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빗썸이 지난 2월 해킹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코인네스트 대표는 지난 4월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5월엔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업비트가 유령코인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달엔 코인레일과 보안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자랑하던 빗썸이 해킹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코인을 도난당했다.
문제는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통한 접근만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실명제 실시 이후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유일한 대책 중 하나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자금세탁방지 의무 강화가 핵심이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모두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토록 하고 직접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토록 하는게 골자다.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지만 ‘지켜보자’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내부적으론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한 규제 방안, ICO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통일된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만 먼저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 자칫 규제차익을 노린 국제적 투기 세력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미 가상통화 시장의 열기가 꺾인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나서 다시 들쑤실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공법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국내외 시장 추이를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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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금처럼 정부가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방치해 둬서는 안된다”며 “가상통화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신고제로는 안되고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갖춰야 할 요건들을 규정하고 라이선스를 갖춘 업체만 영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뉴욕주는 인가제, 일본은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에선 인가제나 등록제를 시행할 경우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기존의 거래사이트들이 정부의 규제를 요구하는 것도 사실상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가상통화 시장의 한 전문가는 “취급업소간 형평성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라며 “자본금 요건을 차등화해 대형, 중소형 거래사이트들이 공존할 수 있게 하는 등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