형, 생애주기맞춤형 등으로 저출산 정책을 설명하는 데 어떤 생애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결국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여성과 출산·육아를 연결하는 형태를 기반으로 '맞춤형'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책이 종합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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